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에 실린 편지 Nov 15. 2024

산고를 치른다는 게 이런 걸까?

산고 끝에 피어난 결실

책이 나오기까지 긴 여졍이 이어졌다.

불현듯 며칠 전 브런치 작가에서 만난 작가와의 여정이 생각났다


책을 내는 일이란 한 편의 긴 여행과도 같다.
 초고를 쓰던 그날,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가며 느꼈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한 점의 씨앗을 땅에 심고,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상상하던 순간처럼.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깊고도 길었다.

어느 날은 문장을 붙잡고 갈등이 있었다.
 "이게 정말 괜찮은 글이 될까?"

 "남에게 도움이 될까?"
 의심의 웅덩이에 빠진 나를 일으켜 세운 건, 주위의 격려와 응원이었다. 자신의 글을 통해 전하고 싶던 마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알림이 되고,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라는 진심이었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쓰고 지우고, 또 쓰고. 페이지가 채워질수록 나는 더 깊은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꺼번에 두 권.
 욕심일지도 몰랐다. 하나로도 벅찬 작업이었는데, 두 권을 동시에 준비한다는 건 산더미 같은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수필집이 늦어졌다. 하지만 그만큼 두 배로 마음을 쏟았고, 두 배의 정성을 담았다. 어쩌면 이 책들이 내 글쓰기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직장을 오가며 준비하며 정신적인 갈등도 있었다.
 마감일은 자꾸 다가오고, 모든 것을 완벽히 끝낼 순 없었다. 결국 두 권 중 한 권만 출판을 결정하며 뒤로 미뤘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렇게라도 결실을 맺었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직접 현장에 다녀오고 바쁜 일정을 보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하는 출판에 몰두하여 몇 번의 교정을 통해 다행히 인쇄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긴장이 풀린다.

그리고 내일.
 드디어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책이 내 품에 안긴다.
 한 장 한 장 만져보고 싶다. 책 속에 담긴 나의 흔적들, 작은 기쁨과 아픔들, 그리고 어쩌면 내 존재 그 자체를 마주할 것이다. 오늘밤, 설레는 마음에 쉽게 잠들 수 있을까?

책이란 단순한 종이뭉치가 아니다.
 그 안에는 시간을 살아온 나의 투혼들이 담겨 있다.
 산고 끝에 탄생한 이 결실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울림으로 닿기를, 한 페이지라도 마음을 데우는 따스함으로 전해지기를.

내일이, 참 기다려진다. �



                     

작가의 이전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