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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l 12. 2022

중3 아니고, 예비 고1이라네요.

내 아들은 중3이 맞다.

오후 다섯 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내 물놀이터에서 하하 호호, 신나게 떠드는 아이들이 보인다. 우리 아들도 한때 저기서 친구들과 물총을 쏘며 신나게 놀던 적이 있었다. 그때 환하게 웃던 아들의 얼굴이 아직도 선한데, 중3이 된 아들은 이 좋은 날, 학원에 있다.



- 어머니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몇 학년이죠?


- 중3이요~


- 아닙니다, 예비 고1이죠!


아이의 고입을 앞두고 두 번의 입시설명회를 다녀왔다.

두 번 다 아이가 다니는 대형 수학학원에서 실시한 설명회였다.


설명회 후 나의 감상은 '짠하다'였다.

시작도 전에 진이 빠진 기분이었다.

아. 이제 겨우 중3인데...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헤치고 나가야 할 아이가 안쓰러웠고 그 모습을 지켜볼 내가 막막했다. 살벌하고 험난 정글과도 같은 곳에 떨궈질 아이가 애처로워 감정이 복받쳤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걸까. 

왜 내 아이는 고등수학을 미리 배우고 고등 모의고사를 미리 풀어봐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짠한 마음도 잠시, 아... 선행은 반드시 해야 하는 거구나. 결국 이것저것 시켜야 하는구나.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렇게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내가 미웠다. 나 역시 선행을 시키고, 문제집을 미리 풀리는 엄마일 뿐이다.


"대학 입시 컨설팅! 이제는 중등부터입니다."


입시 설명회에 걸린 슬로건이다. 중학교 때부터 생기부 쓰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설명회에서 들은 바대로 실천하자면, 아이는 쉴 시간이 없다.

엄마와 화투를 치거나 탁구를 칠 시간도, 아빠와 자전거를 타고 영화를 보러 갈 시간이 없다. 친구와 노는 것? 사치다. 친구는 학원 가서 만나는 동료일 뿐이다.


설명회가 끝나고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다 결국 왈칵 눈물을 쏟았다.

차라리 내가 수능 준비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설명회 내내 인상이 찌푸려졌고 반감마저 일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사실이고 현실이라 불편한 거였다. TV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인 줄 알았는데, 바로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이라 거북했다.


늘 인터넷으로 정보 동냥을 하다 제대로 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어 신청했는데, 고작 고입 입시 설명회에서도 이렇게 마음이 찢어지는 걸 보니 대입 설명회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싶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만 난 시종일관 무지고 성급다.


'보육'이 우선시 되던 유아 시절에는 잔뜩 예민한 데다 뭘 모르는 초보 엄마라 아이를 힘들게 했, '교육'이 중요한 청소년기에 들어서 넘쳐나는 정보와 뭘 좀 안다 뻐기는 내 욕심으로 아이 괴롭히려 한다.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아이가 다 행복해질 수 있는 묘책은 없는 걸까?

공부도 잘하면서 밝게 자라는 아들을 기대하는 건 내 욕심일까?

그렇다면 욕심을 내려놓으면 될까?

그러면 좋은 사이는 지켜낼 수 있을까?


어렵다.

무지하고 성급한 엄마는 그저 오늘도 등교하는 아들에게 쪽쪽 손키스를 날릴 뿐이다.

물론 아들은 질색팔색 하지만.


孩子,我不奢求你们大富大贵,只希望健康快乐。

아이야, 난 네가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길 바라지 않아, 그저 건강하고 즐겁게 살길 바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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