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랑 Dec 25. 2023

겨울 담배

온몸의 감각으로 오롯이 현재를 느끼는 것. 도피보다 건강한 단어를 떠올려야 한다. 감정에서 헤어 나와 차가운 공기가 뺨에 닿는 것을 음미한다. 어떠한 향도 느껴지지 않아서 그래서 밤임을 자각하고, 어제보다 맑은 고채도의 세상을 감각하는 모든 것은 도망이 아니다. 호흡을 내쉬고 가다듬고 정리하는 행위임을. 정리를 했을 뿐 사라지진 않은 감정은 흩뿌려져 있을 때보다 가지런한 모습이 꽤 맘에 든다.


겨울에 타오르는 담뱃대에 찬가를 보낸다. 누구보다 빠르고 야무지게 감정을 정돈해 주는. 하지만 예민한. 나의 숨에 집중하여 향을 들이마실 때 긴장을 놓치면 타오른 담뱃재는 케케묵은 고얀 냄새로 바뀐다. 반대로 꽉 잡은 긴장은 사나운 정신으로 방해를 하며 완전한 들이마심을 해친다. 찬공기를 느끼고 고소한 향기를 즐기기 위해선 산뜻함이 중요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감정을 내보내듯이 들인 숨을 내보낼 때 온몸의 감각이 다시금 살아나서 현재를 받아들인다.

작가의 이전글 눈 오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