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2026
해방촌을 정신없이 찍다 보니 카메라 배터리가 다 닳아 없어졌더라고요. 여분 배터리를 사야 하는데 정품 배터리는 비싸다 보니 그냥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다니는 걸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 보조배터리를 챙겼는데 케이블을 안 챙겨서 충전을 할 수가 없었지 뭐예요. 여러분도 보조배터리를 챙기면 케이블도 꼭 같이 챙기시길 바래요. 무선충전이 되는 배터리라 케이블을 안 챙기고 그냥 쓰는 게 익숙해져 있다 보니 생긴 일인 것 같습니다.
케이블을 살 수 있는 데가 어디 없나 하고 이리저리 들어가 봤습니다. 슈퍼에 갔는데 슈퍼에서는 이걸 취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들어갔죠. 편의점에는 으레 케이블이 두세 종류는 있었으니까요. 근데 가격이 좀 비쌌습니다. 케이블 하나에 만원은 좀 너무하잖아요. 정보 전송용으로 쓸 게 아닌데, 그냥 저속 충전만 되면 되는데 말이죠. 지도에 다이소를 검색했더니 가장 가까운 다이소가 무슨 서울역까지 나가야 있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지도를 보고 다른 편의점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건물 외벽에 간판이 달려 있길래 어떻게 잘 들어가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도무지 입구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알고 보니 편의점이 폐업한 거였더라구요.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을 들어가려고 노력한 거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후암동 버스 종점 근처 큰길 쪽으로 나가서 찾아보기로 하고, 방향을 꺾어 108계단 쪽으로 이어 걸어갔습니다.
가는 도중에 신흥교회 뒤편에서 사진찍기 좋은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주차장 한켠에 조그맣게 테라스처럼 나와 있는 곳이었습니다. 서울역부터 시청 쪽 시내가 내려다보입니다. 오랜만에 번들렌즈를 꺼내서 최대 광각인 15mm로 찍어보았습니다. 번들렌즈라면 일단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번들렌즈만큼 작고 가벼우면서 일반적인 상황에 두루두루 사용이 가능한 렌즈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최대 광각으로 땡겨서 찍으니 광각 왜곡이 재미있게 나네요. 높은 건물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지평선이 약간 둥글게 보이는 느낌입니다. 서울역 주변 업무단지도 조그맣게 보이는 게 흥미롭습니다.
지금 제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티티아티산 35mm 렌즈입니다. 2세대 AF 모델로 1세대에 비해서 최소초점거리가 가까워졌다고는 하는데 체감상 한 팔을 뻗은 거리부터 잘 잡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스펙상 최소초점거리가 60cm라고는 하는데 더 멀어야 슬슬 초점이 잡힙니다. 후지필름 퍼스트파티나 시그마 렌즈가 30cm대의 최소초점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많이 아쉽죠. 렌즈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에 누군가 귤 하나를 놓아 두었습니다(저랑 제 친구는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가 보니 흰 시멘트 위에 빨간 귤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위 건물들이 파란 지붕이나 초록색 방수 페인트로 마감한 것과 붉은 벽돌 벽으로 된 것에다가 흰 시멘트 위에 있으니 대비가 재미있네요.
콘크리트 양생을 못 참은 귀여운 불청객 하나가 지나간 자국도 볼 수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정말 귀엽네요. 공사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