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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ory Jun 30. 2024

작은 새

빈자리에 남은 기억

희멀건 이월 하늘

추위에 움츠러드는 오후

잿빛 작은 새가 뭘 찾는지 아까부터

뽕나무와 발코니를 자꾸만 오간다


날아든 새는 걷지 않는다

어찌나 가벼운지

사뭇 가뿐한 몸짓으로 통통 튀어 다닌다

새는 난간에 멈춰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어디론가 사뿐히 날아갔다


무얼 찾고 있었을까

누구를 기다렸을까


궁금하지만 알 길 없는 나는

투명한 유리 너머로

멍하니 빈자리만 바라볼 뿐


만지고 싶다 해서 만질 수 없고

보고 싶다 해서 볼 수 없는

먼 나라의 연인 같은 작은 새


날아간 새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발코니에 남겨진 기억에

공연히 헛헛해진 나는

식은 커피를 목구멍에 흘리며

쓴 서글픔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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