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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Dec 14. 2024

응급실 다녀온 날

간밤에 내 몸에서 열이 펄펄 끓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입술이 하얗게 터있다


병고를 벗 삼아 수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는 하늘에서 언제든 부르면

당장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나 없이 살아갈 숙이를 생각하면

미안도 하지만 씩씩한 내 마누라니

훌훌 털고 깔깔 웃을 날 곧 오겠지


응급실에 누웠자니

품 떠난 지 삼십 년 된 자식들 생각하니 성가시다

숙이더러  사사로운 소식까지는

알리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터진 입 덕분에 밥알이 모래알 같지만

그래도 사는 날까지 힘차게 살아봐야지

내 마지막 날이 내일이어도

주어진 생명, 오늘은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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