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을 담을 새 노트를 만들었다.
내 이름은 슬아. 슬기롭고 아름답게 자라라는 소망이 담긴 소중한 이름이다. 중학교 2학년,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을 때부터 이 이름은 국제적으로는 한글 표기가 아닌 영문표기가 공식표기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혹은 그 직전,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카타카나 표기도 생겼다. 이로서 내 이름은 공식적인 표기가 세개나 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스라”라는 발음을 가진 의태어가 있어 사람들이 외우기 쉬워했다. 예를 들면 막힘 없이 술술(스라스라) 말하는 슬아라든지, 늘씬하고 훤칠한 “스라”한 술아라든지.
프랑스에 오기로 마음을 먹은 어느 날, 문득 프랑스어에도 내 이름이랑 같은 단어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놀랍게도 프랑스어에는 Seula-슬아-의 “Seul”(슬)이라는 표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단어가 있다. 의미는 애석하게도 ”혼자인“, ”외로운“, ”단 하나의“라는 ”solo”의 의미에 가까운 단어이다. 거기에 전치사이자 조사로 사용되는 à를 붙이면 “-에 유일한”이라는 멋진 뜻이 된다. 심지어 앞선 동사를 행하는 도시의 앞에 붙이기도 하는 조사이자 대단히 유용한 전치사여서 내 이름이 왠지 더 멋있어 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노트의 이름은 이것에 기인하여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