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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로 Mar 16. 2024

[미식일기]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 부산

바삭 쫄깃, 촉촉한 훈연향 가득, 잘 '꾸버진' 닭

김고로는 미식을 즐기는 인간이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가끔이라도 많이 먹기 위해서라면 평소 소박하고 싱겁고 단순한 음식을 먹으면서 신체의 건강에 신경 쓰는 편이다. 김고로의 브런치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음식 사진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식사는 대부분 식물성 식재료가 기반이 된다, 두부라거나 귀리, 잡곡 등.


그래서 김고로는 외식을 한다거나 요리를 해서 먹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예를 들면 평범한 배달음식을 먹을 때에도 어떤 식재료로, 어떻게 요리가 되어서, 어떤 맛을 내는 음식이며, 비용은 얼마나 들며, 시간이 얼마나 소모되는지, 나의 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고려하기에 배달음식이라도 가능하면 식이섬유가 많고, 삶고 찌거나, 구운 것 혹은 건강하게 반죽되어 발효된 밀가루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배달음식 중에 하나인 치킨도 김고로의 건강한 혹은 쓸모없는 잣대를 피해 갈 수 없는 음식이다. 정말로 큼지막한 튀김옷을 입은 K사나 M, P사의 '바사삭'한 미국식 치킨을 원할 때도 아주 가끔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김고로가 자주 먹는 치킨은 잘 구워진 치킨이다. 아마 브런치를 통해서 소개하는 음식으로는 잘 쓰지 않는 프랜차이즈 배달음식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바로 '꾸브라꼬 숯불두마리 치킨'이다.


내가 꾸브라꼬 숯불두마리치킨을 처음 경험했던 것은 몇 년 전, 해당 프랜차이즈의 본점이자 체인이 시작된 부산에서였다. 당시에 한창 식단을 관리하는 것에 세심한 신경을 썼었던 나는 저녁 시간에 닭요리를 먹고 싶었으나 기름에 깊게 튀겨낸 닭요리는 먹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솥에 깊게 끓여낸 국물이 있는 닭요리는 더더욱 싫었기에 근처에 있는 치킨배달 점포를 검색 중에 눈에 들어온 가게였다. 조리 시간은 다른 가게들보다 조금 더 걸리더라도 숯불에서 닭다리 순살을 바삭하게 구워낸 프랜차이즈의 설명에 나의 마음이 빼앗겨버렸다, 거기에 소금으로 간을 한 담백한 소금구이 닭요리가 있었기에 '숯불두마리' 주문을 했다.


꾸브라꼬 숯불두마리치킨에서는 매콤 달콤한 양념에 우동사리나 밥, 참기름, 김가루를 넣어서 비벼 먹는 한국인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조합의 메뉴를 대문에 내세웠지만 그런 구성보다는 소금으로 담백하게 간이 된 구운 닭고기를 원하는 나에게 그들의 대표메뉴는 아쉽게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오븐이나 직화로 직접 구워낸 순살 닭고기를 파는 배달치킨 체인점이 꾸브라꼬 숯불두마리 치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숯불치킨의 대명사로 자리를 매김해온 '지코바'라던가 '굽네', '오꾸닭' 등 여러 구운 치킨을 파는 곳이 있지만 김고로가 원하는 '두마리'를 파는 곳은 없었으니까. 양념치킨보다도 후라이드치킨을, 후라이드치킨 보다 직화에 구워진 짭짤하고 삼삼한 치킨 '두마리'를 거의 한 마리 반 가격으로 주는 것이 김고로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꾸브라꼬 숯불두마리 치킨에서도 지속해서 고객들에게 광고를 하고 안내를 하고 있듯이 숯불에 직화로 인내심을 갖고 구워내는 닭요리이기 때문에 튀기는 닭요리들 보다는 배달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이해, 감내하고 주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김고로는 음식이 직접 요리가 되는 현장, 즉 식당에 가서 먹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이후에 꾸브라꼬 숯불두마리 치킨 점포 중에 홀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나 신문기사들과 지도어플을 찾아가며 보았지만 '홀 식사'가 되는 곳은 찾을 수 없을 만큼, 꾸브라꼬는 포장과 배달만을 하는 곳이다. 지도 어플과 신문기사를 토대로 추측한 본점은 부산 진구의 어느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인데, 대체 본점에서 구워주는 닭구이의 맛은 얼마나 좋을지 맛보고 싶어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것이 김고로의 소망이다. 본점이 부산에 있다는 점에서 이미 알아채신 분들은 있을 것이다, '꾸브라꼬'라는 이름은 경상도 사투리로 '구워라'라는 뜻이라는 것.


꾸브라꼬 숯불두마리 치킨에서 김고로가 독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내 마음대로 두마리'를 선택한 후에 소금구이를 순살로 (돈을 더 얹어주고) 주문하여 두 마리로 받는 것인데, 이 짭짤하고 바삭하며 삼삼한 맛이 여러분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기를 바란다.


빠르면 20분, 배달이 많은 시간에는 40분 정도까지의 시간이 배달에 소요되는데 꾸브라꼬의 육즙으로 반짝거리는 숯불닭고기의 맛을 생각한다면 김고로는 충분히 참을 수 있다. 커다란 치킨 2마리를 위한 상자 속에 거뭇거뭇한 숯검댕이가 군데군데에 조금씩 묻은 닭구이 조각들이 한가득 쌓여 담겨있다. 치킨 박스를 받아 든 집안에 숯불의 향이 불꽃놀이처럼 퍼지기 시작한다. 박스에는 덩치가 크고 거칠게 보이는 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닭을 굽는 투박한 모습으로 '열심히 숯불에 구워 드립니다'하면서 비대면 사장님들 대신에 대면으로 고객들을 반긴다.


양이 적어보인다면, 그것은 김고로가 식욕을 참지 못하고 몇조각을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치킨무와 머스터드, 깨소금이 같이 동봉되어 오기는 하지만 김고로는 치킨무 외에는 소금닭구이에 굳이 곁들이지 않는다. 포크나 젓가락으로 기름기가 가득한 맑은 육즙을 기쁨의 눈물처럼 뚝뚝 흘리는 닭구이 조각을 하나 집어든다. 하얀 순백의 신부처럼 아름다운 닭고기가 갈색으로 그을린 면사포를 뒤집어쓴 채 나의 입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니 어서 신혼방으로 안내한다.


바사삭


숯불로 구워진 닭껍질은 튀겨진 닭과는 다른 차원의 바삭함을 선사한다


갓 튀겨낸 치킨에서 기대할만한 바삭한 닭껍질의 소리가 입안에서 울려 퍼진다, 아 정녕 이것이 숯불로 구워진 닭껍질에서 나는 소리란 말입니까. 꾸브라꼬 숯불두마리 치킨이 자리 잡고 있는 부산, 남쪽을 향해 공손히 절을 한번 올리고서 나의 저작운동을 시작한다.


바사삭 바삭


쫄깃쫄깃


바삭하게 씹히면서 숯불의 훈연향이 입천장과 목젖, 코를 따라서 스며들어 올라와 코전체와 뇌내로 퍼진다. 콧구멍이 연기가 피어 나오는 굴뚝처럼 향긋한 숯불과 나무향으로 가득 찬다. 씹을 때마다 숯불의 쌉쌀한 향기가 꿀렁거리면서 올라오니 저절로 눈을 감는다.


속살에도 육즙과 고소한 기름이 가득하다


눈을 감으면 모든 신경이 혀와 입안으로 쏠리는 집중이 일어나는데, 닭껍질과 육질 사이에 숨어있던 기름기가 분수처럼 터져 나온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등 다른 사족보행의 짐승과는 다른 탱글거리는 쫄깃함, 물론 가슴살이 아니라 주로 움직이는 커다란 닭다리에서 순살로 발려 나온 다릿살이기에 가능한 식감이지만, 나의 미식을 위해서 희생한 닭들에게 그저 압도적인 감사를 표할 뿐이다. 껍질이 없는 살조각이라도 상관이 없다, 맛있으니까.


급격하게 뜨거운 열이 아닌 숯불의 뜨거움으로 지긋이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구워낸 고기, 기름기를 잔뜩 머금은 닭살이기에 껍질이 없는 육질이라도 내재된 지방을 통해서 튀겨지듯 구워져서 바삭하고 맛있다. 꾸브라꼬의 장점은, 아직까지는, 닭다리살만을 사용해서 (뻑뻑한 살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쉽지만) 쫄깃하고 촉촉한 식감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닭구이라는 것이다. 이 식감을 즐기고 있노라면 꾸브라꼬 어느 지점에서나 숯불이 깔린 그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닭조각들을 이리저리 굴리고 뒤집을 사장님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도 걱정할 것은 없다, 꾸브라꼬에서 배달해 주는 순살 닭다리 조각들은 대부분 맛과 식감을 위해서 인지는 몰라도 온전한 게 잘 구워진 껍질을 뒤집어쓰고 고객들을 맞이하러 온다. 대부분의 껍질듯이 가능하면 바삭한 식감을 위해서 검게 그을리는 부분이 조금씩 남아있을 정도로 바싹 구워져 있다, 고기가 탄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한, 두 조각을 씹으면서 즐기기 시작한다면 그걸로 식사를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바삭한 식감과 기름진 닭다리의 고소한 맛으로 당신은 이미 매혹당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닭살 한 조각을 집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숯불로 구워진 훈연향이 다시 입안으로 고개를 들이밀면서 얼굴이 숯불이라도 된 듯 고기 구워진 냄새가 가득하다, 다시 바삭한 껍질이 어금니 사이에서 번쩍거리며 부서지고 쫄깃한 육질이 씹히면서 입안은 닭다리의 고소함이 살아 움직이듯 기름의 풍부한 맛으로 덮인다. 코가 훈연향으로 자욱할 때부터 이미 감긴 눈은 육즙 가득한 닭살이 매끄럽고 쫄깃하게 씹힐 때마다 꾸브라꼬의 닭구이 맛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해 뜨기 힘들다.


김고로는 소금구이 외에도 꾸브라꼬 숯불두마리 치킨의 튀긴 치킨을 포함한 메뉴들을 먹어보았으나, 그의 독특한 취향 덕분에 소금구이 외에는 그를 만족시킨 메뉴는 없었기에 앞으로도 그의 소금구이 사랑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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