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바람 Sep 30. 2022

경단녀 취업기EP.2

出乎意料

다행히 우리 집 바로 앞에서 회사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나도 참.

일이 아무리 하고 싶었어도 그렇지, 서울까지 간다는 데 적어도 어디냐고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정말 경솔의 극치였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그래도 버스 한 번만 타면  회사 앞 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면접 시간은 수요일 오후였다. 아이에게 네 학원시간 전까지 못 돌아올 수 있으니 오늘 저녁은 치킨을 시켜주겠다고 말했다.


20대 취업을 준비하던 때에 면접은 늘 아침이었던 것 같은데...

오후라니... 별수 없지 뭐... 회사가 갑 아니던가.


시간은 무척 더디게 흘렀다.

면접 가기 전에 번역이라도 한 번 더 해볼까 했지만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TV를 껐다 켰다,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를 수십 번 반복하고

라면 하나를 끓여 먹었다.

하지만 이것도 잘 넘어가지 않아 몇 젓가락 뜨 말았다.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릴 요량으로 일찍 집을 나섰다. 그게 속 편했다.

역시나 한 시간 전에 도착한 나는 근처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면접 시간보다 10분 일찍 사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시작된 간단한 테스트.

친구가 말했던 상황과 완전히 달라 당혹스러웠다. 컴퓨터 워드 화면이 아닌 A4용지..

단어를 찾으려면 내가 직접 중국어를 입력해야 했고,

맞춤법 검사기 사이트는 먹통이었다.

게다가 너무 긴장한 탓에 손은 바들바들 떨렸다.

젠장. 망했구나.


뇌리를 스치는 그 짧은 예상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대표님과 팀장님이라는 분이 와서 기대보다 못한 내 테스트 결과에 적잖이 실망한 모습을 보였다.

회사에서 업무상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는데 내가 그 부분을 다 놓친 것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내 실수고 내 잘못이었다.

그렇게 짧은 테스트와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는 데 입이 썼다.

아. 이렇게 기회를 날리는구나. 이게 끝이구나.


그리고 금요일 아침.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합격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얼떨떨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렇게 테스트를 말아먹었는데도 날 뽑은 이유가 뭘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내 첫 출근이 시작됐다.


人生如天气,可预料,但往往出乎意料

인생은 날씨 같아서 예측할 수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날 때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경단녀 취업기 EP.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