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꼍엔 대나무가 많았다.
캄캄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마른 댓잎 서성이는 소리가 무성했다.
저기 멀리 바람이 온다고,
비가 몰려온다고.
거리낄 게 없는 바닷바람이 순식간에 파도를 삼킬 듯 일어서면
댓잎도 우수수 일어나서 집을 지켰다.
대나무는 뿌리가 깊어 집에 심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비바람이 불 때마다 그는 더욱 굳세게 뿌리를 내렸다.
기꺼이 자기 몸을 내었다.
파란 비닐우산의 뼈가 되고 마디가 되어 떠다닐 날을 꿈꾸면서.
물자가 귀한 시절엔 비닐우산도 귀했다.
대나무 깎아 살을 만들고 대를 이어 만든 파란 비닐우산은
제법 묵직했다.
요즘 비닐우산은 그야말로 비닐우산,
무게도, 모양도, 색도
발 붙일 고향이라곤 없어서인지
잃어버려도 아쉽지 않을 딱 그만큼이다.
(사진 : 무료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