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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Mar 09. 2024

손녀 졸업식과 입학식

한 명 아이 키우기도 힘든 세상

너무 피곤하여 퇴근하자마자 잠을 자다 일어났다. 내 일상이 일주일 동안 어떻게 흘러갔는지 몽롱하다. 일상의 편안함을 새삼 느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먹고 싶은데로 먹고, 쉬고 싶은 데로 쉬는 내 편안한 저녁시간을 모처럼 찾았다.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안 자고 하고 싶은 것 해도 되는 시간이다. 마른 듯 죽은 듯 숨죽이고 있던 나무들에 초록색 잎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봄이 되면 누구든 기쁜 미소와 행복한 미소를 띠며 거리를 산책하며 행복해한다. 그건 자연의 힘일 거라 확신한다.




하나 있는 외손녀가 저번 주에는 유치원 졸업했고,  이번주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완전 손녀 스케줄로 더욱 봄이 바빠졌다. 나무들도 봄 준비하느냐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던데 나도 그렇다. 영어유치원을 다녀서인지 요란스럽게 짜인 프로그램이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어 저녁시간 졸업식에 참여했다.  영어로 진행되고 가끔 한글로 설명해주기도 하는데 아이들, 어른, 다 알아듣는지 웃고 대답하는 것 보면 나만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난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그래두고 아직 사진을 정리도 못하고 있긴 하다.



평생 살아도 한글도 못 읽은 어르신이 있듯 나도 지금까지 살았어도 유치원생들 영어도 못 알아듣는 어르신이 되어버렸다.  단체로 또 개인이 나와서  영어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손녀는  건강에 대한 설명과  해야 하는 운동을  영어로 설명하며 시범을 보였다. 난 다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열심히 박수를 쳤다. 춤을 잘 추는 손녀는 아이돌 춤을  신나게 추며 끝냈다.  옆집에 사는 친한 친구는 10여분을 혼자서 마술을 진행하며 관중들의 호응까지 이끌어내고 있었다. 교육의 힘이 크다는 생각도 들고  영어를 저렇게 하느라 고생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치원을 항상 즐겁게 다닌 걸로  봐서  억지로 하지 않았을 거라 여긴다.




봄이라서 그런지 이런저런 사무실 일도 많아졌고 저녁 약속도 이틀이 있었다.  평상시에도 이런 정도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부터  딸과 손녀가 우리 집에서 지내다 금요일이라 자기 집에 갔다. 초교 입학이라서  육아휴직을 하려 했는데 잘 안돼  대신 재택근무를 한 달 동안 하게 된  딸과 손녀가 우리 집에서  입학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워킹맘은 사립학교가 훨씬 편하다고 사립학교를 넣으려고 했는데 모두 떨어졌다. 지금까지 회사와 가까운 곳에 살았는데 어쩔 수 없이 아이 학교 보내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겠다고 한다. 어디에 살던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이사를 하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집을 옮기려고  했는데  잘 안 맞아  한 달 동안 우리 집에서 살게 됐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 학교이기 때문이다. 대신 회사가 멀어져서 딸이 고생을 더하게 생겼다. 그래도 아이 케어를 도와야 하는 우리는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입학식에선 담임선생님이 누구실까 가장 궁금한 사항일 것이다.  강당에서  진행하는데 학부모는 한 명만 참석가능하다고 했다.  한 학년이 9반까지 있는데 학급당 26명이라고 하니 대형학교라고  한다.  한 학년이 250여 명이니 아이가 줄어들어 폐교하는 마당에  많은 것 같다.  대신 입학식이 끝나고  도착한 가족들은 짜장면을 먹어야 입학식이라는 믿음으로 중국집에 갔는데 역시나 입학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북적거렸다. 입학식이라고 학교에서 아이들 전체에게 꽃다발도 안겨줬다. 지금은 학교가 의무교육이라지만 아낌없이 준다.  공책, 색연필등 여러 가지를 줘서  한가득 안았다.  오후에 다시 학교에 갔다. 아이 할아버지께서도 오셔서 무척 기뻐해주셨다.  아이들  교실까지 개방해 줘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앙증맞고 작은 책상과 의자.  예쁘고 깔끔하게  꾸며진 벽면, 따뜻한 교실과 깨끗한 화장실도 걱정을 놓이게 했다.  



유치원과 다르다는 교육을 얼마나 받았는지 신나 하면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하나하나를 전달하느라 종일 입이 바쁘다.  친구들의 이름도 여러 명 익히며 서로 탐색하는 것 같다.  집에 와서는 친구들 얼굴을 기억하며 스케치북에 그리며 즐거워한다. 급식이 매워서 맨밥만 먹는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  전 학생에게 동일 메뉴를 주나 보다. 아직 매운 것을 먹어 보지 않았는데 급식은 큰 아이들에 맞춰 나오나 보다. 집에서 숟가락은 가지고 다니고 식판은 데 조금밖에 못 먹는다고 한다.  안 먹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을 꼭 먹여 보내야 했다.




 유치원에서는 가서 간식을 먹어  집에선 간단히 먹고 가도 됐는데 인제 아침을 챙겨야 하게 생겼다.  옷 입히는 딸을 대신해 난 아이 아침을 챙기고 어른 밥 챙기려니  일찍 일어나도 엄청 바쁘다. 난 먹는 것 챙기고 저녁에 책같이 30분 읽는 것만 하기로 했다. 남편은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을 담당하기로 했다.


과일 두세 가지 예쁘게 깎아 조금씩 담고. 오이. 당근 한 토막.  삶은 달걀 흰자. 요플레.  빵. 메뉴를 매일 바꾸려니 준비가 힘들기는 하지만 한 달 동안의 서비스라고  생각하니 즐겁게 한다. 딸은 걱정이 태산이다. 어떻게 아침을 챙겨 먹이고 출근해야 할지. 내가 생각해도 해답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아이가 잠자는 것 보고 출근해야  하는데. 결국은 누군가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위가 지방에 있어  주말부부여서  혼자 키우다 보니 더욱 힘든 것 같다. 출근해야 하는 나도 종일 케어를 할 수도 없으니 걱정만 늘고 있다.


내가 늦게  퇴근했는데 숙모가  입학 선물로   케익을 보냈다고 한다. 촛불을  끄더니 가장 먼저 접시에 케익을 담아준다. 할머니는 회사에서 지금까지 일하다 오시느랴 고생했으니  먼저 드시라고 한다.  속이 꽉찬 아이가 대견하다.


그냥 한 명 키우는 게 뭐가 힘드냐고 하지만  한집 한집 속에 들어가서 보면  한 아이 키우기도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 키우기 쉽게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항상 겉돌 수밖에 없다.  최저 수준의  출생률이 모두의 걱정이지만  해결할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딸이 대기업에 다니지만 육아휴직을 편하게 하기도 힘들다. 조직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하는 일을 남에게 대체해서 맡기기도 쉽지 않을 거다. 모든 것을 다 챙기기는 힘드니 뭔가를 놓아야 하는데 그게 뭘지 모르겠다. 같이 행복해지는 봄날이 되길 기대하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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