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한잔, 소주 한잔
나는 약 2주에 걸쳐
세 번의 요리로 경연에 살아남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명이 남는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승에는 가지 못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세 명 안에
든 것만도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또 며칠 동안은
‘그때 그렇게 하지 말걸.’
‘그 요리 말고 다른 걸 할걸.’
하며 아쉬워했다.
몇 주를 바쁘게 보내고 난 후
공허함도 찾아왔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는
쉼 없이 달려왔는지,
먹고 자는 시간이 휴식처럼 좋았는데,
다시 요리를 하고,
요리에 대해 생각하고,
셰프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오히려 에너지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 사이
미국에서 일했던 레스토랑과
새로운 레스토랑 몇 곳에서
이 메일로 제안서가 왔다.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제안서를 들여다보던 어느 날,
차가명가의 차진우 대표에게 전화가 온다.
“송 셰프, 바빠요? 오늘 시간 되면 잠깐 볼까요?”
대표가 부른 곳은 고급 호텔의 라운지 바다.
먼저 와 있던 대표는 반갑게 손을 흔들더니
바텐더에게 눈짓을 한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위스키인데, 한번 마셔봐요.”
향이 깊고 부드럽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절제된 차대표를 닮은 맛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평소 형, 동생 하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송 셰프”라며 존댓말을 쓴다.
나는 차 대표가 나를 미국에서 만나다가
한국에서 단 둘이는 처음 만나는 자리라 어색해서 그런가 했다.
"대표님, 평소처럼 말 놓으세요."
내 말에 차 대표는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더니,
“지금은 대표와 셰프로 만난 자리라서요."
나는 그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네? 무슨 말씀이신지."라고 묻지만,
그는 "한잔 더 해요."라고 말한다.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그가 권하는 대로 위스키 한잔을 더 마신다.
차 대표는 아이패드를 내밀며,
“차가명가 재료들로 레스토랑을 하나 오픈하려고 해요.
인테리어는 끝났고, 직원도 어느 정도 뽑아놨어요.
수셰프 자리가 비어 있는데, 같이 해볼 생각 없어요?”
“네?.... 어떤 종류의 레스토랑인가요?”
“글쎄.. 그게 … 아직 안 정했어요.”
나는 놀라, "네?"라고 묻는다.
레스토랑을 한다면서,
무슨 레스토랑 인지도 정하지 않았다니.
“송 셰프가 와서 우리 재료로 메뉴부터 구성해 보면 어때요?
나는 장소와 식재료를 제공할 테니,
송셰프가 요리를 전적으로 맡아주면 좋을 것 같아요."
파격적인 제안이다.
무슨 레스토랑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메뉴부터 기획하라니.
대표가 오너지만,
요리에 있어서는 내가 오너가 되는 셈이다.
“제안서는 메일로 보냈어요.
생각할 시간을.. 하루 어때요?”
"네?"
그는 잠시 웃더니, “농담이고, 이틀 어때요?”
"네.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스키를 한 잔을 더 마시고,
차 대표는,
“여기까지는 대표와 셰프로 만난 거고…
이제 형이랑 좋은 대로 2차 가자.”
차 대표는 오늘 나를 여러 번 놀라게 한다.
차대표는, "미스터고. 잘 마시고 가요." 하며,
바텐더에게 팁도 넉넉히 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2차로 간 좋은 곳은
골목 안 작은 포장마차다.
“형, 저 왔어요.”
대표는 주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들어가자,
주인도, "어. 진우 왔어."
라며 대표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른다.
그는 나를 또 놀라게 한다.
“형. 오늘 내가 유명한 셰프님 모시고 왔는데,
안주 솜씨 좀 보여줘요.”
나는 유명한 세프는 아니지만
얼떨결에 인사를 한다.
차대표는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주변 테이블까지 정리하고는
술잔과 술병을 가져온다.
“나는 여기 오면 셀프서비스야.
종종 테이블도 치우고.
아르바이트생 같은 느낌."
차 대표는 미국에서도 형 동생 하며 편하게 만났지만,
그는 늘 다림질이 잘된 셔츠처럼,
반듯하고 절제된 모습과,
고급스러운 모습이었다.
오늘은 처음 보는 차 대표의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다
차진우, 그가 대표인 차가명가의
대표 사업은 ‘장’이다.
간장, 고추장, 된장.
할머니가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장을
차진우 대표가 특허를 내고
장인으로 등록하며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대표가 하고 싶은 레스토랑 역시
장으로 맛을 내는 공간일 것이다.
나는 장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떠올리고
양식 셰프로서 한식의 장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도 생각한다.
아직 제안서를 읽어 보지도 않고,
수락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차 대표는 이곳이 편하고 신이 나는지,
평소에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두 톤쯤은 올라가 있다.
포장마차 사장님 형도,
간간히 합석해 술 한잔을 기울인다.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았지만,
남자 셋이 모여 그렇게 수다를 많이 떨 줄 몰랐고,
볼이 얼얼해질 만큼 웃은 밤이 었다.
여러 군데서
제안서를 받은 송원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그는 어떤 요리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까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2부 시리즈에서 함께 하세요.
2부 시리즈는 4월에 시작 됩니다.
#SoulFood #요리와사랑 #연재소설 #감성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