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2026
여러분은 왜 걸으시나요? 건강을 위해 걷는 분도 있겠죠. 아니면 '이 거리를 버스를 굳이 타야 하나?' 싶어서 걸으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씩은 걷는 것 그 자체가 좋아서 걷는 분도 있을 겁니다. 신흥교회에서 후암동 108계단으로 향해 해방촌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걷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저는 사실 걷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을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고 합시다. 목적지 코앞까지 다 왔고, 버스로 한두 정거장 정도 남았습니다. 아이코 이런! 지금 타고 있는 버스는 이번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다른 쪽으로 간다네요. 어쩔 수 없이 이번 정류장에서 내려야겠습니다.
목적지로 가는 버스가 10분이면 온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나요? 10분이라는 시간이면 환승이 되니까 약간 기다려서 (알뜰하게) 환승 제도를 이용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정도 거리면 그냥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걸어가도 10분 정도 걸릴 거니까요.
그런데도 저는 버스를 타는 쪽으로 다녔습니다. 그 정도로 걷는 걸 싫어했었죠. 그런데 나이를 좀 먹었다고 그러는지 푹푹 찌는 여름에 땀도 덜 나고 겨울 칼바람도 그냥저냥 맞을 만 해졌나 슬슬 걸어가자는 생각이 듭니다. 버스비가 아깝다는 생각도 조금 들고요.
동네에서 친구랑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면 집에서 지하철 한 역 정도 떨어진 곳에서 주로 만납니다. 몇 년 전까지는 마을버스(그래도 백 원 싸니까요)로 갔는데 이제는 그냥 걷습니다. 걷는다는 행위가 그만큼 익숙해진 걸까요.
서울에 사는데도 남산타워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높이 올려다보이는 건 정말 익숙하지가 않네요. 하긴 전망대에 오르기 전 타워 밑바닥에서 올려다보거나 저 멀리에서 쳐다보지 않는 이상은 이렇게 가까이에 올 일이 없기도 하네요.
그런데도 해방촌에서 유독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명동이나 충무로에서도 비슷하게 올려다보게 되는데 말이죠. 삼일대로 쪽에서는 큰길에 일자로 타워가 보여서 청계천쯤에서 찍으면 정말 멋지게 나오기도 합니다. 아마도 해방촌이 산 북쪽 자락보다 더 정상에 가깝게까지 집들이 들어차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계속 남산타워를 바라보면서 걸어가다 보면 벽돌로 가득한 골목들을 지나게 됩니다. 해방촌 같은 빌라촌은 대부분 벽돌로 된 벽이 많죠. 요새는 콘크리트에 철골 구조로 벽을 세우고 그 벽에 외장으로만 붙이는 반쪽짜리 벽돌도 나온다고 하더군요. 이런 오래된 집들은 진짜 벽돌 벽이겠지만요.
이런 건물들 너머로 서울역 주변이 살짝씩 보입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일부로 숨 쉬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커다란 도시가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부품들은 얼마나 많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그렇게 한 십 분 정도 걸었다 싶으면 막다른길 표지판이 나옵니다. 이 길 끝에 후암동 108계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막다른길이라는 안내가 붙은 거고요. 그럴 일이 있을까 싶긴 한데 이쪽으로는 잘못 길을 들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초행길이라면 차 돌리기도 힘들어 보이거든요. 대부분의 골목길은 풀뿌리처럼 뻗어 있으면서 한쪽 끝이 막힌 경우도 많고요.
해방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 중 하나라는 후암동 108계단,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