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4.3 ~ 2024.4.3
24.4.3 삼 년 전인가, 여든 촉쯤 심었던 튤립. 어떤 이는 구근을 캐어 보관했다가 다음 해 심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늘 보니 봉오리 얌전히 피워 올린 꽃 하나. 나는 그를 기특하다 하지만, 그가 겪은 날들은 그만이 알 테다. 각자의 색과 속도로 사는 것이다. 더러 퍼지고 늘어지더라도.
23.4.3 튤립 싹이 올라오더니 꽃이 피었다. 첫 해보다 다음 해, 지날수록 모양은 볼품없어지지만, 아직도 꽃임을 알린다. 계절도 잊는 법이 없다.
22.4.3 분갈이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하는 분갈이. 겨우내 죽거나 마른 생명 다듬고, 밖으로 내보낸다. 사계국화, 향기별꽃, 야생화... 미스김라일락, 다육이 몇 입양. 봄볕이 꽤나 뜨거웠다. 분갈이하고 보니 총천연색이다.
21.4.3 토요일마다 봄비. 로컬푸드 갔다가 열무 두 단, 얼갈이 한 단, 파 세 봉지 샀다. 열무김치, 파김치 담그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중. 대만작가 우밍이.
머나먼 옛날, 사람들은 자기 집을 나올 때나 무언가를 지키고 싶을 때 매듭을 묶는 방식의 자물쇠를 사용했다. 매듭 자체가 일종의 기예였다. 매듭을 짓고 푸는 방법이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매듭에 주문을 걸었는데 주문이 걸린 매듭은 이중으로 풀어야 했다. 하나는 매듭 자체를 푸는 것이고, 또 하나는 관념의 매듭을 푸는 것이다. 사람들은 매듭 자체에 걸린 주문보다 관념에 걸린 주문을 푸는 것이 더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하지만 주문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관념적인 방어가 아주 우스울 만큼 힘이 없었다. (…)
자물쇠가 열기 힘들고 열쇠의 형태가 정교할수록 그 관계는 예술적으로 승화되었다. 자물쇠는 점점 사람의 마음처럼 어떤 장애물과 암호로 가득찬 회전통로를 지나도록 특별하게 깍아 만든 열쇠만이 그걸 열 수 있게 진화했다. (…) 나는 열쇠 만드는 일을 모종의 탐닉이라고 여긴다.
20.4.3 도서관은 코로나로 계속 휴관 중인데 날이 좋아 출근하면 문 열어두고 환기. 공원길 오가는 사람들 소리, 새소리가 아침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