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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근수근 Jan 08. 2025

목포는 항구다

일본영사관이었던 목포근대역사관 1관

수근수근문화일기

일시 : 2024년 12월 28일(토)~29(일)

장소 : 전라남도 목포시


함께 목포여행을 하기로 한 일행이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로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우리부부는 목포 여행을 다음 기회로 미룰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갈지 고민했다. 이미 기차표를 예매한 상태였고, 목포는 눈이 내려도 금방 녹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차로 여행하는 계획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목포는 거리가 멀어 마음먹고 가지 않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한번 마음먹었을 때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난번 ‘박물관을 가다’ 연재를 위해 목포를 방문했을 때는 목포근대역사관 1관과 2관만 둘러보고 세 시간 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제대로 된 답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군산과 마찬가지로 근대건축물을 활용하는 조성된 거리는 근대사 전공자이자 문화원 직원으로도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와이프에게 이런 마음을 전달하니 흔쾌히 “이번에 가보자”라고 정했다.

아침에 SRT를 타고 목포역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12시였다. 역 앞으로 나가보니 눈보라는 휘날렸지만, 다행히 바닥에는 눈이 쌓이지 않고 녹아있었다. 이번 여행은 최대한 도보로 다니면서 목포를 둘러보기로 해서 눈이 녹은 것은 다행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목포의 개항과 함께 조성된 근대역사공간을 탐방했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있었던 목포근대역사관 2관 내부

목포 근대역사공간의 대표공간은 목포근대역사관 1관과 2관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1관으로, 이곳은 일본영사관으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외형적인 미관이 아름다워 눈길을 끈다. 특히 이곳은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도 유명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지난번 평일 오전에 방문했을 때는 혼자 역사관을 둘러볼 수 있었지만, 주말이어서 방문객이 많아 붐볐다. 호텔 델루나 포토존에서는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그러나 전시는 지난번과 동일한 상설전이었기에 새로운 감흥은 주지 못했다.

1관과 뒤편 유달산방공호를 둘러본 후, 두 번째 목적지인 목포근대역사관 2관으로 향했다. 이전 방문 때는 2관이 옛 사진 패널 전시에 그쳤고 1관도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완전히 새롭게 단장된 역사관을 만났다. 2관은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이었던 곳으로, 전시 주제는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수탈 과정과 목포 및 전라도의 민족운동이었다. 이러한 정체성에 맞는 유물과 전시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후 목적지인 목포미식문화갤러리 해관1897은 과거 목포해관으로 사용된 건축물로, 현재는 카페 겸 식당, 디지털 체험관 등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해관1897을 마지막으로 첫날의 근대역사공간 탐방을 마쳤다.

카페로 사용 중인 화신연쇄점

둘째 날에는 목포역을 중심으로 한 근대역사공간을 살펴보았다. 이 공간들은 주로 국가등록문화유산 제718호로 함께 지정된 여러 근대 건축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부 건축물은 민간에서 예전과 같이 사용하거나 또는 새롭게 카페나 음식점 등으로 조성해 사용하고 있었고, 일부는 목포시에서 구입하여 전시관 등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민간에서 사용하고 있는 곳 중에 눈에 띈 공간은 화신연쇄점이었다. 연쇄점은 당시의 백화점으로, 현재는 카페로 사용되고 있었다. 당일은 아직 가오픈 상태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내부를 살펴보니, 넓은 공간, 계단, 천장, 그리고 외부의 옛 스러운 분위기가 고풍스러움을 자아내며 별도의 인테리어 없이도 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목포대중음악의 전당으로 사용 중인 구.호남은행

이외에도 목포 곳곳에 근대문화유산이 많았으며, 목포야행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에게 접근하려는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 델루나' 촬영지인 목포근대역사관 1관을 제외하고는 방문객이 매우 적어, 때로는 우리 부부만이 관람하는 경우도 많아 아쉬움이 남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나 혼자 산다'와 같은 TV 예능에서 소개된 식당들뿐이었다. 군산이 '1박 2일'과 같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한동안 근대역사공간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주목받았던 것처럼, 목포도 비슷한 기회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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