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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Jul 25. 2023

상식의 시대

《생존 교양》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고시 자가 들어가면 뭔가 있어 보이는 건지 신문/방송사 공채시험을 언론고시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가?) 언론고시 필기 전형엔 그리고 거의 항상 상식시험이 출제되었다. (지금도 그럴 걸?) 비단 이 동네뿐 아니라 웬만한 고시/공시생들에게 두툼한 상식책 한두 권쯤은 수학의 정석처럼 당연히 끼고 외우는 필수참고서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수험자에서 문제를 내는 출제자 입장이 된 지 오랜 지금 생각해 보면 수학공식처럼 달달 외우는 그런 상식이 과연 진짜 상식인지 의문이 든다. 상식이란 건 대체 뭘까? 실생활과 별 상관없는 상식도 상식일까? 아니면 변하지 않고 항상 똑같아야 상식일까?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하고, 그렇게 변하는 당장의 구체적인 사건에 일희일비하는 게 정상으로 보이는 바쁘다 바빠 현대인의 삶에서, ○○○의 법칙 따위 알량한 용어 하나 더 외워두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검색하면 다 나오는 세상에 지식의 보유는 개인의 취미 이상 특별한 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 취미를 누구보다도 즐기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그래서 오히려 자체가 곧 교양이 되는 건 의심을 품게 된다.

이 책은 잘 정리된 상식 교과서다. 다양한 용어들이 필요에 따라 잘 정리돼 있어서 수험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생존 교양》이라는 책제가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 지식모둠을 교양이라는 포장지로 팔아야 하는 현실이 납득되기 때문이다. 누가 한줄평에 이런 말을 남겼다. 보케뷸러리 많이 외운다고 영어 잘하나요?

이 책 한 챕터이기도 한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의 세 키워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잠시 빌려봐도 좋겠다. 에토스는 도덕이다. 영어로 윤리의 ethics를 생각하면 되겠다. 파토스는 감정이다. 작품에 무슨 페이소스가 담겼다 할 때 그 단어다. 로고스는 이성이다. 누구 말이 로지컬하다 하는 그 논리다.

이성의 시대에 살면서 우린 로고스 > 파토스 > 에토스 순으로 중요한 것처럼 배웠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이성을 감정이 지배하고, 감정을 평판이 통제한다. 우리는 팩트를 믿는 게 아니라 팩트라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가 파토스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 아무리 말발로 누르고 감정에 호소해도 결국 신용을 판가름하는 건 사람의 됨됨이 성품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사람을 설득함에 있어 중요성을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으로 봤다.

이게 상식이다. 머리보다 심장이, 심장보다 영혼이 하다, 는 것을 아는 것. 뭣이 중헌디? 달달 외운 답보다 부단히 던지는 질문이 중하다. 그런 인재를 만나고 싶어서 언제부턴가 정해진  대신 열린 의견을 구려 노력한다. 말처럼 쉽진 않다. 고차방정식을 풀려면 구구단부터 외워야 하는 것, 그것도 부정 못할 상식이긴 하니까. 알려면 어쨌든, 알아야 한다.

#생존교양
#이용택 외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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