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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ine Oct 08.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11)

-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2장.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


4) 내면의 결핍, 패셔니스타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외모를 꾸미는 것에 관심을 가진 나는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외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늘 속눈썹을 붙이고, 디자인이 유니크한 원피스나 정장을 입고 다녔다.

머리는 늘 긴 웨이브 머리를 고수했고, 가끔은 학교에 선글라스도 끼고 다녔다.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백팩대신 늘 정장 가방을 들고 다녔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디자인학과' 학생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실제 나는 그 당시 '패션 MD'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 나 자신이 옷이나 가방에 관심이 있으니, 그와 관련 직업이 맞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래서 틈나는 대로 의상 트렌드를 파악했고,  '뉴욕 패션쇼' , '밀라노 패션쇼'의 의상을 스크랩했다. 내가 MD가 된다면 소비자 타케팅 의상으로 이러한 콘셉트의 옷을 기획과 판매하면 좋겠다는 구상도 가끔식 했었다.


이렇게 막연하게나마 미래 나의 직업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우연히 나는 현직에 종사 중인 대기업 패션 MD 분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질문을 던졌다.

" 패션 MD가 되기 위해선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요?"


난 속으로 의류 트렌드 파악 능력, 기획력, 소비자 니즈 파악 등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내 기대는 어긋났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영업력이 젤 중요한 것 같은데요. 사람 만날 일이 많은 직업입니다. 모든 프로세스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그래서 술자리가 아주 많은 편이죠.

술 잘 마시세요??"


"네?? 술이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나에게 술이라니.. 그리고 사람을 많이 만나야 되는 직업...'


나랑은 안 맞는 직업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일 이후 한때 '패션 MD'를 꿈꾸던 난 그 꿈을 접었다.


그 당시 난 옷에 관심이 많았고 나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내 내면의 결핍에서 온 결과였다.


그렇게 꾸미고 다닌 모습을 보고선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알아봐 줬으면 한 것이다.

굳이 아는 사람일 필요도 없었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나의 존재를 알아봐 줬으면 했다.


어릴 적 아무도 내 존재에 대해 관심도 가지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느껴졌다.

나에게 따뜻한 어른을 경험하지 못했다.

난 투명인간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의 시선에 내가 들어 오길 바랬다.

'아, 저기 학교에서 선글라스 끼고 정장 입은 여자가 지나가네..' 이렇게라도 인지되기 바랬다.


그럼 그 찰라에 그 사람에겐 나란 존재가 크진 않더라도 인식은 하지 않겠는가..


훗날 이러한 어릴 적 경험 때문인지 자작시에는 '존재'에 관련된 글을 종종 썼다.

아마 이런 무의식이 나를 그러한 글감을 쓰게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상처가 모두 회복되어 남들이 나의 존재를 알아봐줬으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자신의 내면의 소리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집중한다.

시선 받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다.


그러나 그땐 늘 꾸미고 다녔다.

어느 장소, 어느 때이든지 사람들이 날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 .. 나란 사람 여기 있어요.
여기 있다고요..!'







꽃은 향기로워 아름답다

바람은 불어서 아름답다

태양은 뜨거워 아름답다


갓난아이는 해맑아 아름답다

당신은 당신다워 아름답다

나는 나다워 아름답다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

존재 자체가 기쁨이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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