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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ine Oct 12.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13)

-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2장.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


6) 첫 공황장애 발현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리불안 증상은 점점 잦아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불안의 원인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날도 이러한 불안 증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리도 식힐 겸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자리에 일어섰다.

회사 복도를 걸었다.


복도를 걸으며, 나도 모르게 A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으로 흘러갔다.


'어쩌면 이 사람과 영원히 헤어져야 할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부모님이 이 세상을 떠난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저 멀리서 나에게 몰려왔고, 내 주변은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다.

얼마뒤엔 난 죽을 것 같았다.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졌고, 결국 죽음의 공포가 절정에 이르렀다.

나에게 다가오던 그 공포는 결국 나를 잠식해 버렸고, 난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순간 죽어가는 듯했다.


난 그렇게 죽음의 공포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 회사 복도에서 몇 분간 꼼작도 못하고 몸이 굳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조금씩 내 앞에 있던 어둠의 공포는 서서히 물러가고, 조금씩 생명의 기운이 차오르는 듯했다.

마치 내 앞의 세상이 죽음을 상징하는 흑백으로 변했다가 점차 생명을 의미하는 컬러로 점차 물드는 듯했다.


당시에는 이 증상이 공황장애인줄 몰랐다. 지금은 이 증상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때 당시엔 미디어에서 조차 들어 보지 못한 생소한 단어였다.






이러한 공황증상은 첫 발현 이후에도 끊임없이 나타났다.


어느 날 저녁 밤 A와 이런저런 통화를 하다가, 결국 우리 관계에 대한 얘기로 흘러갔다.


"우리 만나는 동안 좋은 결실을 위해 그동안 참 많이 노력했는데,.."


그 얘기를 듣자,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나..컨디션이.. 안좋은 것 같아..전화 끊고 쉬어야 할 것 같아.."


황급히 전화를 끊자마자, 나에게 결국 공황장애 증상이 발현 되었다.

다시금 난 그 끔찍한 공포를 겪고 말았다.


거의 실신하듯 쓰러져 바로 침대에 누워졌다.


불행히도 이러한 공황증상은 A와 관계를 유지하는 내내 발현되었고, 점점 강도와 빈도가 잦아졌다.


그렇게 공황은 내 실존을 무너뜨리며 줄곧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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