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숨 쉬듯 글을 쓰자
※ 당사자의 모든 글은 ‘소설 쓰기’를 기반으로 한다.
※ 당사자의 글은 정답이 아니다, 누구나 쓰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글에 대한 철학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약간의 강압적인 표현은 당사자의 생각이 그만큼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 ‘글쓰기의 기본 3, 쓰기’ 편은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묘사, 장르, 개요)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당사자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목마르면 물을 마시고 배고프면 음식을 먹는 것처럼 나는 쓴다. 글을 쓰는 행위가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힌 뒤로 나는 쓰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지경이 됐다. 퇴고를 기다리는 지금 역시 붕 떠버린 시간과 마음에 공허함이 차오른다. 오전에는 브런치를 쓰고 오후에는 그동안 게을렀던 블로그를 작업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틈틈이 책을 읽고 산책을 나가며 집안일을 한다. 저녁에 누울 때쯤 되면 허리가 쑤실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지속적으로 글을 갈구하는 듯하다. 마치 그리운 연인의 소식을 기다리는 것처럼.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
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모든 지망생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쩌다 글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당사자의 경우는 ‘그냥’이었다. 들끓고 있는 욕망 대비 하잘 것 없는 이유이지만 진짜다. 2021년 9월 1일 느닷없이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시기도 딱 1일이라는 게 재미있다), 일주일 정도 고민하다가 9월 8일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여러분들은 어쩌다 글을 시작하게 되었는가? 당사자처럼 아무런 계기 없이 갑자기 시작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떤 계기가 있을 것이다. 책이 좋아서, 글쓰기에 소질이 있어서, 스토리텔링이 재미있어서. 그리고 개중에는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사자는 이런 지망생들에게 글을 쓰는 동안 그 계기와 사연을 꾸준히 상기시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별것 아닌 계기와 사연이 글쓰기에 동기로 작용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 당사자처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지금 당장 글을 쓰고 있는 이유를 떠올려보자.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당사자 인생에서 가장 또렷한 이유이며, 가장 절박한 꿈이다.
글에 투자해야 할 시간들
하루에 얼마나 써야 할까? 몇 시간이나 써야 적당할까? 많이들 고민하는 모양이다. 근데 사실 이렇게 주관적인 문제는 전문가도 답을 내리기 힘들다. 개개인별 생활 습관과 루틴이 다른데, 반드시 글을 써야만 하는 시간이라는 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두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하루 2시간씩 쓰는 사람과 6시간씩 쓰는 사람의 글은 동일한 속도로 발전할 수 없으며, 투자 시간이 많을수록 목표 달성 역시 빠르다는 사실을.
당사자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뒤부터 첫 번째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하루 8시간 정도 글을 썼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식사를 하고 씻고 산책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오직 글에만 매달렸는데, 어림으로 계산해도 하루 8~9시간을 쓰기에 할애한 셈이다.
두 번째 소설을 쓸 땐 마냥 앉아서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결과물은 빠르게 나왔지만 발전 속도가 더뎠다. 읽고, 배우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고 그때부터 8~9시간씩 쓰던 글쓰기 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다. 또 틈만 나면 글을 쓰기보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무조건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당사자는 책을 읽으면서 글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했다.
세 번째 소설, 그러니까 최근에 완결 낸 소설을 연재할 땐 운동도 없이 하루 종일 앉아만 있던 탓에 요통이 심각한 상태였다.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 병원을 찾았고, 그때 나는 인생 최악의 무기력을 맛봤다. 평생 병원을 다니면서 이렇게 많은 비용을 써본 적이 없었다. 누워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꼬박 2~3개월을 누워만 지냈다. 그러면서 왜 신체적 질환을 가진 사람이 정신적 질환을 갖기도 쉬운지 깨달았다. 글을 쓰는 작업이 비록 신체적 능력을 요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건강 컨디션을 유지할 필요는 있었다. 꾸준한 운동도 원활한 글 작업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구구절절 늘어놓은 이야기를 요약해 보자면 결국 ‘가만히 앉아서 오래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글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하고 배울 시간도 필요하다’이다. 또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꼭 해주고 싶은데, 이건 사실 당사자가 아니라 당사자의 가족이 해준 말이다. 글이라는 건 작성자의 기분에 영향을 받는 분야이므로 늘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려면 아프지 않은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글에 투자할 수 있을까
당사자는 글을 쓰기 약 1년 전부터 블로그를 운영 중에 있다. 다행히 그 블로그에선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고 있고, 덕분에 하루 종일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므로 지금부터 이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분들이 가지고 있을 사정은 모두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가정을 돌봐야 하고, 누군가는 경제활동을 해야 하며, 또 누군가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 이들에게 공통점이라면 본업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과 여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하루 6~8시간씩 글을 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의 역량과 신체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지성 글쓰기는 되는 것도 없이 열정만 축내기 좋은 지름길이다.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글을 쓰고 싶다면, 하루 2~3시간만 일단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다가 힘들어서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1~2시간으로 줄이고, 에너지가 남는 것 같으면 3~4시간으로 늘려보자. 이때 중요한 건 글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인데, 사실 꾸준함이라는 건 여유 있는 사람들도 지키기 어려운 약속 중 하나다. 하물며 회식, 야근, 과제, 개인사정 같은 변수가 많은 분들에겐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서 당사자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다. <그래도 해보자>
다만 20~30분이라도 좋다. 새로운 글쓰기가 부담스럽다면 썼던 글을 퇴고해도 좋고, 퇴고마저 힘들다면 필사라도 하자. 이 ‘꾸준함’이라는 게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또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용기도 생기는데, 이런 감정들이 글쓰기에 대단한 동기부여가 되므로, 결과 역시 좋아질 수밖에 없다. 피치 못할 사정을 핑계로 한 번 거르기 시작하면 두 번, 세 번 거르는 건 일도 아니다. 초반에 힘들어도 일단 버릇을 들여놓으면, 결국 숨 쉬듯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여러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퇴사를 고민하는 여러분들께
위와 같은 이유로 본업을 포기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직장을 다니며 좋아하는 일을 병행해 본 사람으로서 사실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는 건 맞다. 회사에 있으면 그림 생각이 났고, 학원에 있으면 잔업이 떠올랐다. 체력의 한계에도 여러 번 부딪혔다. 결국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어서 당사자는 6개월 만에 그림을 포기했다. 물론 열정이 지금의 글만큼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포기할 땐 속상해서 스스로를 책망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회사를 포기할 순 없었다. ‘가난할지언정 꿈이 있다면 괜찮다’는 말은 진정 가난해보지 않은 사람이 한 말이다. 액수가 적어도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은 안정적이고, 이 안정감은 생각보다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말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경제적 여유가 없을수록 지능은 낮아진다’ 지능이 낮아서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경제적 여유에서 오는 안정감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능을 유지해 준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돈이 없을수록 멍청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소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어도 사실이다. 돈이 없어 당장 밥 한 끼를 걱정해야 될 시국에 꿈이 눈에 들어오고 글이 손에 잡힐까? 해보지 않았지만 대단히 어려운 일임엔 틀림없을 것이다.
몇 년은 거뜬히 버틸만한 목돈이 마련되어 있고, 집안이 부유하며, 부양해 줄 친인척이 있다면 감히 당사자가 무어라 충고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책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되고 오래 걸리며 외로운 작업이라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것만큼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심심치 않게 들리는 작가들의 고독사는 아니 뗀 굴뚝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아니다.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숨 쉬듯 글을 쓰자
무턱대고 쓰라는 말이 아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무지성으로 노력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당사자는 지금의 스스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끈기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노력은 남의 일인 줄 알았고 꾸준함은 내게 없는 재능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평생을 살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노력한 건 오직 ‘소설 쓰기’ 밖에 없다.
이렇다는 건 당사자에게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넘쳐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려웠고 힘들었고 또 외로웠다. 셀 수 없이 많은 순간을 울었고 우울감에 빠졌다. 그럴 때마다 당사자는 ‘내게 이런 열정이 또 언제 찾아올까’ 싶어 다시 글을 잡았다. 어떤 날에는 글을 쓰는 목표가 아닌 이유에 대해 생각했고, 또 어떤 날에는 글을 잘 쓰지 못해도 좋으니 열정만큼은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이것 하나만큼은 지켜왔는데, 그게 바로 꾸준함이었다.
손가락 염증 때문에 병뚜껑을 딸 수 없을 때, 요통으로 서있는 것조차 고통일 때를 제외하면 2년 동안 계속 글만 썼다. 하루에 20~30분 쓸지언정 노트북을 펼쳤고, 도저히 안 되겠는 날에는 필사라도 해서 시간을 때웠다. 이걸 1년 정도 반복하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글 실력이 늘어서, 마음가짐이 바뀌어서도 아니다. 그냥 습관이 돼버린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3시간 글을 쓰고 점심 먹고 다시 3시간, 저녁 먹은 뒤엔 2시간 책을 읽고 1시간 산책을 했다. 이 루틴이 몸에 배어버리니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됐다. 그래서 당사자는 하루에 몇 시간 글을 쓰는 것보다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훨씬, 몇 배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서운데 아군일 땐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이로써 ‘글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 혹은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끝났다.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 글을 써 본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인데, 여기에는 <장르 선택>이나 <분량 늘리기> <개요 짜기> 등이 준비되어 있다.
브런치를 쓰면서 느끼지만, 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구나 싶다. 그럼에도 이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여러분들에게 전달하는 건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내 글쓰기 지식이 소설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그것도 말이 아닌 글로 하려면 좋은 짜임새와 상당히 높은 전문성을 갖춰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이것도 쓰다 보면 익숙해져서 숨 쉬듯 쓰게 되겠지. 감히 이런 기대를 해본다.
❋ 2023.09.11 글은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