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주의
뜬금없는 포인트에서 뜬금없는 다짐을 했다.
어젠 너무 무기력했고,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미싱을 켰다.
자수미싱을 돌려놓고 틈틈이 일을 했다.
그랬더니 양쪽이 다 딴짓 같아지면서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못 말리는 심보다.
누구나 알겠지만 꼭 지금 하지 말아야 할걸 할 때가 즐겁다.
지금은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만 하게 되는 그런 것들.
미싱도 다시 한번 정식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열심히 하던 시절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휴직할 무렵엔 만삭이라 앉아서 강의를 듣기가 어려웠다.
이젠 회사도 없고 임산부도 아니니 드디어 나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조만간 강의를 알아보고 배우러 가야겠다.
엊그제 인스타그램을 해킹당했다. 포트폴리오 용으로 쓰던 계정이었다.
이메일 자체가 변경되어 버려 비밀번호를 찾을 수 없었다.
심란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그냥 다시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행히 아직은 이상한 게시글들이 올라가지 않았다. 부디 그렇게 영원히 멈춰있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새 계정을 팠다. 그리고 그걸 내 비공개 계정 친구들에게 알렸다.
사실 그동안은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그다지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극소수의 인친들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좀 알려도 괜찮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알리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 앞으로 꾸역꾸역 잘 나아가고 있다고 보여주고픈 사람.
바보같이 괜한 파도타기를 하다가 보고 싶지 않은 소식을 만나고 괜히 스스로 상처를 받았다.
접하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 될 일인데 야속한 손가락은 뇌의 말을 따라주지 않는다.
기어이 알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알게 되고 굳이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입는다.
영원히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복잡한 마음에 머리를 감으며 잡생각을 털어냈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으면 보여주면 되지.
그게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왜 참아.
참는 게 더 우습잖아.
그게 하고 싶으면 해.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 줬다.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네가 하고 싶으면 일단 해.
이젠 아무도 널 말릴 수 없다는 걸 알잖아.
회사도 상사도 수군대는 입들도 없다.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해서 걸어가면 되는 거야.
일이고 사생활이고 눈치 보지 말자.
오늘, 지금, 이 순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너는 그래도 돼.
그런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