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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체육샘 Feb 12. 2024

아들과 두발 자전거

호모 바이시클루스의 탄생

자전거와 사람의 공통점

발이 두 개라는 점


두 발로 패달을 밟으면

체인을 통해 전달된 힘이

바퀴를 굴린다


자전거를 타면

걷거나 뛰는 것보다 빠르다

인간이 만든

편리하고 유용한 것들 중 손에 꼽힌다


두 발로 직립하게 된 것만큼

두 발 자전거로 중심을 잡으며 달리게 된 것도

인류사에 큰 혁명이다


20240210

아들에게도 혁명이 일어났다

호모 바이시클루스의 탄생

그의 8번째 설날

두 발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뛰어넘었다

아빠는 내게 자전거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빠의 빅피처였을까

효과는 있었다

두 발 자전거를 기필코 가르치겠다는 신념을

아들에게 심어주었으니


두 발 자전거를 가르치는 과정은 쉽지않다

우선 아들과의 온도차

넘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

몇 번의 넘어짐에 의한 심신의 상처

보조의 어려움과

딱히 메뉴얼 없는 기술이라는 점


때가 되면 두 발로 서서 걷지만

때가 되도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자전거는 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중심을 잡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 넘어질때는 팔을 앞으로 휘젖고

뒤로 쓰러질때는 팔을 뒤로 휘젖는다


넘어지려는 쪽으로 오히려 에너지를 보내면

힘의 균형에 의해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넘어지려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패달을 밟고 나아가야지만

중심을 잡고 몸이 설 수 있다


불구덩이에 오히려 몸을 던지려는 의지

불나방이 되어야 하는 역설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보조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손을 놓아야하는데

이게 또 쉽지않다


놓아버리면 넘어져버릴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어느 순간 놓아야만

스스로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자식을 독립시키는 것도 이런 것일까


여담인데

친구의 아들은 밑에 집 아줌마한테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 잘 탄다고…

그런 좋은 이웃이…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를 타며 스스로 터득하는 아이도

혼자 몇 번 슥슥 타보니 터득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직접 가르친 아들의 두 발 자전거 타는 능력은

아빠의 자존감을 조금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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