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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사벨라 Apr 26. 2024

어느 해 여름

여름에 오셨다가 여름에 가신 울엄마

잠결에 들려오던 엄마의 고른 도마질 소리

코끝을 싱그럽게 자극하던 오이 향을 맡으며

새콤새콤 오이냉국을 먹게 될 걸 알아차렸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엄마의 도마와 칼은

주인을 잃었고

반짝반짝 빛나던 장독대에는

거미줄이 쳐졌다.


백구는 '컹컹' 주인을 찾아 짖어댔지만,

애타게 찾던 주인은 오지 않고

아랫동네 아저씨의 파란 트럭이

그 아이를 싣고 가버렸다.

잘 마른 이불 빨래를 가르고 들어가면

그 향긋한 냄새가 바로 엄마 냄새였는데

이젠 빈 빨랫줄에 빛바랜 빨래집게만

초라하게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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