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마음의 양식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내일은 일제의 폭압적인 통치에 항거하여 대규모 만세 운동이 벌어진 삼일절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책에 관한 명언을 인용해봤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안중근 의사께서는 얼마나 책을 사랑하셨으면 이러한 말씀을 하셨을까? 오늘은 이러한 궁금증과 함께, 책에 대한 내 생각을 같이 버무려 글을 써보고자 한다.
안중근 의사께서 언급하신 '가시'의 국어사전적 정의다. 사람이라는 것이 책을 한번 읽고 나면 모름지기 다른 사람과 모여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고,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보고 싶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은 바로 어딜까? 눈? 귀? 뇌? 바로 '입'이다.
예전에 나치 독일의 선전부 장관인 괴벨스에 대해서 다룬 글이 있다. 괴벨스는 나치 독일의 '입'이었지만, 과연 그가 천부적인 재능으로만 입을 잘 놀릴 수 있었을까? 아마 그도 수없이 많이 배웠을 것이고,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만약 그가 많이 배우고, 많이 익히고, 많이 읽지 않았더라면 현대사에 있어 '괴벨스'라는 인물은 존재했을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사람이 책을 읽고, 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입에서 무언가 술술 나와야 하는데, 가시가 돋친 입이라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원활하게 나올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주변이 가시밭길인데 어떻게 쉽게 걸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안중근 의사를 만나 뵐 기회가 생긴다면, 내가 추측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 반드시 여쭈어 보고 싶다. 실제로 나도 책을 많이 읽을수록 하나의 지식을 두고도 여러 관점에서 접근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꼈으며, 이것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느끼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안중근 의사께서 말씀하신 '가시'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책이란 하나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길잡이는 길을 안내해서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한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존재이다. 그런 길잡이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이라는 길잡이가 없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돋친 가시를 뽑아내고, 어떻게 인생이라는 길을 올바로 걸을 수 있는 혜안을 얻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어렸을 때 동화책을 너무 많이 봐서 머리가 핑핑 돌았던 적이 있었다. 농담이 아니고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내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나에게 책은 하나의 훌륭한 친구였고, 나는 다양한 책이 저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한 아이는 명작 동화와 전래 동화 각 50권을 친구 삼아 책을 읽어나갔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다. 현대 문명에 너무 치이고 바쁘게 살아간 탓일까.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씩 마음껏 책을 읽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런 마음에 이따금 베스트셀러를 찾아보고는 한다. 대부분 나와는 맞지 않는 자기 계발서지만, 가끔씩 나를 상상의 바다로 깊이 빠지게끔 해주는 그런 책들이 하나씩 보인다. 그러면 나는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그 책을 사고야 만다.
물론 책 내용도 매우 좋고 유익하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다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매일마다 책을 새로 얻어 하나의 거대한 서고를 만들고, 거기에 파묻힌 채로 살아보고 싶다." 정말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책이란 하나의 정거장과도 같은, 그런 마음의 휴식처이자 양식이다. 그런 양식들에 둘러싸이면서, 이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아날로그적 감성도 마음껏 느껴보고 싶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나는 비교적 가까운 타지에 갈 때면 KTX 대신 무궁화호를 이용한다. KTX는 정말 빠르고 편리하지만, 무궁화호는 천천히 가면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면서 책을 읽다가 이따금 창 밖에 펼쳐지는 경치를 바라볼 때면 그렇게 좋지 않을 수 없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여하튼 책은 내게 하나의 친구이자, 마음의 휴식처이다.
여러분에게 책이란?
비교적 짧은 글을 마쳤다. 책에 대한 내 생각을 더 적으라면 한없이 늘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하나의 글이 아니라 순전히 나의 이야기로만 전개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글을 보게 될 여러분들에게 있어서 '책'이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바쁘게 살아가고 항상 치이는 현대 사회에서 '책'이 지니는 의미를 잘 생각해보고, 또 그것을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도 나쁘고 고리타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