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모더니즘 2023 (TOKYO MODERNISM 2023)
일본이 아직 외국인 관광객 입국에 대한 빗장을 풀지 않았던 시기에, 도쿄 모더니즘 2022 (TOKYO MODERNISM 2022)가 IDÉE TOKYO와 긴자 무지 호텔(MUJI HOTEL GINZA)에서 열렸다. 당시 일본 각지의 다양한 갤러리, 빈티지 샵에서 참여하여 행사를 구성한다는 것 자체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많은 가구를 포장하고 선적하고 다시 전시를 위해 포장을 풀어 어레인지하고 도쿄에서부터 다시 각 지역으로 가지고 돌아가야 할 수고스러움을 생각해본다면 그들이 이 전시를 통해 얻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이름이 좀 덜 알려지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가구를 복원하고 판매하는 일이 덜 수고스러운 일 아닐까? 아니다. 어쩌면 도쿄 모더니즘은 단순히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특정 시기의 가구를 취급하는 이들의 단순한 홍보의 장이 아니라, 완전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뜻이 모여 만들어진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2022년이면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빈티지 샵이 이미 생겨 있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소비의 흐름이 집안으로 향하면서,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를 하거나,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꼈던 가구 소비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었고, 2020년부터 지켜본 결과, 이미 잘 알려져 있던 빈티지 샵들은 더 알려지거나 확장했고, 팔릴만한 빈티지 가구를 취급하는 신생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하루 한시가 멀다 하고 SNS 채널 광고에 나타났다. 그렇게 경쟁적으로 단시간에 늘어난 빈티지 샵을 보며, ‘서울 모더니즘’과 같은 행사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올해도 도쿄 모더니즘 2023(TOKYO MODERNISM 2023)이 열린다. 작년에 이어 긴자의 무지 호텔과 아틀리에에서 진행되며, 4월 말부터 6월 중순 말까지 계속된다. 작년과 같은 옥션 행사는 없는 듯한데, 모더니즘 쇼(MODERNISM SHOW)는 동일하게 구성됐다. 무지 호텔의 일부 층 객실을 이용하여 30여 개의 갤러리, 빈티지 샵에서 선보이는 세계 각지의 빈티지 모던 디자인들을 선보인다고. 다양한 나라와 시대적 배경을 가진 디자인 제품들이 다음 사용자와 만나 미래로 이어지는 시작이 되는 장소라니, 소개 글도 이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다.
나는 모더니즘 쇼 오픈일인 5월 11일을 우선 예약해뒀다. 첫날이 다른 날에 비해 3천엔 정도 비싼데, 이유는 모르겠다. 전시를 보고 구입할 기회나 설명을 들을 기회를 먼저 얻을 수 있기 때문인가 정도로 생각했다. 참여하는 빈티지 샵과 갤러리 목록을 훑어보니, 지난 1월 일본 여행 때 가보지 못했던 시즈오카 지역 빈티지 샵도 있어 기대하고 있다. 나가노나 가나자와에서 방문했던 Ph. D., NOW도 다시 한번 이 행사를 통해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사실 그 밖에 몰랐던 갤러리나 빈티지 샵이 더 많기 때문에 기대감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도쿄에서, 도쿄까지 가서 전시장을 수 놓을 디자인은 어떤 것일지. 그것도 궁금하지만, 사실 올해 이 행사를 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모더니즘 쇼 이외에도 올해는 재패니즈 모던이라는 주제의 전시가 무지 긴자 아틀리에에서 이어진다. 북유럽이나 미국의 모더니즘 디자인이라면 익숙하게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렇다면 일본의 모더니즘은 무엇이냐 물었을 때 무슨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냐는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이 전시는 도쿄 모더니즘 2023이 열리는 기간 내내 무료로 진행되며 5/2에는 대담회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내가 더 많이 알고, 가서 배울 수 있다면 이를 국내에도 소개해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은 이미 있을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가서, 다녀와서 보거나 느낀 바는 놓치지 않고 기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