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 선이 모여 면을 만들어간다. 면이 겹겹이 쌓이며 어느새 입체적인 형상이나 구조물이 탄생한다. 그림은 단순한 요소들의 집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단순함 속에서 빛과 그림자의 조화는 놀라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빛이 닿는 곳은 찬란히 드러나고, 그림자가 깃든 영역은 어둠 속에서 형태를 만들어 낸다. 밝은 종이에 깊은 음영을 더하며 입체감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림자와 빛이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 깨달았다. 그림을 그리며 ‘어두운 부분을 표현하다 보면 자연스레 밝은 부분이 부각되고, 그 속에서 형상이 선명해진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이런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림자로 인해 비로소 입체적인 그림이 완성된다는 이 원리가, 단지 그림에만 국한된 법칙일까?
조직의 모습도 그림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 팀이 되고, 팀이 모여 더 큰 조직을 형성한다. 조직은 단순한 구성원이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성과와 실패, 강점과 약점이 얽혀 복합적으로 성장한다.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주목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연스레 도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히 선별적인 평가로 끝나지 않는다. 성과와 비성과,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조직의 진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본질이다. 성공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이 조직의 목표와 맞지 않는지 찾아 소거해 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는 마치 그림에서 어두운 부분을 그려내 밝은 형상을 더욱 찬란하게 만드는 과정과 같다. 목표와 맞지 않는 것을 찾아 소거하는 것을 반복하게 되면, 어두운 음영이 진해져 더 밝은 부분이 빛나 듯이 점점 더 목표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나의 IT서비스 기획 경험은 이러한 조직의 원리와 맞닿아 있다. 영업 담당자, 디자이너, 개발자, 고객 등 서로 다른 관점과 이해를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며 일하는 과정에서 나는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모든 의견은 타당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조직과 제품을 향상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원은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는 이를 위해 ‘소거법’을 활용했다. 안 되는 이유를 하나씩 제거하다 보면, 남는 것은 비로소 해야 할 것이 분명해진다. 이렇게 도출된 결론은 단단한 확신으로 바뀌었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IT시장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변화무쌍하다. 어떤 선택은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성과를 가져오지만, 급변하는 기술과 트렌드 속에서 하루아침에 실패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처럼 움직이는 시장의 반응을 끊임없이 데이터를 통해 관찰하며 스케치하고 음영을 더하는 과정을 통해, IT 서비스 기획은 더 입체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러한 과정에서 쌓인 고민과 해결 방안을 포트폴리오로 남기며, 점점 더 완성된 명화를 그려나가고 있다.
나의 목표는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이다. 이를 위해 나는 매일 나만의 스케치를 그리고, 필요 없는 그림자를 지우며 그림을 완성해 왔다. 지금까지의 삶은 이러한 스케치의 기초 작업이었고, 앞으로 남은 날들은 이 그림을 더욱 정교하게 채워나갈 기회라고 믿는다. 이러한 확신은 매일의 비슷한 패턴 속에서 더욱 깊어져 간다. 나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끼니를 챙겨 먹고, 주 1회 이상 운동하며, 틈틈이 책을 읽는다. 새로운 활동이 장기적으로 나에게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꾸준히 반복한다. 대표적인 예가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다.
하나둘 수필과 에세이를 쓰며, 나의 경험과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 열망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하나의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습관의 힘이다.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그게 습관이 되고 결국 나의 삶이 된다. 좋은 습관이 쌓여 삶을 단단히 지탱하는 기반이 되고, 나쁜 습관은 과감히 지우개로 지우듯이 반복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량의 문자를 보내거나,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선물로 관계를 어색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이후 나는 선물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주고, 상대방이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답을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렇게 습관을 조정하고 반복하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이 점점 더 입체적으로 완성되어 간다. 만 33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하는 날이 많은 오늘 그것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그려질수록 확신이 든다. 해보고 좋았던 습관들을 반복하고 옳지 않다고 보였던 행동들을 지워나가면 그 구체적인 그림들이 더 나에게 확신을 줄 것이라고.
하나둘 불가능한 선택지를 제거하다 보면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진다. 결과적으로 시도한 대부분은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실패는 축적된 경험으로 다음 행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밑거름이 된다. 반복적인 노력 속에서 실패는 어둠으로 남고, 성공은 빛으로 두드러진다. 이처럼 실패와 성공의 흔적이 쌓여 입체적인 성과를 이루고, 그 성과들이 모여 비로소 큰 그림을 완성한다.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러나 어떤 이는 그 시간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고, 다른 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느낀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 나는 그 차이가 ‘목표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림에서도 목표가 명확해야만 시작할 수 있다. 동물을 그릴지, 풍경을 그릴지, 사람을 그릴 지를 먼저 정하고,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스케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윤곽을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가볍게 잡고, 점점 디테일을 더해간다. 선정한 틀 안에서 주변의 스케치 그림과의 거리를 비교하며 어떤 부분을 좀 더 집중에서 선명하게 그릴 지 선택한다. 우리의 하루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설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반복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특정 영역이 점, 선, 면으로 확장되고, 마침내 빛나는 성과로 이어진다. 결국 그림의 빛과 그림자가 이루는 조화는 우리 삶 속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실패는 어둠으로 남지만, 성공은 빛으로 남는다. 이 두 요소가 쌓이며, 마침내 입체적인 삶의 큰 그림이 완성된다. 그리고 이 그림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의 이 깨달음은 오늘도 나의 하루를 더 명확하게 살아갈 동기가 된다. 그리고 그 동기가 쌓여 입체적 그림으로 완성되었을 때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좋아하지 않을까? 사람을 좋아하는 나의 노력이 다른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며, 오늘 하루를 즐겁게 그리고 내일 하루를 기대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