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아끼고 지구도 지키자!"
오늘부터, 왕왕 돈 버는 제로 웨이스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돈을 번다는 것은 실제로 늘려야 하는 ‘수입’이기도 하지만,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지출’을 줄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가 자원(돈)을 아끼면서 지구는 물론 내 통장까지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나눠볼 예정. 돈과 자원, 안 쓰자는 게 아니라 덜 쓰자는 이야기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사실 요즘 나의 화두다. 짧게 사연을 말하자면, 나는 지난해 2020년부터 회사에 다니지 않았다. 그 전까지는 평일엔 회사, 주말엔 프리랜서 활동을 할 정도로 치열하게 돈을 벌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회사 스트레스를 핑계삼아 줄줄 새는 수도꼭지처럼 돈을 흘리고 다녔다. 마치 이 신용카드의 부채를 쌓아, 사표를 막으려는 사람처럼. 어쨌든 10년 동안 참아온 회사생활은 한계에 부딪혔고, 나는 행복을 위해, 아니 살기 위해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택하게 되었다. 줄곧 의미있는 일을 찾고 싶었는데, 그 과정에서 월간옳은을 시작하게 되었다. 월간옳은은 좋은 취지로 시작된 작업이다 보니, 사실 그 수익성은 정말 좋지 않은 편이다. 회사 다닐 때랑 비교하면 월급은 거의 없는 수준이고. (너무 솔직했나?) 어쨌거나 중요한 건, 회사 다닐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덜 벌고, 덜 쓰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들려줄 이야기는 “옳은살롱”이다.
나는 원래 시도 때도 없이 미용실에 다녔다. 펌, 염색, 컷트… 한 번은 쉼 없이 연달아 펌을 하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다 타서 복구 클리닉 서비스를 받아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곰곰 생각해보았다. ‘내가 정말 머리를 하고 싶은 걸까?’ 아니, 아니었다. 나는 회사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면서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자꾸 미용실에 가서 헤어 스타일을 바꿨던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 그랬다는 얘기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그리고 월간옳은 일을 하면서, 두부멘탈을 탈출해 누구보다 마음이 건강해졌다. 놀랍게도 더 이상 미용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펌이나 염색이 사람 몸에도, 지구 몸에도 좋지 않은 일이고, 무엇보다 돈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 후, 나는 집 안에 컷트전용 미용실을 차렸다. 미용가위를 사고, 미용가운을 샀고, (남편을 위한) 이발기도 샀다. 유튜브를 검색해 집에서 머리 자르는 방법을 공부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툴렀는데, 몇 년째 계속되니까 지금은 제법 잘 자르게 되었다. 남편과 내가 미용실에서 썼던 돈을 돌이켜보면, 연간 최소 150만 원 이상 절약되지 않았나 싶다. 헤어 스타일을 바꾸고 싶을 때는 머리카락 길이나 컷트 모양을 조금씩 바꿔줘도 충분하다.
이런 나에게 작은 목표가 하나 생겼다. 바로 나의 귀여운 조카 덕분에 생긴 목표. 며칠전에 언니가 둘째 조카 사진을 보내왔다. “둘째 머리 잘랐어. 머리카락 기부하려고. 세 번째 기부야.” 하는 메시지와 함께. 한 번도 머리카락을 길러서 기부할 생각을 못했는데, 조카는 벌써 세 번째 기부를 실천하고 있던 거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펌을 많이 한다는데, 조카는 반곱슬인데도 펌을 하지 않는다고. 머리카락 기부는 염색이나 펌을 하지 않은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나도 미용실을 가지 않은 지 벌써 2년이 지났고, 그사이 염색이나 펌도 하지 않았다. 꾸준히 잘라왔는데 이제 자르지 않고 한동안 쭉 길러서 기부를 할 계획이다. 참! 염색이나 펌을 하지 않다 보니, 사람 몸에도 지구 몸에도 좋다. 린스나 트리트먼트를 쓰지 않아도 괜찮다. 이 또한 지구에 이롭다. 게다가 이중으로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 제대로 돈을 버는 셈이다. (내 경우 비누를 쓰니 두피 트러블이 생겨서 포기하고, 샴푸만 조금씩 사용하고 있다.)
조카 덕분에 더더욱 미용실에 가지 않을 이유, 펌과 염색을 하지 않아야 할 목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