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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로 Sep 02. 2024

[미식일기] 피셔맨웍스, 강릉

강릉 제일 버금갔던 수산물 골목에 부활한 해산물 수제버거, 싯가 아닙니다

강릉 용강동의 서부시장은 현재 강릉에서는 여름날 야시장과 푸드트럭 축제 등을 자주 여는 곳으로, 먼 옛날에는 강릉바다에서 잡힌 수산물을 구입하기 위하여 몰려드는 손님들과 대형 수산물 어판장 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옛 기억을 대표하는 기름집과 술집, 밥집 등에 비교적 '최신'을 대표하는 가맥집과 와인바, 이자카야집, 순두부짬뽕을 판매하는 금정식당, 맛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즈므 브루어리 등으로 이루어진 시장 겸 축제 공간이다. 근처에는 강릉에 거주하는 예술작가들의 공방들과 주민들의 단독주택들이 주상복합건물과 주차장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는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 및 먹자골목 노릇을 하는 곳 중 하나이다. 실제로 여름이나 겨울에는 서부시장 주차장 근처 술집들의 야외 테이블에서 소주, 맥주와 식사를 즐기는 가족들과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는 장소.


위에 언급한 금정식당이나 떡만둣국과 신선하 콩국수를 제공하는 문화식당, 잔잔한 카페인 즈므 로스터리는 김고로가 애정하는 서부시장의 대표적인 식당들이다. 문화식당의 맞은편에는 강릉 상이군경회관 건물 1층에 맞은 점포들이 있는데 베이커리 종류와 음료 등을 판매하던 '바우어마켓'의 사장님들께서 새롭게 같은 자리에 여신 '피셔맨웍스'의 주 메뉴는 이름에서 살짝 유추할 수 있듯이 해물을 사용한 요리다. 새우버거와 소프트크랩을 튀겨 넣은 크랩버거 그리고 수제버거 집에서는 항상 볼 수 있는 소고기패티가 들어간 치즈버거로 새롭게 개업한 그 가게, 수제버거를 워낙 좋아하는 김고로가 그냥 지나칠리는 없었다.


강릉 시내 명주동에 이미 미미즈베케이션이라는 훌륭한 수제버거 가게가 있기에, 그와 같은 맛있는 수제버거 집이 또 있다면 환영이다, 강릉 내 대부분의 수제버거 집들은 초당, 강문 등 강릉의 해안선 근처에서 영업을 하고 있기에 환경을 사랑하는 뚜벅이 김고로에게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가기 어렵기에 아쉬웠지만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서부시장에 수제버거가 생겼으니 반가운 일. 금요일 저녁, 피곤한 업무를 마친 김고로는 이쁜 그녀의 손을 잡고서 서부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전에 '바우어마켓'이었을 때 재즈 공연을 몇 번 봤었는데, 이제는 수제버거 집에 도전하시는구나."


"응, 사장님들 같은 분들이더라."


바우어마켓이 폐업을 한 후, 그 자리에는 무언가가 또 들어오려나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다음 가게가 들어와서 과연 어떤 가게이려나 싶었는데 수제버거라니. 어떠한 맛과 콘셉트의 가게이려나, 궁금함이 앞섰다.


마지막 주문까지 남은 시간이 30분이 조금 더 남았기에 우리는 들어가자마자 생각해 두었던 새우버거 두 종류와 김고로의 배를 더 채우기 위한 더블치즈버거를 주문했다, 치즈버거를 더블로 추가해서 먹지 않으면 무언가 굉장히 중요한 실수를 하는 느낌이기에 김고로는 '묻고 더블'로 갔다. '피셔맨웍스'라고 적힌 푸른 글자에 하얀색 어닝, 가게 안은 흰색과 푸른색을 기본으로 부둣가 근처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에서 앉아있는 느낌이 아는 밝은 색이 감도는 나무 탁자와 의자, 그리고 주변에는 물고기 그림과 어부들의 사진들, 실제로 배를 타는 어부들이 운영하는 수제버거는 아니지만 적어도 바닷가의 맛을 담은 수제버거를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내부 장식들이었다.


"소프트 크랩을 통째로 넣은 크랩버거가 있네... 소프트 크랩, 맛있지. 새우X 과자 맛이 나."


"게살과 고추냉이는 공식인가 봐, 여기도 크랩버거에 고추냉이크림을 소스로 넣어주네."


주문한 버거들과 사이드로 나올 송고버섯 튀김을 기다리며 메뉴판을 보고 벽 가운데 주방으로 뚫린 큰 구멍을 통하여 흘러나오는 바삭바삭 터지는 튀김들의 소리,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고기 패티의 냄새를 들으며 어떤 맛일지 기대해 보는 김고로와 이쁜 그녀였다.


"버거 나왔습니다~"


"네~!"


손님의 셀프 주문을 위한 전자 패드와 계산대가 있는 널찍한 계산대의 음식 수령 및 식기반납 공간으로 은색 스테인리스 쟁반 위 가지런히 정리된 버거 3종과 송고버섯튀김, 음료들이 나오자 배가 매우 고팠던 김고로가 버선발은 아니지만 후다닥 일어나서 음식들이 가득 담긴 쟁반을 탁자 위로 가져온다.


피셔맨웍스의 사이드 메뉴, 송고버섯 튀김. 쫄깃하고 향긋함이 매력이다. 혼합 허브들의 맛이 두드러지는 마요네즈 소스가 인상적

버거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그보다 먼저, 송고버섯을 튀기면 무슨 맛일지 궁금했던 김고로는 포크를 들어 송고버섯 튀김을 하나 집어든다. 송고버섯은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표고버섯 종류 중 하나인 백화고를 개량한 버섯인데 외모는 표고의 머리와 송이의 기둥을 닮고, 맛은 표고의 향과 송이의 식감을 가졌다. 이 버섯을 고기와 함께 구워 먹어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이 버섯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바사사삭


쫄깃


"생각했던 대로 맛이 좋아. 송이버섯처럼 쫄깃한 맛에 향긋한 표고의 향이 훌륭해. 표고버섯 향이 달콤하거든."


"이거 쫄깃하니 맛이 좋다, 수분감은 조금 없지만 대신에 식감으로 채우니까."


원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수분이 많은 양송이버섯튀김은 피자펍을 콘셉트로 하는 가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메뉴고 김고로가 좋아하는 원주의 어바운드피자도 양송이버섯을 주력메뉴 중 하나로 쓸 정도로 이제는 흔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라, 송고버섯을 사이드메뉴로 넣은 선택은 향과 식감면에서 수제버거 메뉴들 사이에서 입맛을 환기시키기 좋기에 의미 있는 결정이다. 그런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김고로와 이쁜 그녀는 송고버섯들을 먼저 초토화시키고 이쁜 그녀는 허브마요네즈 소스가 담겨있던 그릇을 슥슥 닦아서 핥아먹을 정도로 좋아했다.


"이 소스 맛있어, 코에 허브향이 묻는 맛이야."


"그래? 네가 좋아하니 나도 좋다, 이제 수제버거를 먹어볼까. 나는 (오리지널) 치즈버거 먼저."


"나는 핫 쉬림프버거 먹을래. 이거 반은 너 줄게."


"그래, 그럼 타르타르 쉬림프버거는 나눠먹자."


푹신한 브리오슈 번에 짙게 구워진 쇠고기패티와 치즈, 거기에 캐러멜라이즈드 양파와 딜을 넣은 피클, 단순한 조합의 수제버거라서, 김고로는 복잡하게 이것저것 넣어서 두껍게 만든 수제버거보다는 이런 소박한(?) 구성의 재료를 넣은 피셔맨웍스의 치즈버거가 마음에 들었다. 사실 맛있는 빵에 잘 구워진 쇠고기를 끼우는 것만으로도 원시적이지만 최고의 수제버거 조합이니까.


와작


수제버거는 보이는 것보다 맛있을 수 있으며 이는 실제로 맛있기 때문입니다.

브리오슈 번의 구수함 사이에 살코기와 지방이 적당하게 잡힌 쇠고기 패티, 기름지지도 않고 뻑뻑하지도 않게 균형이 잘 잡힌 패티다. 김고로는 개인적으로 육즙과 기름이 가득 터져서 흘러나올 정도의 패티를 좋아하지만 이 정도의 균형이 잘 잡힌 맛의 패티도 환영이다. 거기에 진득하고 고소한 치즈가 녹아내리고 달콤하면서 치즈, 패티 사이의 맛을 잡아주는 양파볶음, 하지만 피셔맨웍스 치즈버거의 '백미'는 바로 딜피클이다. 새콤하면서 아삭한 식감으로 딜의 풍미와 함께 느끼하거나 무겁고 끈적할 수 있는 치즈버거의 식감과 맛을 깔끔하게 잡고, 계속 입맛을 잡아당기며 턱의 저작운동을 끊이지 않게 만든다. 이는 번, 패티와 채소, 소스 등의 상관관계와 효과를 생각하면서 만들어낸 치밀한 계획의 결과임을 의심치 않는다.


"피셔맨웍스 치즈버거의 주인공은 딜피클이다. 이거 없었으면 다른 버거가 되었을 거야."


"그 피클이 그 정도야?"


"응, 그 정도로 여기서 중요한 재료야."


김고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빙긋 웃으면서 치즈버거를 한입 더 베어문다, 음식은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지 않겠는가.


돈까스 버거 아닙니다, 다진 새우살패티에 적양배추와 당근, 매콤달콤한 소스가 끼얹어진 핫 쉬림프 버거입니다

김고로가 치즈버거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이쁜 그녀가 남겨준 핫 쉬림프 버거의 반까지 야무지게 먹는 사이에 이쁜 그녀는 자신의 핫 쉬림프 버거 반쪽과 송고버섯 튀김들 옆에 있던 허브마요네즈를 긁어먹기를 막 끝내고 있었다.


"이제 타르타르 쉬림프 버거를 먹을 차례군."


타르타르 쉬림프 버거도 마찬가지로 나이프를 들어 정확하게 반으로 가른 후 패티를 유심히 바라본다, 이 새우패티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칼질로 새우살을 다져서 뭉치는 노력을 했을까. 다져지지 않고 패티 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커다란 새우 조각들을 보면서 이 새우패티에도 얼마나 많은 애를 썼을지, 김고로는 짐작할 수 있었다.


새우, 타르타르 쉬림프 버거에 잠들다.

바삭, 사각사각


바삭한 새우패티의 튀김옷을 뚫고 들어가니 통새우의 살이 탱글거리면서 치아 사이에서 터진다, 그리고 고소하고 담백한 새우살과 양파, 채소와 그 밑에 깔려있는 상큼한 딜피클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며 김고로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게 새우버거지."


"그렇지, 이런 게 새우버거지."


김고로의 맞은편에서 같은 타르타르 쉬림프버거를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미소 지으면서 먹는 이쁜 그녀도 피셔맨웍스의 타르타르 쉬림프 버거가 꽤나 마음에 들은 모양이었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구나, 해산물버거 맛있네."


"그렇지, 새우도 해산물이니, 새우버거 좋네."


피셔맨웍스의 새우버거는 접근성이 높은 수제버거다, 수많은 패스트푸드 버거 프랜차이즈에서도 새우버거가 있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고 그 맛이 어떠한지도 잘 알고 있기에 피셔맨웍스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겁먹지 않고 마음 편하게 주문할 수 있으며, 치즈버거처럼 조합도 단순하며 그 맛도 기본적으로 보장이 되는 맛. 특히나 손님들이 수제버거 집에서 바라는 높은 품질을 갖추고 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갔기에 만족도가 높은 버거다,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그러한 버거가 되기를 기대하는 김고로였다.


"이제 가자, 사장님들도 퇴근해야지."


"그래 그래."


김고로와 이쁜 그녀는 깔끔하게 비워진 스테인리스 쟁반을 주방을 돌려드리고 다시 강릉 서부시장의 밤거리로 사라졌다.


"새우버거 또 먹으러 오자."


"그래, 그러자."


피셔맨웍스의 새우버거를 또 먹을 생각에 이미 신난 이쁜 그녀와 김고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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