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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ine Oct 07.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10)

-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2장.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


3) 방황, 공부를 내려놓다


그렇게 부모님께 마음의 가시를 쏟아내며 엉엉 울었다.


난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예고도 없이 무작정 울분을 토해냈다. 결국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서둘러 내 방으로 갔다.


사실 순간적으로 쏟아낸 내 감정에 나도 당황했고, 어머니도 경황이 없으신 듯했다. 그 뒤로 집안에서  어릴적 일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이후 한 동안은 울분을 토해서인지 어지럽고 정리 안된 내면의 소리가 조금은 가라앉은 듯했다.

그러나 좀처럼 내 안의 상처와 반항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저 저 내면 깊숙이 담겨 있는 마음의 일부가 불시에 흘러나온 거에 불과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난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2학년이 되었다. 성적은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은 여러 감정들로 복잡헀고, 반항심으로 활활 끓어오르는 활화산 같은데,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난 학생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 항상 앞에 앉아 선생님 말씀을 하나라도 놓지 않으려고 꼼꼼히 필기했고, 수업 관련 질문은 수업 후 따로 선생님을 찾아가 물어보면서 해결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 마음이  이렇게 힘든데.. 이거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데..

지금 당장의 공부가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어..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


사실 가족들과 함께 살게되면서 구성원으로서 행복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끝내 채워지지 않았다.

집에서 엄마와 아빠, 남동생은 한 가족처럼 보였지만 난 이방인 같았다.

7살에 입양된 이방인 같았다..


이런 생각이 조금씩 들자, 나는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때부터 공부를 내려놓았다. 

학교에선 국, 영, 수 시험 점수를 합산하여 따로 서울대, 연고대 특수반을 만들었다.

그때 당시 난 연고대반이었다.


난 의도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뒷자리에 앉아,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인생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냥 학생이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선 도저히 명분을 찾지 못했다.


미래의 뭔가를 꿈꾸는 것도 좀처럼 되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고 엉켜있는 내 내면에선 공부를 하고 싶은 의욕도, 내적 동기도 얻지 못했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가족이 멀게만 느껴졌고, 날 버린 것 같았고, 어릴 때부터 아무도 내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슬픔이 공부의 내적 동기를 삼켜 버렸다. 


그렇게 난 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채, 방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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