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가 된 후 나에겐 권태기도 슬럼프도 아닌 '뭐하고살지기'가 생겼다.
회사원처럼 정해진 일도, 주어진 일도 없으니 스스로 무엇을 하고 나아가야 할지 늘 고민해야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어느 정도 수요가 가라앉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
무엇으로 어디로 가지를 뻗어나가려 해도 결국엔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꿈, 그림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호기롭게 마음먹었는데, 강의를 고르는 일부터 쉽지가 않았다.
물론 강의 없이 혼자 해볼 수도 있겠지만.. 잠깐 끄적여보니 이건 안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럽게 듣고 싶은 강의를 찾아 결제하고 듣는데, 하 이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나 싶다.
포토샵으로 드로잉을 해야 하다 보니 포토샵부터 익혀야 하는데, 아무리 배워도 머리에 잘 안 들어오는 망할 포토샵.
클립스튜디오로 해보려고 했으나, 아뿔싸 마음에 드는 강의가 별로 없다. 영구 라이선스까지 구입했는데.
원하는 강사의 강의가 결국 포토샵이라 다시 포토샵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오늘은 명암을 잡는 것부터 공부했는데, 애증의 원기둥과 마주하자 숨이 턱턱 막힌다.
차라리 연필로 하라면 쉬울 것을 디지털 드로잉으로 하려니 손은 근질거리는데 구현을 제대로 못하니까 너무 답답하다.
여기에 익숙해지는 것부터가 공부겠지.
이 단계를 넘어서면 괜찮아지겠지. 원하는 걸 맘껏 그릴 수 있게 되겠지.
하 그냥 하던 일이나 할까. 이걸 언제 또 해. 포기하면 쉬운데.
그런 복잡하고 나약한 생각들도 스친다.
지금 하던걸 더 갈고닦아야 하는 건가 싶다가, 그래도 이것도 해보고 싶었는데 싶다가, 지겹다가, 우울하다가, 자괴감이 몰려온다. 오늘 시작했는데.
이렇게 방황하고 돈만 쓰고 결국 원래 하던 일을 다시 하게 되려나.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그 일은 어차피 계속해야 한다. 생계로 돈은 벌어야 하니까.
그러다 보면 이건 또 흐지부지 되려나. 하 괜히 시작했나.
오늘 날씨가 너무 궂었나.
긍정적이고 기운 나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든다. 어쩌지.
오늘 꼭 면크로키는 해보고 자야지. 힘내자.
어디로 가든 아니다 싶으면 돌아오면 되니까 기운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