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답답했던 요즘.. 회사에서도 계속 짜증만나고 아무하고도 말하기 싫고 그래서 급하게 표를 끊어 제주도를 다녀왔다. 숨 좀 쉬려고..
#1. Kimpo Airport Departure Hall
전날 밤늦게 퇴근하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김포공항으로 갔다. 한 4시간 잤나.. 하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몸이 꽤 가볍게 일어나 졌다. 역시 출근길과 여행길은 다르다.
새벽에 왔는데도 사람이 많았던 출국장.
너무 좋다.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다.
잘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십 번 고민했다.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다녀오면 일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그냥 집에서 쉴까..
#2. Jeju Airport
제주 공항 도착. 제주도에 오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 강풍으로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이륙해 상공을 20분을 더 돌다가 겨우 착륙했다. 이때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어야 했다.
장마기간 제주 여행이었지만 내가 가는 날만 운이 좋게도 날씨가 화창 했다. 모든 게 완벽할 것만 같았던 날들.
#3. Today's journey
오늘의 여정은 이랬다. 당일치기인만큼 많은 곳을 갈 수가 없었다. 곽지 - 한담 해안 산책로 - 애월 카페거리. 이렇게 간단한 경로를 잡았다. 완벽했다.
제주공항에는 의외로 버스가 많았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버스가 없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버스가 많이 다니는 것 같다. 물론 내가 버스가 잘 다니는 곳을 고른 것도 있다.
제주 공항에서 급행버스를 타고 애월 환승정류장에 내렸다. 202번을 갈아타기 위해. 여기서 40분을 기다렸다. 버스 한 대가 사람이 많다고 그냥 갔기 때문에..
#4. Gwakji Beach
힘겹게 힘겹게 곽지 해수욕장 도착. 근데... 바람이 너무 심했다. 거짓말 아니고 태풍급이었다. 사람이 서 있기도 힘들었다. 모래바람 때문에 해수욕장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모래로 맞으면 이렇게나 아픈지 이날 처음 알았다.
하지만 바다는 절경이었다. 바다 색깔이 정말 말이 안 나올 만큼 예뻤다. 차마 말로써 만들 수 있는 더 이상의 감탄사는 생각나지 않는다. 사진으로 대신한다.
#5. Handam Coastal Walkway
곽지 - 애월까지 한담 해안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을 꼭 걷는 것을 추천한다. 단, 여름은 피하자. 여기 걷다가 온몸에 햇빛으로 화상 입고 땀으로 샤워했다.. 하지만 이곳을 걸으면서 감상했던 풍경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제주에 와서 본 바다 중에 제일 예뻤다. 전에 제주에 2박 3일 동안 왔던 적이 두 번 있는데 그때보다 당일로 온 오늘이 바다 구경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그동안 사람들이 왜 제주를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뚜벅이로서 제주는 그저 힘들었기 때문이다. 호텔콕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근데 오늘 알았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반했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아마 이 모습이 앞으로 계속 그립고 생각나겠지. 눈에 가득가득 담아가야지.
#6. Jeju Stonewall Road
제주 돌담도 오늘 처음 봤다.. 그동안 제주 와서 뭘 본 거냐.. 반성해라 나 자신..
저기 팀 블로우라는 카페가 유명하다고 한다. 엄청 높은 곳에 있어서 아마 뷰가 좋은가 보다. 하지만 나는 오늘 가고 싶은 카페를 정해왔기 때문에 지나쳤다. 당일로 온 사람에게 카페 두개는 사치다..
그렇게 내가 정한 오늘의 목적지는 다 보았다. 땀과 강풍에 생쥐꼴이 되어서 카페에 겨우 들어갔지만..
여름에 특히 장마기간에는 절대 절대 오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선선하고 햇빛이 강하지 않은 9-10월이 딱 좋은 것 같다. 그때 와야 야외에서도 편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가을쯤. 잎들이 아직은 푸릇함을 유지할 딱 그때쯤. 물론 여름의 제주도 좋지만... 선크림 꼭 바르고 오기..!
#7. Suddenly...Bye, Jeju
제주 도착한 지 4시간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곽지에서 애월까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35분 이상 걸린다. 그렇게 땀 샤워를 하고 아무것도 못 먹고 겨우 카페를 들어가서 빵과 커피를 시켰는데 강풍으로 비행기 결항이라고 문자 옴... 카페도 엄청 비싸다. 커피랑 빵이랑 해서 2만 원이었는데.. 먹지도 못하고 다 내려놓고 결항 알림 보자마자 공항으로 달려갔다.
내일 당장 출근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새하얗게 되고.. 진땀이 났다. 애월에서 공항까지 가는 1시간 넘게 비행기표를 잔뜩 예매했다. 다음날 오전 비즈니스석까지 잡아놨다. 어떻게든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내가 타려던 비행기만 결항이고 다른 비행기는 다 뜨고 있었다. 저가 항공을 끊었었는데 결국 돈을 더 내고 대한 항공을 타고 돌아왔다. 다시는 저가 항공을 안 타리라.. 어플을 지워버리고 대한 항공 어플을 깔았다.. 물론 그게 저가 항공의 문제이겠냐만은.. 대한 항공은 결항이 전혀 없는 걸 보고 그냥 안전하게 여행하는 게 최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8. Is it good luck or bad luck?
역시나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행을 해보면 더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그래서 인생이 재밌는 거라고 한다. 그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계획에서 틀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주변에서 나를 완벽 주의자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완벽주의자가 모든 일에 완벽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완벽 주의에 강박이 있는 것을 뜻한다. 내가 조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제주 여행은 행운이었던 걸까. 불운이었던 걸까. 내가 보려고 했던 것을 다 보고 나서야 결항 문자를 받았다. 결국 볼 건 다 보고 돌아간 여행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을 못할 줄 알았는데 비록 비싼 돈을 냈지만서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장마기간인데도 화창한 제주 날씨에 여행할 수 있었다. 물론 아주 강한 바람이 불긴 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봐도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불운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하루였다. 하지만 아마 행운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제주도에서의 4시간. 아주 잠깐이었지만 숨이 쉬어졌다. 다녀오니 그래도 살 것 같았다. 정말 좋았던 여행은 다녀오고 나서야 안다. 가기 전도 여행하는 중도 아니다. 다녀오고 나서 그 순간이 계속 생각나고 그립다면 그게 진짜 좋은 여행이었다는 증거다. 사람은 좋은 기억으로 버틴다고 한다. 그 말이 맞다. 오늘 보고 온 제주의 모습으로 또 당분간을 버티며 살아갈 거고 살면서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왜 일상에서 쉼표가 필요한지, 여행이 필요한지 이제 알 것 같다.
때때로는 오늘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도 재미있다. 많은 걸 느끼고 온 여행이다. 쉬고 살자. 좋은 것을 보고 살자. 힘들 때 꺼내 볼 보물 상자를 많이 만들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