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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ory May 22. 2024

서울대 판 'N번방' 사건 vs. 친팔레스타인 시위

1.


서울대학교 남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벌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5월 20일과 21일 MBC는 로스쿨 학생을 포함한 남학생 가해자들이 여학생들의 얼굴을 이용하여 합성사진을 만들어 단체방에서 유통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여학생이 텔레그램을 설치한 후에 밝혀졌다. 가해자들은 자기들끼리 음란사진을 돌려보다가 피해 여학생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서 조롱하기도 했다. 피해 여학생 숫자는 60여 명에 이르며, 이 같은 범죄는 무려 3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고 한다.


뉴스에 따르면 온라인 성범죄 추적 단체인 ‘불꽃’은 이러한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 무려 2년 반 동안 피의자에게 대화와 접촉을 시도했다. 추적단 '불꽃'은 여성의 속옷을 주겠다는 ‘미끼’를 통해 한 가해자를 붙잡으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대단히 비이성적이고 몰지각하고 충격적인 일이다. 


그룹 빅뱅 멤버인 승리가 주도했던 '버닝선 사건'과 함께, 'N번방 사건'은 한국사회의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이고 성도착적인 남성들의 실태를 잘 보여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함부로 따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들은 치밀한 기획과 실행 능력과 잔인하고 과감한 폭력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한국의 사법체계는 그런 비열하고 잔인한 범죄자들이 이미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도록 관대한 처벌을 내렸었다!)


서울대 판 N번방 사건도 오랜 기간에 걸쳐 집단적으로 이뤄졌고 새로운 기술적 수단을 포함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아무런 자책감이나 죄의식 없이 자신들의 동료 여학생들의 얼굴을 이용하여 음란 합성사진을 만들고 돌려보면서 자위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미친 것 아닌가!


2.


미국의 컬럼비아대학교에서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일부 학생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가자 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와 평화를 지지했다. 이 시위는 UCLA, 하버드 등 미국의 주요 대학들로 확산되었다. 대학생들은 캠퍼스에 텐트촌을 차리고 자신들의 대학이 친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들의 시위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멸살하려는 것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이 자유롭게 해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가자 지구 남부 최대 도시인 라파에서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망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숫자는 3만 5000명 이상을 헤아린다. 이 같은 시위로 인해 미국의 대학가에서 체포된 인원도 거의 3천 명에 이른다.


미국의 수많은 대학들은 5월 말에 봄학기가 끝나고 졸업식을 한다. 컬럼비아대학교는 ‘안전’을 이유로 전통적으로 중앙 캠퍼스에서 해왔던 졸업식을 취소했다. 경찰의 강한 진압과 함께 이처럼 학기가 종료되면서 미국 대학가의 시위는 안타깝지만 빠르게 마감되고 말았다.


3.


섹스 도착적 증세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하필 서울대 학생들이고, 그들이 나중에 한국사회의 엘리트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면 끔찍하고 섬뜩하다.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에 이르는 이 현실적 범죄자들과 '잠재적' 엘리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한국의 고등학교에서는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거의 일률적으로' 의대와 법대로 진학한다. 이것은 확실히 한국사회와 교육제도의 '비극'의 한 측면이다. 의대 졸업생들과 법대 졸업생들의 희한한 촌극은 특히 한국에서 꽤 유명하다. 의대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밝힌 의대 증원 계획을 거부하면서 병원을 뛰쳐나가고, 법대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카르텔을 지키기 위해 사법 체계를 뒤흔든다. 일부일지라도, 검사와 판사는 옷을 벗자마자 변호사가 되어 특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야말로 이들이 나라를 온통 뒤집어놓는 듯하다.


미국의 대학에는 ‘소수’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체포되면서도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이 있지만, 한국의 대학에는 성도착적 폭력 행위를 벌이는 학생들이 있다. 참 답답한 현실이다. (물론 미국이 세계 최강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늘 전쟁과 폭력을 자행하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지나치게 ‘일반화’해서 이해하고 싶지 않다. 기만적이고 폭력적인 사람들은 소수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나마 남들에게 피해를 덜 주면서 비교적 선하게 살고 있어서 사회가 이렇게 돌아간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 해도, 올봄 하필이면 미국에서는 정의와 자유를 부르짖는 대학생들이, 한국에서는 N번방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폭력을 저지르는 대학생들이 뉴스 전면에 떠올라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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