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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지옥

불변의 가치

by 우리의 결혼생활

모든 것은 변한다. 오래된 물건은 점점 낡아지고, 사람은 성장기를 거쳐 노화되며, 격한 감정도 시간이 흐르면 물에 섞인 물감처럼 흐릿해진다. 세상은 끊임없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흘러간다. 하지만 그 변화의 바다 한가운데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지구에 생존하는 인류는 인종이 다르지만 한 혈통으로서 크게 O형, A형, B형, AB형의 혈액형을 갖는다. 해와 달은 지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지금도 존재한다. 살아 있는 사람을 포함한 동식물은 공기가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고정된 사실들이 여럿 있다. 이런 것들은 변화무쌍한 세상에서도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확실한 토대가 된다.


요즘은 불확실의 시대, 어떤 약속이나 정책, 이념이나 사상이나 철학까지도 가변적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을 살고 있다. 개개인의 생각은 하루사이에도 무시시로 변하기 때문에 공인된 기관의 확증을 받고 보증을 하기도 하며 매체의 가짜뉴스를 분별한다. 또 위기대응의 모든 발생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률과 통계를 확인하고, 정확히 알고자 하는 내용의 신뢰도를 검증하며 대응하며 살아간다. 믿기 위하여 애써 노력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기본값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 아닐까? 되묻게 된다.


그렇다면 절대적 믿음이 생기는 것이 무조건 좋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비판적인 접근과 신중한 검증은 모든 면에서 유익하다. 맹목적 신뢰는 오히려 위험하며, 건전한 의구심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진실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불변은 어떨까? 혼자가 편함을 추구하는 인생의 솔로, 욜로, 골드미스, 비혼라이프 등등의 수식어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는 불안정하며 연약하여서 집단을 이루고 서로서로 연합하고 돕고 도움을 받으며 살고자 한다. 변하는 관계 속에서 때때로 울고 웃으며 속고 또 속이면서도, 그 구성원 안에서 자기의 존재의 가치를 지키고자 한다. 관계에 대한 끌림은 어느 순간 무한한 신뢰를 바탕하여 깊은 관계가 되면 더 이상 그 대상을 검증하거나 시험하거나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다. 상대와 가식적이거나 스스로를 속일 필요가 없고, 겉치레가 불필요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관계는 부모님이거나 배우자이거나 형제 또는 자매, 자녀이거나 절친한 친구, 또는 종교적으로는 하나님을 향한 깊어진 신앙일 수도 있다.

시공간을 초월한 불변의 약속이 있다. 마태복음 24장 35절 "천지는 없어질지언정 내 말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성경 구절이 있다. 변하지 않는다는 없어지지 않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한 것이며, 인생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역설하는 말이다. 현존하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하는데, 살아 있지만 인생이 아닌 것만이 불변을 증명할 수 있다. 광적이거나 비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에서 이루어지는 믿음과 신뢰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신뢰가 단단한 사이에서 감정적인 요인이나 환경적으로 역경이나 시련이 왔을 때 흔들림 없는 안전한 관계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하나쯤은 그런 존재가 자기 곁에 있어야 안전하다. 우리는 종종 “영원히 변치 말자, 우리의 우정 혹은 사랑을 간직하자”라고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가지만, 우리의 삶은 변화무쌍한 계절만큼이나 변덕스럽다. 그럼에도 영원을 향한 갈망 한다. 우리는 영원을 꿈꾸며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홀로는 너무 연약하지만 그 자체로 존귀하기 때문에 불변을 소망하고, 또 오래도록 존재하여 살고 싶어 한다.


이것이 인간의 불변에 대한 역설이자 아름다움이다. 때때로 변화하는 존재이면서도 불변을 갈망하고, 유한한 존재이면서도 영원을 꿈꾸며, 연약한 존재이면서도 존귀함을 품고 살아간다. 불변의 가치란 바로 이런 인간 존재 자체의 모순적이면서도 숭고한 본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결국 우리가 찾는 불변의 가치는 외부의 어떤 확실한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 그리고 그 중심에서 맺어지는 진실한 관계들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진정한 불변의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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