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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ine Oct 19.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14)

-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2장.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


7) 의지할 신을 찾다


우리 집안은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모두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원래 아버지 집안은 일본에서 파생된 불교를 믿는 집안이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 종교를 열심히 믿으신 걸로 들었지만, 나머지 가족들 믿음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다.


당시 큰아버지가 사시 공부를 하고 계셨는데, 1차 시험은 붙고, 2차 시험을 내리 낙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누군가가 큰아버지를 전도를 하게 되었고, 무언가에 심적으로 의지를 하고 싶었던 마음에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우리 가족도 모두 그때쯤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부모님은 집안과 회사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기도를 하시면서 많은 위안과 평안을 얻으셨다고 한다.

 나 역시 어릴 적 경험 때문이었는지 마음을 오픈하고 위로받는 대상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부모님은 아니었다. 종교도 아니었다.


그때 당시엔 부모님의 선택으로 유년시기 사랑을 받아야 할 권리가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답게 사랑받고 커가야 할 당연함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했다는 생각에, 난 더 이상 부모님을 신뢰할 수 없었다.


대신 사춘기 때에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대학교 때부터는 남자친구를 부모님 자리로 대체하고선 만남을 가져왔다.

내 마음엔 부모님도 신앙도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러던 내게 A와의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나에게 부모님과 생 이별하는 고통과 공포가 계속 찾아왔다.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지치고 힘들었고, 의지할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결국 내 발로 교회를 찾아갔다.

교회가 일요일마다 가는 집안 행사가 아닌 스스로 너무나 간절해서 찾아간 것은 처음이었다.


습관적을 가는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를 가고 싶었다.

아는 지인에게 교회를 소개받고서, 떨리는 마음으로 교회에 다다랐다.


교회 성전에선 아늑한 향기가 났고,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한 공기가 느껴졌다.


나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예배당 의자에 철썩 앉았다. 그러고선 멍하니 퀭한 눈으로 예배당 안을 바라보는데, 그때 아래에서 뭔가가 솟구쳐 오르 더니, 갑자기 알 수 없는 눈물이 폭포수 같이 쏟아졌다.


그 눈물은 내 빰을 타고서 쉴 새 없이 뚝뚝 떨어졌고, 울음소리는 성전을 울리며 다시 내 귓가로 돌아왔다.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선, 얼마 뒤에서야 난 나지막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 죄송해요...

... 일요일마다 형식적으로 제가 찾아뵈었죠...

... 너무 죄송해요.. 근데 저 지금 너무 힘들어요..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계속 몰려와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불안에 굳어있던 내 마음에 점차 따뜻한 온기가 차올랐다.



마치 보드랍고 다정한 공기가 나를 포근히 감싸안는 듯했다..






때론

스스로

존재 당위성을

찾지만,

때론

어떠한 존재가

자신의

존재 당위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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