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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로 Jul 15. 2024

[미식일기] 강릉달떡젤라또, 강릉

쫄깃한 떡에 숨은 진한 젤라또, 계속 먹다가 얼굴도 달덩이가 되어도 몰라

이탈리아 젤라또를 전문으로 하는 '코코메로'의 젤라띠에이신 사장님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지난번 '오하이오' 글에서 함께 점심을 먹은 'O' 편집샾 겸 갤러리의 사장님들이신 N, S 작가님들 덕분이었다. 본인들의 디저트, 젤라또 맛집이라고 하시면서 유천 지구로 따라갔던 먹자골목의 주인이 없어 보였던 주차장 공터 옆에서 작지만 진하고 누구의 기억에게나 남을 젤라또를 만들어 파시는 코코메로 사장님의 가게는 유천 택지는 물론 강릉에서 젤라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유명한 집이었다.


근처가 술집과 밥집이 많은 먹자골목인지라 주변에서 한두 잔 걸치시거나 밥을 먹고서 나온 손님들, 근처 주거단지에서 살고 있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도, 철마다 때마다 다른 식재료를 사용해서 신선한 젤라또를 마술과 같은 맛으로 만들어내는 이 젤라또집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가도 항상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아주시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카페들과 식당들을 탐방하러 다니시고, 지역 음식축제에도 자주 참가하시고 타지방의 디저트, 젤라또 축제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시며 연구심을 갈고닦는 이 노력형 젤라띠에 사장님을 김고로도 좋아하지 않을 수없었다.


특히나 여름철에 내놓으시던 토마토바질 셔벗이나 다양한 과일들, 강릉 주변의 친숙한 식재료들, 해외의 고급 식재료들을 적절하게 시원한 맛으로 즐길 수 있게 약간의 토핑과 맛보기 숟가락에 다른 맛의 젤라또 덤을 곁들여 내놓으시던 모습은 그의 젤라또 가게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그러던 중, 코코메로는 작년에서 올해로 넘어오는 겨울, 새로운 도약을 위해 유천지구의 점포를 정리한다고 공식 계정을 위해서 발표하시고는 원래부터 맛이 좋았던 젤라또의 맛에 떡을 감싸서 내놓는 한국식 (한국식 '떡'으로 된 피가 들어가니 한국식이라고 해도 된다) 후식, 옛날부터 모 아이스크림제과 대기업에서 출시되었던 ㅊㄸㅇㅇㅅ와 같은 개념을 지닌 젤라또디저트 가게 '강릉달떡젤라또'를 올해 2월부터 개업하셨다.


그러했기에 코코메로의 젤라또를 함께 사랑했던 이쁜 그녀와 함께 젤라띠에님의 새로운 떡젤라또 가게를 방문하고 싶은 김고로였으나, 강릉에서는 (아마 전국적으로도) 처음 보는 음식이었고 마침 새로운 가게를 연 곳이 강릉 중앙시장의 중심가에 위치한 곳이었기에 신장개업에 강릉으로 모여드는 관광객들의 힘을 입어 많은 날들을 재료소진에 의한 조기마감과 가게휴일이 김고로와 이쁜 그녀가 가고 싶던 날에 대부분 우연히 겹치며 수개월동안은 가볼 수없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홀로 시간이 되었던 이쁜 그녀는 김고로가 근무를 하는 사이 강릉달떡젤라또에 마실을 다녀왔고, 그 후기는


"달떡을 한 개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1개를 순식간에 다 먹고 추가적으로 주문한 달떡도 1분 만에 사라졌어."라며 역시나 젤라띠에의 맛과 기술은 그대로 유지되어 맛은 '떡상'했다고 진술했다. 김고로는 이쁜 그녀가 맛이 좋다고 하는 집이라면 반 이상 신뢰하기 때문에 이전에 알던 그 맛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 말을 믿고서 가보는 편이다, 서부시장의 '금정식당'도 그렇게 방문했던 곳이니까.


그리하여, 장마와 먹구름이 서로 태그를 하며 합을 맞추는 흐린 강릉의 오후에 김고로는 식후 산책과 후식을 즐기러 중앙시장으로 길을 나섰다. 서부시장과 입암동 성당, 사랑하는 피자집인 샌마르가 자리 잡고 있는 임당 문화의 거리에서 임당 문화센터와 임당사거리를 지나서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아직 거리를 메우고 있는 시장의 앞거리로 향했다. 이전에는 과일가게, 타코집 등 장사를 하려고 새로 여는 집마다 장사를 잘 못하고 폐업하여 나가던 그 자리에서 불투명한 유리로 격자무늬로 장식된 나무문과 통유리 벽, 원목과 흰색벽으로 된 외관에 베이지색의 어닝, 윗 간판에는 달에서 절구와 공이로 막 쪄낸 떡으로 감싼 아이스크림떡을 먹는 한복 입은 토끼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모으는 강릉달떡젤라또가 버티고 있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불투명유리의 나무문을 밀고서 들어가니 오전과 오후에 밀려드는 손님들과 격전을 치르셨는지 살짝 지친 모습으로 젤라또 냉장고와 달떡젤라또를 만드는 작업대 뒤에서 잠시 앉아계시던 인상 좋은 사장님이 일어나셔서 김고로를 반긴다.


"와, 어서 오세요!"


"잘 지내셨어요? 하하."

김고로는 빠르게 젤라또 냉장고를 쓱 눈으로 훑고는 남아있는 젤라또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맛들이 남아있음을 확인하고는 씨익 미소 짓는다. 진하고 달달한 맛보다는 담백한 기본맛이나 상큼하고 새콤한 과일류의 젤라또를 좋아하는 김고로에게 어느 정도 남아있던 소금우유 젤라또와 코코메로 시절부터 맛있게 먹었던 순두부 젤라또가 남아있음이 반갑다. 둘 다 하얀색의 빛깔을 반질거리면서 얼어있는 젤라또이지만 유지방과 식물성단백질이라는 미묘한 단맛의 차이를 주는 맛들이다.


"저는 소금우유와 순두부 주세요."


"네~ 두 개로 준비해 드릴게요."

달떡 사장님은 분주하게 손을 움직여 젤라또를 감싸서 먹을 '떡피'를 꺼내놓으신다. 아크릴 투명판 뒤의 반짝거리는 윤기가 빛나는 원목 탁자 위에서 조명으로 손님들의 집중을 받는 '달떡'쇼가 펼쳐진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고운 밀가루가 묻어 도톰한 얇은 떡 같은 피가 사장님의 손 위에서 오물조물 마사지를 받더니 조금씩 점점 늘어나고 젤라또 냉장고에 누워있었던 뚱뚱한 반구 모양의 소금우유 젤라또 위에 찰싹 달라붙더니 땅따먹기 하듯 그 위에서 몸집을 고무줄처럼 떡보자기만큼 커지고는 완전하게 젤라또를 품에 앉는다. 김고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오오...'라고 감탄하며 구경하는 1분도 채 안되어 달떡이 하나 작업대 위에서 완성되고 또 다른 백반구인 순두부 젤라또가 흰색 떡보자기에 싸여 보부상 주머니의 천처럼 고운 옷을 입는다. 각 젤라또에 맞춰서 떡피도 색깔을 정확하게 선정하셨는지 같은 흰색이라도, 소금우유의 떡피는 선명하고 깨끗하게 더 밝은 색상인데 반해 순두부의 떡피는 투박하고 미묘하게 더 진하고 탁한 흰색을 띤다. 두 개가 나란히, 말린 대나무잎과도 같은 그릇 위에 놓여있으니 베이비파우더를 바른 아기 엉덩이처럼 귀엽다.

"기대되는데요, 먹어볼까나."


젤라또는 녹는점이 기존 아이스크림들 보다는 낮기 때문에 손보다는 매장에 비치된 나무포크로 먹으라고 추천을 해주시지만 이 토실토실한 떡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김고로는 손가락으로 쥐고 손바닥만 한 달떡젤라또를 베어 먹는다.

몰캉몰캉 사각사각


얇은 크래커만큼 두께가 얇은데, 그날그날 뽑아내는 떡이기 때문에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쫄깃한 떡이 처음 앞니와 어금니에 닿으며 찹쌀떡의 식감아래에서 고소하며 달콤한 젤라또가 앞니에 얼음결정들을 흩뿌리며 입안으로 굴러들어 온다. 유지방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에 짭짤한 소금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소금우유 달떡


"오오오....! 이거 떡피의 식감이 훌륭하네요. 첫 입에 닿을 때 촉촉한 느낌과 젤라또와 함께 잘려나가는 쫄깃하고 시원한 식감에, 달콤함."


나도 모르게 한입을 먹고는 순식간에 두, 세입을 더 먹고 오물오물 거리는 떡의 맛을 즐기다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소금우유 호수에 혀와 양볼을 담그고는 우유의 단맛과 소금의 짠맛을 머금으며 잠시 젤라또를 음미한다.


"와...."

순두부 달떡

김고로는 홀린 듯 순두부 달떡을 조심스레 집어 들고는 보름달을 반달로 만든다, 뚱뚱한 반달이 된 달떡젤라또의 속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두부의 풋풋한 콩내음이 아이스크림의 단맛과 어울려 우유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진한 콩국물 혹은 두유를 곱게 얼린 맛이다. 씹어서 입에서 녹일 때마다 눅진한 두부와 은은한 단맛이 치아와 잇몸사이를 가득 채운다.


"사장님, 이거 젤라또가 이미 맛있는 건 저도 압니다만, 이 떡피가 매력적이네요."


"입맛에 맞으세요? 감사합니다."


김고로는 쫄깃하고 촉촉한 떡피에 감동을 받은 나머지 떡피에 대한 얘기를 같은 말로 3번이나 해드렸다. 사장님께서도 미식을 즐기는 식도락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요즘은 어느 식당을 좋아하세요?'라는 사장님의 질문에 사장님과 한참 동안을 강릉의 식당들과 음식들에 떠들던 김고로는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사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후식을 위한 그날의 산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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