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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Aug 11. 2023

로빈 윌리엄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책상 위로 뛰어올라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친 건 키팅 선생이 아니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을 애도한 월트 휘트먼의 해당 시를 언급하긴 했지만 그건 자신을 선생 대신 선장이라 불러도 좋다는 지나가는 농담 같은 거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고, 선생이 쫓겨나던 날 차례로 책상 위에 올라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쳤다.

키팅 선생이 교탁 위에 버티고 선 장면은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도 바라볼 수 있음을 보여줬던 다른 장면이었다. 교과서를 찢고,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자유를 쟁취하는 것, 그것이 진짜 시임을 학생들의 심장 깊숙이 속삭여준 뒤였다. 


로빈 윌리엄스의 삶은

도전하는 시인의 삶이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는 활동적이었다. 아줌마부터 로봇까지 평탄한 길만 가리지 않았다. 아픈 사람을 돕고 힘든 사람을 웃기고 두려움에 맞설 용기를 냈다. 그는 전사였다. 카르페디엠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루이소체치매와도 온힘을 다해 맞섰다.

사람들은 의지박약을 탓하지만 어떤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병이기 전에 물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불치병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진행되는 이런 병들은 겉보기에 멀쩡해서 아무도 그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자기 의지를 좌절시키는 irreversible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고통을 겪는다. 그를 괴롭힌 것은 우울이 아니라 존재의 상실이었다.


가 세상을 떠난 지

오늘로 만 9년이 되었다. 시인은 남북전쟁 승리 후 암살 당한 위대한 리더의 상실을 비통해했지만, 영화 속에서처럼 현실에서도 못지않게 처절한 전쟁을 싸우고 있는 수많은 죽은 시인들의 상실까지 헤아릴 순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나무라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게 본인의 선택이 될 때는 절대로 가볍지 않을 것이다.

당시 아카데미의 추모 트윗이 아직도 생생하다. 《알라딘》의 한 컷이었던 것은 그가 또한 지니의 목소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시선으로, 자유를 위해, 치열히 싸웠을 사람. 지니, 유아 스틸 프리.




---

오 캡틴 마이 캡틴 

- 월트 휘트먼 (1866)

O Captain! my Captain!
our fearful trip is done;
The ship has weather'd every rack, the prize we sought is won;
The port is near, the bells I hear, the people all exulting,
While follow eyes the steady keel, the vessel grim and daring:

오 캡틴! 마이 캡틴!
몸서리치는 항해가 끝나고;
배는 모든 고난을 견뎌내고, 우리는 찾던 보상을 얻었습니다;
항구가 가까워져, 종이 울리고, 사람들이 환호합니다,
견고한 용골과 엄숙하고 담대한 선박을 눈으로 좇으면서 말입니다:

But O heart! heart! heart!
O the bleeding drops of red,
Where on the deck my Captain lies,
Fallen cold and dead.

하지만 아 가슴이여! 가슴이여! 가슴이여!
아 싸늘히 식어,
선장께서 쓰러진 갑판 위,
떨어진 붉은 핏방울들이여.

O Captain! My Captain! rise up and hear the bells;
Rise up—for you the flag is flung—for you the bugle trills;
For you bouquets and ribbon'd wreaths—for you the shores a-crowding;
For you they call, the swaying mass, their eager faces turning;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일어나 종소리를 들으소서;
일어나소서—당신을 위해 깃발이 나부끼고—나팔소리가 울리며;
당신을 위해 꽃다발과 매듭진 화환들이—당신을 위해 해변의 군중들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흔들며, 간절한 표정으로 요동치니;

Here captain! dear father!
This arm beneath your head;
It is some dream that on the deck,
You've fallen cold and dead.
My Captain does not answer, his lips are pale and still;
My father does not feel my arm, he has no pulse nor will;
The ship is anchor'd safe and sound, its voyage closed and done;
From fearful trip, the victor ship, comes in with object won;

아 선장님! 친애하는 어버이시여!
이 팔로 당신 머리를 받치우나;
그것은 갑판 위 덧없는 꿈,
당신은 싸늘히 쓰러지셨네.
나의 선장께선 대답도 없이, 창백한 입술은 미동도 없이;
나의 아버지는 아무런 감각도, 맥박도 의식도 없으시도다;
배는 무사히 닻을 내리고, 항해는 마쳐 끝났건만,
몸서리치는 여정에서, 승리한 배는, 전리품과 함께 돌아오다;

Exult, O shores, and ring, O bells!
But I, with mournful tread,
Walk the deck my captain lies,
Fallen cold and dead.

환호하라, 해안이여, 울려라, 종들이여!
다만 나는 슬픔에 젖어,
선장께서 싸늘히 누우신,
갑판을 걷고만 있노라.
-
(한역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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