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세월 중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가 언제였을까?
난 그리 밤새워 공부를 열심히 한 적도 없었고,
피 땀 흘려 열심히 돈을 벌어 본 적도 없다.
그래도 매일 충실하게는 살았지 않았을까?
오늘 아침 새벽미사를 가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기억 중 가장 열심히 보람 있게 살았던 때가 언제였을까?
내가 명일동 성당에 다닐 적인 2013년도에 현재 천주교 서울교구 주교님이신
유경촌 신부님께서 발령 나서 오셨다
보좌신부님까지 함께 오셨었는데 그분들이 집전하시던
첫새벽 미사를 드린 후부터 계속 새벽미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두 신부님이 항상 같이 새벽미사를 집전하셨다.
두 신부님께서 얼마나 정성껏 미사를 드리시는지 매 미사 시간마다 감동이 밀려왔다.
새벽미사가 주일 미사만큼 신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전 신자가 열심히 기도하며 다들 신앙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들 했다.
신부님 한 분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다들 실감하고 있었다.
난 새벽 6시 미사에 참석하려면 최소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지만
피곤해도 눈이 번쩍번쩍 뜨이던 때였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다녔는지 스스로에게 쓰담쓰담을 한다.
가장 가정적으로 은총을 갈구하고 있던 때였을까?
가장 많은 은총을 받은 시기였던 것 같다.
그 뒤로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3,4년 동안 새벽 미사를 열심히 다녔다.
여행 가서도 성당을 찾아 매일 미사에 참석해서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겨울에는 차가운 새벽 공기와 미끄러운 도로를 종종걸음으로 걸으면서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말 열심히 다녔다.
미사 끝나고 달려와야 출근 시간에 맞출 수 있었는데도 피곤한 줄도
모르고 다녔던 기억이 내가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였던 것 같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뭉클해지며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열심히 했던 일보다는 열심히 미사 다닌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있다
언제부터 인지 아프면서 좀 쉰다고 했던 게
그 후로는 다니다 말 다를 반복하고 있다.
나이가 듬일까
맘이 게으름일까
그때의 그 열정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지금 우리 문정동성당에는 신부님이 세분 계신다.
요즘에는 세분 신부님께서 같이 나오셔서 새벽미사를 드리신다
첫 복사하는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해 주시느라 한 달여를 그리하고 계신다.
워낙 주임 신부님이 잘하시어 보좌 신부님들까지 열심히 사목 하셔 감격할 따름이다.
강론의 힘이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오늘 미사 주례 신부님은 막내 신부님이셨다.
오늘따라 아침부터 심각하게 뭔가를 생각하면서 왔는데
오늘 독서 말씀이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
온갖 말로 애써 말하지만
아무도 다 말하지 못한다
눈은 보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못한다
~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드는데
바다는 가득 차지 않는다
강물은 흘러드는 그곳에 계속 흘러든다.
~
복음 말씀 때문인지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대해 말씀하셨다.
우리 아들이 나한테 책만 사 들인다고 소리 들어가며
구입해 둔 '코스모스'란 책이 생각이 나서 미소 지었다.
너무 두껍고 어려워서 감히 읽어볼 생각도 못하고 책꽂이에 얌전히 있는 책이다.
살짝 꺼내서 펼쳐보고 앞 뒤만 읽었다
tv프로로 다시 방영해 준다면 열심히 봐야겠다.
우리는 무한한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미소한 존재들이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바닷가의 모래알보다 더 작은 지구에 모여서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범죄자 등도 살아간다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
짐승도 살고, 풀도 살아가고..
허무한 인생사 우리의 수명은 별들의 시간에서 보면 10억 분의 1초에도
못 미치는 인생이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하느님 밖에 없다는 말씀이셨다.
요즘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한계가 온 듯하다
욕심인지
허영인지
결단력부족인지
~~ 너무 쫓겨가며 살고 있다
그래서 조금 주변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조금은 털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다.
그러나
회사에도 열심히 다녀야 하고,
성당에도 열심히 다녀야 하고,
숲공부도 해야 하고,
숲공부의 끝은 글을 써야 하니 글쓰기도 잘해야 하니
뭘 줄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