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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Nov 14. 2023

꿈에서 오줌을 쌌다면 때는 이미 늦었다. -1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독사는 내 아킬레스건을 물었다.

시골 큰집이었다. 그곳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왜 느릿하게 다가오는 독사에게 물릴 때까지 자리를 피하지 않았는지 나는 모른다. 온몸에 독이 퍼지고 있었다. 뱀에게 물린 피부 위로는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았으나 나는 독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피부 아래가 들여다 보였달까. 처음부터 모든 상황을 지켜보시던 셋째 큰아버지께서는 다가와 도와주시지는 못할망정 너무나 태연하게 그거 독사여. 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잠에서 깬 나는 휴대전화로 해몽을 검색했다. 구글의 해몽은 아래와 같았다.

독사에게 다리를 물리는 꿈. - 귀인을 만나게 되어 그 사람으로 인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의미.

물린 후 독이 퍼지는 꿈. - 부와 명성을 얻게 된다는 의미.

꿈을 꾼 이튿날.

나는 출근하자마자 내가 특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팀장님께서 나를 추천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 뒤 또 다른 꿈을 꾸게 되는데.

특진 후보로 나를 추천한 팀장님께서 꿈에 나왔다. 그는 비흡연가지만 그날 꿈에서는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고 내게 담뱃불을 붙여 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켰다. 그러나 불은 붙지 않았다.

구글은 성냥이나 라이터에 불이 붙지 않는 꿈은 현실 세계에서 임하는 일이 정체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몽했다.


이튿날 회사는 예정된 특진을 무기한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매출 감소라고 밝혔다. 당시는 2020년 3월이었다. 그 전달인 2월에는 신천지 대구 교회의 집회가 있었다. 그것은 곧 코로나 1차 대유행의 시발점이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내가 까먹지도 않아. 씨ㅂ천지 개새끼들이ㅏ.



아무튼 찰스 다윈의 진화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그리고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발견을 우리는 ‘인간의 3대 지적 혁명’이라 일컫는다. 위의 일화를 읽고 독자분들께서는 이미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오늘 내가 적을 이야기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발견에 관한다. 라고 아는 체하고 싶지만 사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는 별 관련이 없다.


우리는 이따금 꿈과 관련된 신기한 일화들을 접하고는 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자리가 축축해 못 자겠다고 불만을 토로하시는 꿈을 꾸고 묫자리를 찾아가 파보니 관 주변에 물이 고여 있었다거나 자리가 불편해 못 눕겠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꿈을 꾸고 묫자리를 찾아가 파보니 관 속의 유해를 비집고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거나 하는. 그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2017년 할머니 장례식에서 나는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17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다고 동생은 전했다. 이튿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고 그날 저녁 결국 부고를 전해 들었다. 부랴부랴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근 이십 년이 넘도록 보지 못했던 첫째 큰아버지를 뵈었는데 왜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분을 뵙지 못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서술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할아버지 댁에는 방앗간이 있었다. 이미 오래전 가동을 멈췄고 지금은 허물어 흔적도 남아있지 않지만 그 시절 집에 방앗간이 딸려 있다고 하면 지역에서 알아주는 부자로 꼽히고는 했단다. 여느 집안이 그렇듯 할아버지께서도 첫째 아들, 내게는 첫째 큰아버지에게 거는 기대가 크셨기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할아버지의 기대가 무색하게 첫째 큰아버지께서는 장성해 노름에 빠지고 말았다. 영화 타짜의 고니처럼 기술이 대단한 꾼이셨다면 내가 적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는 노름꾼1이나 호구1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김매고 밭 갈아 벌어들인 할아버지의 재산을 모조리 탕진했다. 그는 도망치듯 고향을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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