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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Nov 14. 2024

11월_경주

November. Gyeong_ju

여행에서 계절은 참 중요하다. 일단 여행은 야외활동이 많기 때문에 날씨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을은 여행에 안성맞춤인 계절이다. 그리고 계절별로 볼 수 있는 풍경도 다르다. 여름과 봄에는 푸릇푸릇한 기운을 느낄 수 있고 하늘색과 초록색의 풍경들이 장관을 이룬다면 가을은 어디를 가도 감성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노란색과 황색깔의 배경에서 볼 것은 딱히 없고 쓸쓸하지만 가을에서 느낄 수 있는 오후 햇빛의 조명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되돌아보면 가을에 다녔던 여행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이러한 다채로운 의미에서 가을 경주 여행은 최적의 선택이었다.


가을 오후의 햇살 _ 경주_ 스컹크 웍스_3PM






1. 1박 2일의 경주 여행 시작_KTX_스타벅스


아침의 서울역


아침 10시쯤에 있는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왔다. 평소 같으면 더 일찍 움직였을 법도 한데 일단 전날 일을 해서 늦게 들어왔고, 당일치기 여행이 아니라 굳이 아침 일찍 갈 필요도 없었고, 무엇보다 10시 기차표가 무려 만원이나 저렴했다. 나의 계획은 맥모닝을 사서 KTX를 타는 것이었지만 굳이 무언가가 당기지 않았다. 원래 아침에 커피 한잔만 마시는 게 버릇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30분을 고민하다가 스타벅스로 갔다. 토피넛라테가 새로 나왔다며? 겨울인데 한잔 마셔줘야지. 호기롭게 토피넛 라테를 시켰다. 음.. 역시 단 음료는 한 입 먹으면 질린다. 결국 반 이상 남기고 경주 도착해서 버렸다.


TIP. 아침의 서울역 스타벅스는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 상상을 초월이다.  따라서 커피를 한잔 들고 기차를 타려면 무조건 적어도 출발 20-30분 전에는 주문을 하길 바란다. 반면 맥도널드는 금방금방 나오고 대기도 없었다. 만약 커피를 한잔 해야 하는데 스타벅스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면 역사 안에 있는 맥도널드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소문으로는 맥커피도 스타벅스 이상으로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





KTX는 수원을 정차하는 열차라 그런지 경주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거의 3시간 내외로 걸린 것 같다. 바깥 풍경을 보고 음악을 듣는데도 너무 지루했다. 예전엔 그저 재미있기만 했는데 이제 오랜 시간 이동하는 것이 꽤 지루하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견뎌 드디어 내 생에 처음으로 경주에 도착했다. 이 나이 먹도록 경 주한번 못 가봤다 그러면 다들 놀라지만 사실이다. 수학여행으로도 경주를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수학여행은 모두 제주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경주를 와보니 수학여행은 경주로 왔어야 했다. 한국사를 열심히 공부하던 그 학창 시절에 경주를 왔으면 정말 배울게 많았을 텐데 다 까먹은 지금에서야 온 게 조금은 아쉽다.


경주역에 내리면 버스가 굉장히 많다. 뚜벅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1박 2일 동안 여행하는 내내 그 걱정이 무색했을 정도였다. 일단 우리 동네보다도 버스가 자주 오는 것 같았다. 노선 하나별로 배차 간격은 길지만 비슷한 노선들이 정말 많아서 일단 주요 관광지와 주요 호텔을 이용하기에는 뚜벅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니 안심하고 여행하길 바란다.


2. 황리단길


처음 마주한 경주의 시내 풍경이다. 황리단길에 내리니 릉이 정말 많았다. 엄청 넓은 공원인 줄 알았는데 다 릉이었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였다. 역사를 배울 때 삼국 중 신라를 가장 좋아했다. 그런데 경주에 실제 와서 보니 신라가 더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경주는 정말 산이 많았다. 곳곳이 다 산이었다. 이러한 지역에 어떻게 나라를 세우고 그만큼 발전할 수 있었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경주역을 떠나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경주의 황리단길이다. 황리단길을 가는 버스는 굉장히 많고 버스 앞에 대문짝만 하게 황리단길이라고 쓰여있기 때문에 금방 찾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무슨 버스를 타는지 모른다면 그냥 외국인들이 타는 버스 우르르 타면 된다. 경주에 와서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정말 외국인이 많다는 거다. 여기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마을버스에도 80%가 외국인이고 심지어 경주에 있는 대학교 학생들도 외국인이었다. 중국인도 많고 일본인도 많고 서양인도 정말 많았다. 한국인들은 경주를 떠나고 외국인 관광객들로 채워진 느낌이었다. 


#십원빵

경주 십원빵

내가 경주에 온 목적 중 하나이다. 이것을 위해 경주를 그토록 오고 싶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에 지방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어보고 반했던 십원빵. 그때 알았다. 십원빵의 본고장은 경주라는 것을.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 실망 실망, 대실망을 하고 왔다. 내가 십원빵 가게를 잘못 고른 건지.. 고속도로 십원빵이 정확히 백만 배 맛있었다. 빵 자체도 맛이 너무 없었고 안에 치즈도 거의 끝에 가서 조금 나왔다. 아무래도 내가 십원빵 가게를 잘못 고른 것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가게에서 다시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다. 만약이라는 확률로 더욱더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돈 버렸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이번은 그저 경험으로 치자 정도로 끝냈다. 십원빵 말고도 경주에는 정말 빵집이 많았다. 겅주빵.. 이상복빵.. 찰보리빵.. 하지만 다 아는 맛 같았기에 더 이상 빵은 먹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 이상복 빵은 웨이팅이 정말 길었다. 그만큼을 기다리고서라도 먹을 만큼의 맛인지 궁금했지만 내 사전에 음식 앞에 웨이팅은 없는 사람인지라 쿨하게 지나쳤다.






#황리단길의 카페들

황리단길 카페들

황리단길은 모두 한옥 집들이다. 때문에 정말 예쁜 카페들과 음식점들이 많다. 하지만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아마 그중에서도 잘 되는 곳만 잘되겠지. 생각보다 임대문의가 붙어 있는 상점들도 꽤 많았고 그렇게 활기가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평일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한적한 여행을 원한다면 주말보다 평일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가고자 하는 카페와 음식점은 모두 편히 이용가능할 것이다.

 

#스컹크 웍스

그중 가장 이쁘고 눈에 띄었던 곳은 스컹크 웍스라는 카페였다. 브이로그에서도 본 적이 있었는데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예뻤다. 다음에 경주에 오면 한번 가봐야지 하고 지나갔는데 결국 다음날 참지 못하고 마지막 코스로 들어갔다. 상상 이상으로 예쁘니 경주 황리단길에 가면 꼭 한 번은 가보기를 추천한다. 경주 여행을 회상하는 지금도 그 카페에서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아이스 음료는 리유저블 컵에 담아준다. 대형 카페치고 커피 값이 그리 비싸지도 않다. 스타벅스보다 싸다. 이러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사실 안에 들어가면 별거 없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날이 좋은 날 야외 좌석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느지막한 오후에 야외에서 카페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고 앉아있으면 그 기분은 마치 신라...




3. 첨성대

황리단길에서 빠져나와 첨성대로 향했다. 교과서에만 보던 사진을 내가 실물로 보다니.. 감격해서 눈물이 나오면 좋으련만 나에게 '감동'이라는 단어는 꽤나 어색하다. 특히 '감동+눈물'이라는 조합은 더더욱 어색하다. 황리단길 입구부터 첨성대로 가는 길은 꽤나 멀다. 그렇다고 차를 타고 가기에는 애매하다. 교과서에서 배우기로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했는데 육안으로는 파악이 어렵다. 첨성대에 불이 들어온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다음에는 황리단길에 숙소를 잡고 밤에 야간산책을 나가봐야겠다. 첨성대는 천문관측을 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 내부가 너무 궁금했다. 사실 어느 문화재나 그렇듯 자극적인 즐거움은 없다. 그저 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지. 첨성대 앞에 핑크 뮬리도 유명하던데 가을이라 핑크 뮬리는 없었다.



4. 월정교


월정교

이번 경주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 곳이다. 다음에 경주를 또 오게 된다면 이곳은 무조건 다시 올 것이다. 사실 중국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정말 장관이다. 멋있다는 말로 설명이 안되지만 그 표현 외 더한 감탄사나 더한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월정교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과 건너편 교촌마을

월정교까지 왔으니 그래도 한번 건너봐야 하지 않겠나. 다리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한옥 프레임이라는 액자 속 사진이었다. 사실 사진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멋과 분위기가 있다. 월정교를 건너가면 저렇게 돌다리가 있다. 그 돌다리를 건너면 교촌마을이다. 사실 돌다리는 조금 무서웠다. 그리고 사람이 정말 많아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 줄 일방통행이다. 정말 잘못해 발을 헛디디기라도 한다면 바로 물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꽤나 조심조심하며 건너야 한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 건너니까 무슨 행운의 다리 같기도 해서 건너보기로 했다. 다행히 물 한 방울 튀지 않고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가을의 월정교와 월정교에서 바라본 풍경들_ 가을 경주 여행의 행운

가을에 경주 여행을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여름에는 절대 볼 수 없는 햇살과 푸릇함. 여기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추워져도 다시는 이러한 햇살과 이 정취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리도 조급히 경주에 온 이유다. 사실 12월에 갈까도 많이 고민했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떠나기 전 갈까 말까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 고민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런데 경주에 오고자 결심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계절이었다. 경주라는 곳은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지금만 볼 수 있는 경주의 모습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옳았다.



5. 교촌마을

교촌 마을의 어느 카페_ 아우디가 생각나는데..?

교촌마을은 그냥 한옥마을이다. 나는 왜인지 모르게 교촌 치킨이 떠올랐다. 그래서 찾아봤는데 교촌 마을에 교촌 치킨은 없었다. 사진은 아쉽게도 없지만 교촌 마을에 경주 최부자댁 가옥이 있다. 경주 최 씨.. 처음 알았다. 교촌 마을의 볼거리는 이 경주 최부자댁인 것 같다. 생소하고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봤는데 경주 최부자댁은 노블레스 오즐리주를 몸소 실천했던 가문이라고 한다. 그 가문에 내려오는 육훈이 있는데 아래와 같다.

경주 최부자댁 육훈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2.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3.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4.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5.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6.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나는 이 중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라는 6번째 가훈이 가장 마음에 든다. 최부자댁이라는 이름만 듣고 떠올렸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신라시대에도 이렇게 착한 부자들이 있었다니 하는 아주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국사 책에서 맨날 탐관오리나 귀족의 횡포만 배워와서 자연스레 그런 것들이 먼저 떠올랐던 것 같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란 프랑스어로 귀족을 뜻하는 노블레스와 책임감이라는 말의 오블리주가 합쳐진 것으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어릴 때 생각했다. 나도 나중에 돈을 벌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근데 세상이 나에게 그 기회를 주지 않네.. 죽기 전에 그 의무를 다해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최부자댁의 육훈을 마음에 새기려 한다.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를 그날을 위해...



6. 동궁과 월지

동궁과 월지의 풍경

입장료가 있다. 3000원이다. 야경 때문에 받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낮에 가서 야경은 보지 못했다. 이곳의 야경이 그렇게 뛰어나다던데 야경을 보지 못한 게 아쉽다. 낮에 가니 볼 것은 정말 없었다. 나를 포함해 관람객이 4명이었다. 심지어 나는 이곳이 포석정이 있는 곳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전혀 아니었다. 교과에서만 보던 포석정을 직접 보는 줄 알고 부풀어 있었는데 말이다. 술잔을 돌려 마셨다던 그 공간에 꽤나큰 충격을 받았던 중학생 시절이 생각났는데 무척 아쉬웠다. 생각보다 부지가 크지도 않고 그냥 건물 몇 채와 연못이 있다. 역시나 중국 느낌이 난다. 경복궁이나 서울의 궁궐들처럼 조선시대의 한옥들은 정말 한국 느낌이 난다면 신라 시대의 건축물들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중국식 느낌이 강하다. 아무래도 중국과의 활발한 교역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아무튼 이곳은 입장료도 있으니 밤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








7. 숙소_ 경주 힐튼

내가 이번에 선택한 숙소는 경주 힐튼이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주자면 황리단길의 숙소들은 거의 만실이었고, 호텔보다도 비싸다. 오히려 호텔들은 경주의 시내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 황리단길보다 저렴한 편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남은 곳이 이곳뿐이었다. 동궁과 월지에서 버스를 타고 꽤 걸린다. 한 40분 정도 온 것 같다. 불국사에서는 그리 멀지 않다. 경주 힐튼은 보는 것처럼 꽤 오래된 호텔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래된 호텔 치고는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로비도 너무 좋았고, 룸 컨디션도 너무 좋았다. 물은 연수라 그런지 씻어도 씻어도 미끄덩했다. 어매니티를 잘못 넣었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떤 블로그에서 보니까 힐튼 호텔 물을 쓰고 뾰루지가 들어갔다고 하던데 나는 뾰루지가 났다. 방이 남은 게 없어서 온돌로 예약을 했었는데 침대방으로 체인지를 요청했다. 남는 방이 있으면 바꿔주는 것 같았다. 호텔 주변에는 조금만 걸어 나가면 스타벅스도 있고 롯데 슈퍼도 있다. 아주 고립된 곳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리고 보문 호수 쪽으로 걸어가면 편의점도 있다. 산책 삼아 한 10분 정도 걸으면 편의점이 나오기 때문에 맥주와 안주를 사 오기에 적당하다.





# 경주에서의 첫 한 끼 _ 꼬막 비빔밥

보문호수 산책로 _ 경주 <올바릇 식당>


경주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저녁 7시까지 돌아다녔다. 그러니까 커피 몇 모금과 십원빵 하나만 먹고 하루종일 있은 셈이다. 나는 여행을 가면 잘 먹지 않는다. 일단 돌아다니기에도 시간이 너무 빠듯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1인분을 파는 식당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여행을 가서 가장 놀란 점 중 하나이다. 서울에는 1인 식당들이 그렇게 많고 혼밥이 유행인데 경주만 해도 다 기본이 2인 이상이었다. 사실 교리 김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그것도 2줄 이상부터 판다길래 스킵해야 했다. 그렇다고 리뷰를 모르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고 싶지도 않았고, 앉아서 먹을 시간에 한 군데라도 더 보자고 생각했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그렇게 정말 너무 배가 고파서 근처 식당을 찾다가 <올바릇 식당>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식당 이름만 들어도 뭔가 올바를 것 같았다. 이름부터도 끌렸다. 리뷰도 좋았다. 보문호수 산책로를 따라가면 나온다고 했다. 산책도 할 겸 가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산책로에 사람도 없고 너무 조용하고 밤은 좀 무서웠다. 불이 켜져 있기는 했지만 그리 밝지는 않았다. 그런데 도착한 식당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였다. 다행히 혼자라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요리를 먹고 싶었지만 혼자 갔기에 꼬막 비빔밥을 시켰다. 이럴 때 혼자 여행하는 게 살짝 아쉽기는 하다.


일단 꼬막비빔밥의 비주얼과 맛은 모두 합격이다. 같이 나온 미역국과 반찬들도 모두 맛있었다. 경상도 음식은 간이 셀 거라고 생각한 건 편견이었나 보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경상도 음식들 모두 너무 맛있었다. 나는 역시 경상도랑 잘 맞는 사람인가. 정말 밥과 반찬 모두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 식당이다. 분위기도 맛도 모두 좋았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그리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루종일 굶은 나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한몫했을 것이다. 난생처음 먹은 꼬막 비빔밥에 좋은 기억을 준 식당이었다.


경주 힐튼의 야경


보문 호수 쪽에 한옥 카페도 있는데 리뷰는 그저 그렇다고 한다. 엄청 비싸고 사람도 없길래 가지 않았다. 대신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한 캔 사 왔다. 너무 굶어서 그런지 꼬막 비빔밥 한 그릇에는 배가 부르지 않았다. 여전히 배가 고팠다. 그리고 호텔에 왔으면 밤에 맥주 한 캔은 국룰 아닌가. 평소 같으면 달달하고 맛있는 맥주가 당겼을 텐데 이 날은 테라를 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른의 맛이 당겼다. 아마 너무 굶어서 갈증이 났던 것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맥주 한 캔을 다 마셔 버렸다. 평소 같으면 다 못 마셨을 양이다. 그리고 힐튼에는 제빙기 룸이 있다. 마침 내가 묵은 룸 바로 맞은편이 제빙기 룸이었다. 여행 중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모든 게 완벽하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누가 맥주에 얼음을 넣어 먹냐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주자. 저 유리잔에 얼음을 넣고 맥주를 마시면 약간 바에서 위스키를 한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단 돈 2200원에 말이다. 초가성비 아닌가.














8. 힐튼을 떠나 불국사로_Good bye HILTON

힐튼에서 불국사까지


둘째 날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둘째 날의 일정은 불국사밖에 없었다. 힐튼에서 불국사까지는 가까웠다.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이다. 다행히 힐튼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불국사로 가는 버스들이 꽤 있었다. 버스는 얼마 안 걸리고 바로 탈 수 있었다. 아침이었는데도 버스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역시나 거의 외국인들이었다. 제주도를 갔을 때도 외국인들이 이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유독 경주가 외국인들이 많은 것 같다. 문화 유적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인천공항에서 바로 경주로 온 외국인들도 있었다. 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난 절대 못할 여정이다.




9. 불국사

교과서 각도

<불국사>라는 이름은 불국 정토를 속세에 건설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 뜻이 기가 막히다. 그리고 나는 불국사를 와서 처음 안게 있다. 불국사는 산에 있는 절이었다. 모든 절은 대부분 산에 있다는 것을 알았건만 왜 불국사는 평지에 있다고 생각했을까. 원래 불국사가 연못에 떠 있는 절이었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여부는 모르겠다. 불국사에 온다면 꼭 밥을 먹고 오길 바란다. 일단 아주 약간의 등산을 해야 하고 불국사는 정말 넓고도 계단도 많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된다. 공복 상태에서 오면 오자마자 불국사 입구 찍고 내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불국사는 생각 이상으로 정말 넓다. 사실 봉은사 같은 느낌을 생각했는데 그런 느낌은 절대 아니고 절이라기보다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그냥 딱 관광지 느낌이다.  여행사 투어를 와서 문화 해설을 들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불국사를 보러 오기 전 불국사에 대해, 그리고 신라의 불교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불국사의 다보탑


불국사에 가면 이러한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도 있다. 불국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오사카의 청수사가 생각났다. 그때의 풍경과 불국사의 풍경이 많이 닮아 있다고 느껴졌다. 건축물들이 닮은 것은 분명 아니지만 청수사의 분위기가 불국사에서도 느껴졌다. 사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왜냐면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꽤나 아침이었는데도 정말 많은 단체 관광객들이 있었다. 심지어 각 나라에서 단체로 오고, 수학여행 온 학생들까지 있었으니 절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저 너무나 웅장하고 대단하고 감탄스러운 문화재 하나를 보고 온 느낌이다.



10. 경주의 마지막 여정

밥은 먹고 가야지


생각보다 불국사 여행은 일찍 끝났다. 한 30분 만에 끝난 것 같다. 석굴암까지 가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차를 가져온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뚜벅이들은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 여정이 귀찮다. 그리고 불국사 안에 여행객을 위한 공양간이나 카페, 식당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아니었다. 기념품 가게도 별로 살 게 없었다. 불국사를 내려오면 불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에 편의시설들이 모여있다. 그곳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그곳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새삼 정말 서울과 수도권 인구 집중의 문제점이 표피로 와닿았다. 거리에 활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어제처럼 배가 고프지 않기 위해 불리단길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맛은 잘 모르겠다. 그저 먹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불리단길보다 다른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추천한다. 아니면 황리단길에 나가서 먹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 탁월했던 경주 막걸리

경주 막걸리


밥을 먹고도 시간이 넉넉히 남아 다시 황리단길로 갔다. 어차피 경주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황리단길을 거쳐야 하니 황리단길에 있는 카페에서 좀 쉬다가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경주 막걸리를 하나 샀다. 경주에 막걸리가 유명한지 교촌 마을에 갔을 때도 막걸리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었다. 어제 황리단길을 지나다 본 막걸리 가게가 꽤 기억에 남았기에 사 보기로 했다. 이름은 탁월 막걸리. 말 그대로 탁월했다. 막걸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정말 맛있는 막걸리였다. 탄산이 있는 막걸리 중에 이렇게 맛있는 막걸리는 처음이다. 한 병에 만원 정도로 꽤나 비싸다. 마트에서 막걸리 한 병에 비싸봤자 3000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주에 한번 온다면 그 가격을 내고 사 먹어볼 만하다. 맛은 3가지가 있는데 비싸다고 맛있는 건 아니었다. 내 입맛에는 오리지널 쌀 막걸리고 가장 맛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선물용으로 3가지 맛 세트를 많이 사가는 것 같았다.


막걸리를 사고 어제 찜해두었던 스컹크 웍스에 갔다. 핸드폰 충전도 할 겸 갔는데 사람들도 많고 한옥 카페 분위기도 좋았다. 이렇게 경주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한번 더 경주를 갈 의향이 있느냐를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경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들이 있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너무 많고 역시 천년의 역사를 지녔던 곳인 만큼 발 딛는 곳마다 의미 없는 곳이 없었다. 제주도는 그저 힐링 정도였다면 경주는 무언가 속이 꽉 차는 여행인 것 같다. 사유할 거리도 많고 무엇보다 음식이 정말 맛있다. 처음에는 당일치기와 1박 중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당일치기도 가능은 할 것 같다. 하지만 여유롭게 이곳저곳 보러 다니고 싶다면 차를 가져오거나 시간을 잡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황리단길에 숙소를 잡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아무래도 걸어서 돌아볼 곳이 많으니 여름보다는 가을이나 봄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로써 11월 경주 여행 끝.


TIP.  경주에 오기 전 불국사를 위해 하루 일정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여행 계획을 짰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마도 경주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그마저도 버스로 가면 한 시간도 안 걸린다. 그러니 불국사를 포함해 일정 2-3개 정도는 더 잡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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