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국과 지옥

억지로 웃지 않는다

by 우리의 결혼생활

웃음은 장수의 비결이다. 오래전 웃으며 삽시다라는 프로그램도 있었을 정도로 웃음은 마치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 웃는 것만큼 부자연스러운 일도 없다. 부자연스럽다고 적당한 상황에서조차 웃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상황 혹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지 못할까 마음 쓰며 억지스러운 웃음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자주 웃는 것은 오히려 약한 부분이 되기도 했다. 자주 웃는 친구는 착하다고 생각하여 거친 말도 돌아오기 쉬웠고 내 점심 도시락통의 반찬을 허락 없이 마음껏 먹어도 웃었을 때는 무례한 친구에게는 내 도시락을 더 자주 이용하라는 의미가 되었다. 손해 보는 웃음이 되었을 때 내 감정에 솔직해질 용기가 필요하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화난 거친 숨을 삼키려고 애쓰며 죄여오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웃음보다 더 어려운 정색을 택한 것, 이것은 내 감정을 돌보려는 마음가짐으로 결단하는 첫 도전이자 불끈 쥔 작은 두 손이었다.


서점에서 우연히 지나간 책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미움받을 용기, 사실 만연한 미움을 애써 모른 체하거나 지금껏 무조건 거부식으로 미움, 다툼, 악감정등을 밀어내려고만 했다. 미움이 나쁜 것인가? 웃지 않으면 비호감인가? 동화 속 천사 같은 아이들은 모두 화내지 않고 상냥하며 잘 웃고 곧 잘 용서한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동화 속 이야기였다. 세상은 약육강식이었으며 현실은 연약할수록 혹독했고 때론 조소 섞인 가면놀이의 연속이다.


억지로 웃음 짓는 예로 대중 앞에 서는 아이돌 생활은 어떨까 생각해 보면 공인으로 자신의 일상이 의도치 않게 노출되거나 개개인의 감정에 따른 부정적인 일로 인해 거친 표정이나 무표정으로 나타나서는 곤란한 삶을 살고 있다. 표현할 수 없는 자유는 어쩌면 없는 것과 같다. 웃음을 당연시하거나 스스로에게 집착했던 것 같다. 남들에게 더 잘해보려는 의지는 강박 아닌 도박과 같았다. 상대의 패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늘 불리한 게이머처럼 혹은 초조한 감정을 애써 숨기는 포커페이스를 장착한 고수인척하는 하수처럼 말이다.


연예인이 갑작스럽게 우울할 수 있고 심리적 압박을 이기기 어려워하거나 공황을 느꼈다는 기사를 볼 때 나는 어딘가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은 감정적이며 지난날을 반성하고 번뇌하는 이성적인 존재이다. 사유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웃음은 다른 표현들과 적절히 내 안에서 표출되고 조화될 때 그 가치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내 안의 감정들을 마주하면서 웃음만이 답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는 해방감을 맛봤다. 억지로 웃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으며 오히려 나를 지키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크게 웃어도 나 그 자체로 내 감정의 표현은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헤아리는 중이다.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은 누군가가 아니라 나 바로 자신이다. 타인에게가 아닌 거울로 나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나에게 보내고 싶다. 아름답다는 말은 바로 나 다움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나에게 아름답게 웃는다. 나의 우러나는 마음을 담아서 소중하고 내면에 가까이 만져지는 그 웃음은 더 아름답다.

keyword
이전 02화천국과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