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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브 Dec 21. 2022

봉사단에 가입했더니 남편이 생겼다(?)

(1)-상의탈의남과의 질긴 인연의 시작

약 1년간의 미국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았던 22살의 어느 날, 10대 학생들에게 과학과 나노기술을 가르치는 교육 봉사단에서 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빡빡했던 대학교 공부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운 미국 생활로 리프레쉬를 하고 돌아온 나는 당시 학교생활에 대한 열정 게이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득 차 있었다. 여느 대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할 수 있는 유용한 활동을 찾고 있던 차라 고민 없이 봉사단에 가입 신청서를 냈고, 얼마 뒤 면접을 통해 봉사단에 가입하게 되었다.


들어가 보니 총 봉사단원이 100명이 넘는 큰 단체였고 10명 정도씩 조를 나눠 활동을 하는 구조였는데, 주기적으로 기술원에 방문해 박사님께 나노 기술에 관한 수업과 봉사 관련 교육을 받고 배운 내용을 토대로 그 지역 초/중/고등학교 방과 후 선생님으로 투입되는 시스템이었다. 때문에 평소에는 조 사람들과만 교류를 했지만 한 달에 몇 번씩은 기술원에서 다른 조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렇다 해도 워낙 큰 단체였다 보니 한 명 한 명과 알아갈 기회는 적었다.


학생들 앞에서 나노기술 강의하던 과거의 나. 초커는 킹받지만(?) 그 당시 유행 아이템이었지..




혈기왕성 대학생들이었던 우린 봉사활동을 마치고 매번 회식을 했는데, 추운 겨울날이었던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 조 사람들은 술 좋아하는 조장 오빠를 따라 근처 로데오 거리의 술집으로 향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가게 이름은 바로 '고인돌'. 인원이 많은 우리를 수용할 수 있는 가게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그때 자리가 난 곳이 고인돌 뿐이었다. 넓은 공간에 긴 평상 테이블이 여러 개 자리한 포차 느낌의 술집.


시끌벅적한 수요일 밤 너른 테이블 하나를 통으로 잡아 우리 조원들은 먹고 마시며 놀기 시작했다. 한참을 놀고 있던 그때, 갑자기 우리 조장 오빠에게 서글서글한 인상의 누군가 다가와 아는 체를 했고 짧지만 반가운 대화를 나눈 뒤 그 사람은 자기 테이블로 돌아갔다.


"오빠, 저 사람 누구예요?"

"어 너 쟤 몰라? 우리 봉사단 단장. 너 들어올 때 면접관으로 있었을 텐데?"

"아 진짜요? 저 전혀 기억이 안 나요ㅋㅋ"


100명이 넘는 봉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었다던 그 사람은 내 면접을 봤을 뿐 아니라 매주 기술원에서 교육받을 때 앞에 나와 단원들을 진두지휘(?)했다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내 머릿속에는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조금도 없었다. (임팩트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


"아 그래? 모르기 쉽지 않은데 너도 참 주변에 관심 없다ㅋㅋ 아무튼 쟤도 저기서 조모임 중인데 이따가 조인해서 같이 놀자는데 어때?"




시간이 꽤 흘러 집에 갈 사람은 이미 가고 양쪽 조 인원이 반토막이 났을 때쯤 우리 두 조는 합석을 하기로 했다. 구석 우리 자리보다 좀 더 쾌적한 그쪽 사람들 테이블로 걸어가는 길, 귀를 찌르는 큰 목소리를 따라가다 목격한 웬 난봉꾼 취객 한 명..



"(상의를 벗는 시늉을 하며) 벗어요? 저 이거 벗어요????"

'... 뭐지 저 사람은?....'










너무 멋있잖아..?







그 때만 존재했던 감성의 연애 스토리, 총 15화 분량의 브런치북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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