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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May 24. 2024

불운과 행운 사이

운수 좋은 날


요즘 자전거에 맛이 들렸다. 일레클이라고 잠깐 대여해 타는 자전거인데 버스비보다 비싸다. 처음에는 마트 장 보러 가려고 탔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전거를 타기 위해 마트에 간다. 그만큼 재미가 들렸다. 그래서 내친김에 한 달 패스도 끊었다. 그리고 끊자마자 자전거를 탔다. 그런데 얼마쯤 갔을까. 바지 주머니가 가벼운 것이다.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집에서 나올 때도 주변에 자전거가 없어서 자전거를 찾느라 3 정류장을 걸어왔는데 오늘은 차라리 버스를 탔어야 했던 날인가 보다. 뭔가 안 풀린다 싶더니 일이 난 것이다. 지나온 길을 몇 번을 걸어서 왔다 갔다 했지만 핸드폰은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안 보이는 걸 보면 누가 주운 것이 분명했다. 핸드폰이 없으면 당장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 망한 거다. 회사 알림을 볼 수도 없고 회사 톡을 볼 수도 없다. 더 멘붕인 것은 핸드폰이 없으면 자전거를 반납할 수가 없다. 요금은 요금대로 계속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서 꽤 멀리까지 왔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 찾다가 집으로 뛰어갔다. 


집에 도착해 PC카톡을 켰다. 가족에게 보이스톡을 했다. 내 핸드폰으로 전화 좀 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누가 주워서 보관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앞단지에 사시는 분이었다. 결과적으로 후다닥 앞단지로 달려가 휴대폰을 찾았고 작은 사례로 음료수를 사다 드렸다.  하마터면 100만 원 이상을 날릴뻔했는데 고작 과일음료로 사례를 한다니 죄송스러웠다. 핸드폰을 주워주신 분은 너무나 인자하신 어르신이었고 과일주스를 받으시고 답례문자까지 보내주셨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순간 올해는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는 렌즈를 맞췄는데 맞춘 지 이틀 만에 딱 한번 끼고 싱크대에 흘려보내는 바람에 한 짝을 다시 맞춰야 했다. 집에서 2시간 반 거리 안과였고 한 짝 가격은 13만 원 정도였다. 졸지에 50만 원 가까이를 날려 버렸다. 거기다가 자잘한 힘든 일들이 있어서 꽤나 우울감에 빠져 있던 날들이었다. 그런데 생전 처음 핸드폰까지 잃어버리다니.. 정말 최악의 최악이었다. 난 이렇게 거지가 되는 건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다시 핸드폰을 찾을 수 있었고 게다가 너무 좋으신 분이 내 핸드폰을 주워주셨다.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할까 좋았다고 해야 할까. 불운과 행운은 붙어있다는 게 이런 걸까.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났던 일이지만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또 한 번 큰 인생 공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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