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리뷰
<해리 포터> 시리즈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십여 년에 걸쳐 개봉한 작품으로, 1편은 벌써 22년이나 된 옛날 영화다. CG는 허술하고, 마법은 엉성하며, 전지적 그리핀도르 기숙사 시점 이야기는 여전히 비웃음을 산다. 그런데도 여전히 <해리 포터>가 전 세계적 팬덤을 형성하며 사랑받는 비결은 그들만의 견고한 감성 그 자체에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 순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해리 포터와 불의 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2부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어린 해리 포터와 헤르미온느, 론을 중심으로 마법 학교인 호그와트와 그들의 세계를 소개한다. 넘치는 등교 준비물과 회색 교복, 학구열 넘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지각으로 혼나는 아이도 있는 모습은 우리네 학창 시절과 다를 바 없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겪어본 적 없는 세계임에도 "나도 저래" 혹은 "그땐 그랬지"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로맨스 영화를 보며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조작당하는 것처럼 우리는 해리 포터의 동료가 되어, 호그와트에 녹아든다.
다 큰 어른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속여보려는 걸까. <해리 포터>는 마법 세계가 실존한다고 피력하듯 설정이 꽤 구체적이다. 지팡이의 디자인 및 재료, 패트로누스에는 각자의 개성이 담겨 있고, 기숙사마저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배정된다. 별 의미 없이, 쪽수 맞춰 1, 2, 3반으로 랜덤 배정된 "머글"의 학창 시절과 비교하니 시작부터 존중과 사랑으로 가득 찬 마법사들이 새삼 부러웠다.
하지만 <해리 포터>는 관객이 마냥 부러워하게 두지 않는다. 관객은 마법사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머글이 아니라, 자신도 마법사로 포지셔닝할 기회를 충분히 얻는다. 롤링 사단은 몇 가지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기숙사, 지팡이, 패트로누스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주·조연들의 지팡이와 호그와트 교복은 진작에 굿즈로 출시됐고, 전국 곳곳에 있는 해리포터 스튜디오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통해 우리는 충분히 마법 세계를 만끽할 기회를 얻었다. 근래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을 놓고 관람이 아닌 체험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해리 포터> 시리즈는 영화관 넘어까지 이어질 거대한 세계관 체험을 제공한 셈이다.
"뻔하고 완벽한 해피엔딩"을 주지 않았다는 것도 마법 세계를 더 애틋하게 남긴 비결 중 하나다. 이 세계엔 절대 악 볼드모트와 행복하게 끝날 수밖에 없는 해리 포터가 있지만, 그 외 인물의 삶은 순탄치 않다. 줄곧 악역인 줄 알았던 스네이프는 이중간첩임이, 그것도 그가 죽은 후에야 눈물을 통해 밝혀진다. 십여 년에 걸친 오해로 "명예 호그와트 생" 관객들에게 미움을 사던 스네이프는 쓸쓸하고도 위대했던 교수로 순식간에 탈바꿈했다. 입체적인 설정으로 모두의 미안함을 자아낸 그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품격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주인공 해리 포터의 보호자를 전부 앗아간 것도 어린이 만화 취급하기엔 다소 충격적인 전개다. 시작부터 볼드모트에게 부모를 잃은 해리는 자신을 돌봐준 덤블도어, 시리우스, 루핀까지 전부 잃는다.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킨 어른은 보호자가 아닌 친구로 여겨지던 해그리드밖에 없다. 영화는 헤르미온느, 론을 비롯해 해리의 우정은 철저히 지켜주면서도 그가 보호받을 울타리는 호락호락하게 내어주지 않는다. 몽글몽글한 색감과 마법 세계로 동심 유발하면서도 주인공을 절벽으로 내모는 차가운 설정이 있기에 현실을 견디는 어른도 더 몰입해서 이들을 지켜보게 된다.
여전히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감성 영화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리 포터>다. 영화의 주 배경이 크리스마스가 아님에도 그들의 고군분투와 빛나는 우정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지난날을 돌아보며 코끝이 시려온다.
세월이 더 흘러도 이 고전 판타지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이에 확신 있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Alw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