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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ine Oct 05.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9)

-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2장.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


2) 상처, 독을 쏟아내다


7살에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었다..




아마 이제 학교를 가야 하는 나이이기도 했고, 내가 계속 부모님을 찾아서 그랬을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나 기뼜다.

나에게도 부모가 있다니..


부모님은 나에게 미안해하셨다. 그래서인지 늘 맛있는 과자와 내가 원하는 건 사주셨다.

먹고 싶은 과자를 먹을 수 있어 좋았고, 원하는 걸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부모님과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착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학생 때 공부도 열심히 했다. 공부가 재미있었다.  


그 나이에 밤 12시까지 공부하며 그 날에 수업한 내용을 복습하고, 다음 수업을 예습하고서야 잠들었다.

이후 들어가게 된 중학교에 전교 4등으로 입학하게 된다.


중학교 들어가서도 역시 모범생이었다. 반에서 늘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학교 규칙도 충실이 이행하는, 모든 면에서 착한 아이였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쯤인가..


조금씩 사춘기를 접어들면서 무의식 어딘가에 부모에 대한 원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남자였다면 과연 부모님은 날 고모댁에 보냈을까..?

왜 나를 고모댁에 보내놓고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을까..?

전화라도 해서 부모님 존재를 알려줬다면 이런 원망이 들진 않을 텐데..

그래... 어쩌면 부모님은 날 버린 거야..'


이러한 내면의 소리가 날 괴롭혔다. 


이런 생각들이 점점 짙어지자,  나는 부모님께 반항하기 시작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사춘기라 이유 없는 반항을 시작한 걸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점점 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부모님과의 관계는 조금씩 소흘 해졌다.


어느 날은 이러한 내면 소리가 나도 모르게 밖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사실 어릴 적 기억은 당시 나에겐  큰 상처였기 때문에 마음속 꾹꾹 눌러 담아놓고 있었다.

그게 어느새 터진 거다.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 이게 어떻게 날 위한다고 할 수 있어? 그래놓고 날 어릴 때 그렇게 버린 거야????"


난 이렇게 엄마한테 내 마음의 독을 사정없이 쏟아냈다.


엄마는 순간 많이 당황한 듯했다.

내가 어릴 적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줄 알고 계신 듯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엄마의 눈에선 눈물이 글썽거렸다.

애써 담담한 척하며 날 향해 다가와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내 안의 상처가 부모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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