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에서

푸세식의 향긋함을

by 어린왕자
통도사 극락암 해우소


푸세식의 향기는

고향 냄새 같아 정겨워 가끔은

애쓰며 맡는다

달리는 차창 안에서 살짝 깃드는 그것은

달리다 보면 사라지는

온전히 즐기지 않아도 되는 고향이지만

덩그러니 앉아 있는 농촌 마을에서

맡아야 하는 축사의 그것은 향기가 아니다

토해내야 하는 진한 고통이다


지인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

그녀와 봄나들이 갔다가 들른 집

널따랗게 펼쳐진 앞마당에

온갖 푸성귀가 심겨 있었다

어머니가 남기고 가신 발자취와 향기다

뒤로는 돼지 축사가 있었던 곳이라

들어서는 마을 초입부터 진한 내음이

인기척도 없이 훅 밀려든다

어쩌랴, 빠져나갈 수가 없다


어머니는 어떻게 오랜 세월을 견디며

맡으며 향기로 여기며 살았을까


마당 한가운데 놓인 평상에서

오래 앉아 봄햇살을 즐기고 싶었으나

손으로 막아도 호흡되는 축사 냄새에

항복 아닌 두 손을 들고

뛰쳐나오듯 안녕을 고했다



너무 과하면 미친다

미칠 것 같은 고향 냄새에

바람에 흩어져가는

오히려 푸세식의 옅은 향이 그리워진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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