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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인형 Sep 20. 2022

동물 실험을 하고,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 이야기

[완독 일기 / 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 김영사

“○○아,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이라는 게 있어. 100년 전에 벤팅이라는 사람이 그 치료제를 개발했어. 친구가 당뇨로 죽어가는 게 안타까워서 어떻게 하면 될지 고민했대. 그리고 개를 이용해서 어떤 치료제가 병을 낫게 하는지 실험을 해 본거지. 밴팅이랑 동료들이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을 계속 갖고 있었으니까 약도 개발할 수 있었겠지. 그러니까 무엇이든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려고 애써보는 거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그 약을 개발한 사람은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었는데, 그 약은 인간 전체의 자산이라면서 캐나다에 있는 대학에 1달러만 받고 특허권을 팔았대. 엄마 같으면 그렇게 못 했을 것 같아., 그 사람 진짜 대단하지.”

   

“엄마, 근데 그 개는?”


수의학에서 동물은 실험동물, 반려동물, 야생동물, 산업동물(농장동물)로 구분된다. 수의사나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동물을 이렇게 구분해서 생각해볼 일은 많지 않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동물은 그냥 동물이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동물과의 관계에서 우리 생활은 위 네 가지로 쉽게 나눠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수많은 동물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해서 개발됐다. 집 앞 공원에는 저녁 9시가 되면 반려견 견주들이 모여서 함께 산책을 하고 정보를 나눈다. 아버지 집 근처에는 가끔 밤에 멧돼지가 밭작물을 노리고 다녀간다. 어제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이 책은 이런 흔한 일상들 가운데 존재하는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다.      

제목이 말해주듯 저자인 수의학자 장구 교수는 동물을 돌보기도 하고 연구하기도 한다. 풀어 말하자면 동물병원에 오는 반려견을 치료하는 한편 연구실에서는 동물을 이용해 실험을 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인슐린의 경우처럼 질병과 치료의 역사에서 수많은 동물이 실험대상이 됐다. 동물 실험에서 쉽게 연상되는 하얀 쥐뿐만 아니라 개, 소, 말, 원숭이, 돼지 등 많은 동물들이 각각의 특성에 따라 실험대에 올랐다. 특정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동물에게 여러 약물을 주입해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이 확보되면 사람에게 임상실험을 한다. 백신 또한 이런 방식으로 개발되는데 이 ‘백신(vaccine)’이라는 말은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서 유래했다. 천연두를 연구하던 에드워드 제너가 목장에서 소젖을 짜는 사람들이 유독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것을 알게 된다. 소에게도 천연두와 비슷한 우두병이 있음을 확인한 제너는 우두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주입해 천연두를 치료하고 예방한다. 이런 이유로 우두 접종법을 vaccination이라고 부르게 되고, 현재 백신의 어원이 됐다.


저자는 연구와 돌봄을 병행하는 수의사로서의 딜레마를 말한다. 한쪽에서는 실험으로 동물이 죽어가고 한쪽에서는 살리기 위해 애쓰는 아이러니. 장구 교수는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동물 실험이 없었다면 인간 질병 치료는 아마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다만, 동물의 희생을 당연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하자는 것. 3S는 대표적인 동물실험 지침이다. ‘실험동물의 수를 줄이고 Reduction, 가급적 동물실험을 다른 실험으로 대체하며 Replacement, 실험 현장에서 동물의 고통을 경감하기 Refinement’(48쪽).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따라오는 말들이 있다. ‘어제 삼겹살 먹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않니?’ 나는 완벽한 윤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아니 그럴 능력도 없다. 그저 한번 더 생각해보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애써 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왕이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사용하고, 육식의 빈도를 줄이고, 잘 보살필 자신이 없다면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는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쓰레기를 마구 생산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좀 덜 쓰고 덜 버리는 태도라도 가져야 한다. 동물 실험을 하는 연구자는 아니지만 3S의 태도를 갖는 건 필요하다. 그게 '나 이렇게 윤리적인 사람이라고' 만방에 소리치는 허세일지라도 말이다.


구구절절 동물실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지만 이 책이 동물 윤리에 대해 말하는 책은 아니다. 동물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쥐라기 공원을 현실화할 수 있을까? 냉동인간의 꿈은 이루어질까? 코로나19를 탐지하는 개가 있다? 등 동물과 인간의 삶을 연결 지어 풀어내는 이야기만으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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