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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롸이트 Sep 15. 2023

이연을 만난 지 일 년 후

작년 이맘때, 사랑하는 유튜버 이연님의 북토크를 세 번이나 다녀왔었다. 


퇴사한 지 얼마 안돼 심적으로 많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현실의 벽 앞에서 재취업과 오랜 꿈을 끊임없이 쟀고, 늘 한 발자국 도망갈 준비를 한 채 뛰어들기를 머뭇거렸다.  


서너 번의 만남으로 그녀의 이야기가 내 마음에 자리 잡은 후, 스스로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고 일단 길을 떠났다. 


생각지 못한 기회를 만나 새로 배운 기술로 돈도 벌어보고, 그렇게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팬들도 생겨났다. 


그 과정에서도 사람을 얻었다 잃기도 하고, 또 지키고 새로 만나기도 했다. 


어느덧 벌써 1년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길 앞에 서있다. 


돈이 되지만 남의 의뢰를 받아하는 일을 털어버리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좇아가 보기로 한 것이다. 


당장에 수입이 곤두박질쳐 여간 촉박한 느낌이 드는 게 아니지만, 몇 번의 제작의뢰를 받으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감이 들기 시작한 것을 보니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된 듯하다는 확신이 든다. 


최근 돈이 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번갈아 해 보니 그 일에 임하는 스스로의 자세와 마음가짐에서 극명한 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일 년간의 나에게는 돈이 절실했다. 그런 상황에 있었다. 그리고 돈이 되는 일이 즐거웠다. 적어도 다른 사람 밑에서 인생과 시간을 저당 잡혀 일한건 아니었으니까. 


비록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물을 내어주는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나를 작가로 불렀으며, 내가 만든 창작물은 오롯이 나에게 권리가 있었고, 전부 포트폴리오로 쌓였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 노동력과 내 시간의 가치를 내가 매겼고, 사람들은 기꺼이 그것을 인정했으니까. 


한두 달 사이 좀 힘든 의뢰인들을 거치면서 깊은 회의감을 느껴 이제 슬슬 빠져나와야 함을 알아챘을 뿐이다. 


돈이 급한 상황들이 얼추 정리되고 두어 달의 생활비는 확보해 둔 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먹는다. 



이연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제목부터 찬란하기 그지없다. 용기를 얻는다. 


내용도 전부 힘이 되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띠지의 문구들이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됐다. 


'내가 사랑하는 무용한 것들을 세상에 보여주는 법. 사랑하는 것들을 하면 된다. 사랑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삶. 그것이 창작하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내가 지금 하고 싶어 하는 일도 딱히 누군가에게 어떻게 쓰일지 잘 모르겠는 일들이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 때의 내가 즐겁고, 결과물을 짠하고 꺼낼 때 행복하다.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누가 시킨 게 아니어도 하게 되는 일들. 


그런 일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꽤 괜찮은 거 아닐까. 



사실 돈이 전혀 안될 일은 아니긴 하다.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리란 기대가 없는 일은 내게 별로 즐겁지 않았다. 


무언갈 하면서 즐겁다는 의미는, 이 일들이 언젠가 쌓이고 이어져 나에게 보상을 가져다 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신간이 나왔으니 앞으로도 몇 번의 북토크가 있겠지. 


첫 북토 크는 열리자마자 예매까지 성공했으나, 앞뒤 안 보고 결제부터 하고 보니 가족여행을 가서 한국에 없는 날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취소했다.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올해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앞으로 더 가볼래요. 고맙습니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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