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이길 바랄까

지혜를 물려주고픈 부모이고 싶다

by 어린왕자


비 온 뒤 따가운 햇살이 오랜만에 제 빛을 발한다.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고 하얀 구름은 걷히고 살갗에 닿는 바람은 제법 선선하다. 땅바닥에 붙이고 선 하얀 운동화 안으로 바람에 날린 나뭇잎 하나가 기어들며 간지럽히다 내 발에 밟히고는 어스러져 간다. 아차, 손으로 빼 줄 걸. 그에게도 살아갈 날이 아직 남은 것을 애써 모른 체한 것이 미안했다.

뒹구는 낙엽 사이로 마지막 뜨거운 빛이 따사롭게 스민다. 카페를 들어갈까 하다가 공원 벤치에 앉았다. 한 시간 남짓 여유 있는 시간을 탁 트인 공간에서 햇살을 즐기고 싶었다. 친구와 헤어지고 수업 시간을 맞추다 보니 어중간하게 한 시간이 남았다. 집으로 갔다가 돌아 나올 시간은 턱없이 모자라 공원 길을 걷기도 불편해서 공원 벤치에 앉았다. 탁 트인 공원이 넓게 한눈에 스며든다.

이 짧은 시간에
무얼 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 잠깐의 순간에 생각나는
너,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네가 떠오른 것은
한 방의 강렬한 황홀함보다
담백함을 품으며 스미는 온기를
네가 가졌으면 해서다
가진 것 없는 부모가
네게 줄 수 있는 건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온기를 베푸는

그런 지혜를 물려주고 싶다
그것이었으면 좋겠다
지혜로운 아이가 되길

따뜻한 온기가 가장 나중에 남는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다

가을이다
네 발아래 조용히 다가오며 스치는
넉넉한 가을바람에

어떤 삶을 살길 바랄까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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