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엘은 며칠 전,
리만투어에 있었던, 일로 마음이 복잡하다.
이런 일들이 한두 번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번 일은,
상상인지,
꿈인지,
현실 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신기했고, 신비로웠다.
집에 있는 경전을 읽으니,
제사장에게 일어났던 신비한 일들이 적혀있다.
수아에게 말해 역사서를 빌려 읽었다.
선조 하라셀님부터 그동안 지파들의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것저것 읽어 봐도,
이거구나
라는 답은 찾지 못하고,
오히려, 뭐지?
하며,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리만투어에도 갔지만,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잠잠하고 고요하다.
무언가를 숨기는 듯하기도 하고,
모든 걸 다 말해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갈이 해준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나는 여자야. 여자 수장."
오늘 여람, 밧세, 수아는 템말 산을 갔다.
사엘은 그들과 가는 대신에 하갈을 만나러 왔다.
하갈은 혼자 방문한 사엘을 보고 놀랐지만
반갑게 맞이한다.
“사엘아 어서 와. 넌 산에 안 갔어?”
사엘이 문 앞에서 머뭇거리며 말한다. “네. 저는.”
그녀의 모습은 차분하지만,
마음은 분주해 보이고,
눈동자에는 생각이 많아 보인다.
하갈은 사엘의 손목을 잡아끌며 말한다.
“잘 왔어. 너 혼자 오니까 더 좋다. 오늘은 내 방으로 가자. 전 부터 보여 주고 싶었거든.”
하갈은 사엘의 손을 잡고 이층으로 올라가며,
할머니 집사에게 말한다.
“이층 제 방으로 제일 맛있는 간식과 차 좀 주세요.
특별히 여기 내 친구분이 좋아하실 만한 걸로요.”
할머니 집사는, “네.” 하고,
종종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해 간다.
하갈이 이층으로 올라가며 말한다.
“이층에는 밧세방과 내방 그리고 손님방이 두 개 있고, 내 서재가 있어. 다 구경시켜 줄까?”
“네?”
하갈은 사엘의 대답인지 물음인지 모르는 애매한 말에 눈치라도 챈 듯 말한다.
“일단 내방으로 가자.”
“네”
하갈의 방은 거의 물건이 없이, 깔끔하고 단순하다.
방바닥은 두 칸 정도 차이가 나게,
높낮이가 다르다.
높은 쪽에는 어른 세명은 누워도 될 만한 크기에
두툼한 이불이 깔려 있고,
낮은 쪽에는 기다란 방석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의 크기의
그림이, 걸려 있지 않고, 바닥에 세워져 있다.
완성된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작업 중인 것처럼도 보인다.
방 옆은 놀이방처럼 창으로 되어있는 문이 있어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이층에서 봐서, 세상이 높이 내려다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바깥 마루에는 폭신하고 도톰한 방석이 여러 개 놓여 있고,
낮은 높이의 탁자도 있다.
하갈은 그곳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밧세와 종종 이야기를 나눈다.
하갈이 침대 앞에 놓인 긴 방석에 앉아, 사엘을 부른다.
“사엘이 너도 여기 와서 앉아봐.”
사엘은 하갈 옆에 가서 앉는다.
“방이 굉장히 단순하지?”
“네. 깔끔하기도 하고요.”
“복잡한 세상. 내 방에서 만큼은 좀 단순해지고 싶어서책이나 문서 같은 것은 다 서재로 옮겨 놓고,
여기 내 방에서는 잠만 자게끔 해놨어. 가끔 여기 앉아 저 그림을 보면서,생각하거나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그림만 보거나 그러기도 하고.”
처음에 봤을 때는 무슨 그림인지 잘 몰랐는데,
계속 보니,
연못과 연꽃이 그려진 그림이다.
“그림이 굉장히 독특하게 그려진 거 같아요. 호수도
여러 색을 사용해서, 하나의 호수 같기도 하고, 더 많은 호수가 있는 것처럼도 보여요. 연꽃도 추상적으로 피어 나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색감도 모양도 다 아름다워요”
“그래서 나도 이 그림을 좋아해. 매일매일 보는데 볼 때마다 달라 보이거든. 어떤 날은 생각을 하게 하고 어떤 날은 생각을 멈추게 하고. 넌 어떻게 보여?”
“네?”
“생각을 하게 해? 아니면 멈추게 해?”
그림을 잠시 바라보던 사엘은, “멈추었던 생각인데, 생각을 하게 해요. 그래서 다시 멈추고 싶은데 멈추어지지가 않아요. 더 복잡하게 하는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단순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사엘은 하던 말을 잠시 멈춘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각자의 생각과 마음대로 그림을 바라본다.
잠시 후, 사엘이 침묵을 깨고, 시선을 하갈로 돌리며
말한다.
“얼마 전 리만투어에서 이상하고 신비한 음성을 들었어요. 그래서 경전을 읽었는데, 그 경전에 나오는 신 같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왜 내가 그런 소리를 들었을까? 왜 내 주변에서 항상 신비한 일들이 일어날까? 그리고 왜 항상 리만투어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하면서 물음에 물음이 자꾸 꼬리처럼 생각나는데,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도 얻지 못했어요. 그러면서 저번에 수장님께서 나는 여자야. 여자 수장이라는 말씀이 또 계속 생각나기도 해서, 오늘 이렇게 찾아뵈었어요.”
사엘을 말을 잠자코 듣던 하갈은, 잠시 생각하더니,
“신비한 음성과 신비한 일들, 리만투어, 경전에서 나오는 신 그리고 내가 말한 여자 수장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해 봤구나. 그런데 답은 못 찾았고?”
“네. 맞아요. 수장님에 대해서도 궁금했어요. 수장님은 어떻게 수장님이 되셨어요? 하라셀 선조님은 여자분이셨지만, 지금까지 수장은 대부분 남자분들이었잖아요. 다음 수장도, 아들이 이어가야 한다고 하면서 다들 아들만 낳으려고 하고요. 물론 제사장 집안도 그렇지만요. 수장님도 아시는 것처럼, 후난이 다음 달이면 7개월인데, 보통 8개월쯤에 유산을 해서 지금 집이 엄청 예민한 상태예요. 아버지는 유산도 걱정하시면서 이번에는 제사장 가문을 이을 아들이 태어나야 한다고 조바심이 나셔서 그런지, 안절부절못하시고, 화도 더 많이 내고 그러세요. 수장님 이야기 들으려고 질문한 건데, 저의 집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네요.”
“사엘이 집에서 느끼는 그 감정은 나도 잘 알아. 나도 위로 오빠가 둘이 있었어.”
“오빠가 있으셨어요?”
“응. 내가 18살 때 큰 오빠가 병으로 죽고 내가 20살 때 둘째 오빠가 사고로 죽었어. 내가 우리 두 오빠들을 정말 한없이 사랑했는데, 오빠 둘을 잃고 나니 세상이 다 없어진 거 같더라. 상실감이 너무 커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렇게 나는 20대를 보냈어. 그런데 아버지가 아들을 낳아야 한다면서 새 부인을 얻는다는 거야. 엄마도 아이를 다시 낳으시기에는 연세도 좀 많으시다면서, 허락하셨더라고. 나는 두 분이 너무 이해가 안 됐어. 자식을 둘이나 잃었는데, 지파를 이을 아들을 또 낳아야 한다면서 부인이 있으면서 새 부인까지 얻는 아버지, 그것을 또 이해하고 허락한 어머니까지. 게다가 지파를 이어야 한다면 순서를 봐도 다음은 나잖아. 그런데 아예 나란 존재에 대해선 생각 조차 하지 않으시더라고. 게다가 새 부인이 아들을 낳는다는 보장도 없고, 또 그 애가 언제 커서 수장이 되며, 게다가 두 오빠까지 잃었는데, 반쪽 짜리 핏줄이 수장이 되는 건 못 보겠더라.”
하갈이 잠시 말을 멈추자, 사엘이 하갈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그렇게 힘든 일이 있으신 줄도 모르고, 제가 괜히 여쭈어 본 거 같아요. ”
하갈이 사엘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물어봐 줘서 고마워. 이건 내 이야기 이기도 하고 우리 이야기 이기도 하잖아. 집안에서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냥 받게 되는 차별 말이야. 그래서 같은 여자 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서로 용기도 주고, 격려도 해 주고, 여성 지도자 들도 더 많이 생기도록 서로 도와주고 해야 돼. 그러다 보면 세상도 좀 바뀌지 않을까?”
“많은 여자분 들이 하갈 수장님 모습에 감명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수장님처럼 되기까진 너무 많은 장애물과 어려움이 있고, 또 용기도 있어야 하니까, 그냥 멀리서 멋있다. 특별하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꿈으로만 남겨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꿈은 꾸라고 있는 거고. 꾼다는 것은 이룰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럼 수장님은 어떻게 이루셨어요?”
“저 그림.”
“네?”
“오빠들과 내가 같이 그린 거야. 큰오빠가 죽기 전 내가 15살 때부터 작은 오빠가 죽기까지”
“그래요?”
“응. 우리가 연못 그리고 연꽃이라는 두 주제만 가지고각자 자기의 생각과 느낌대로 한 종이에 같이 그린 거야. 그래서 연못도 다양하게 보이고, 연꽃도 다 다르게 보이는 거고. 저걸 같이 그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어. 우리가 꾸는 꿈들도 같이 이야기하고. 큰 오빠가 저 그림을 그릴 때 이미 많이 아플 때였는데, 오빠가 그러더라 자기는 수장이 안되면, 산에 가서 산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워낙 산을 좋아했었는데, 아픈 뒤로는 많이 못 갔었거든. 그러면서 오빠가 한 사람만 수장하지 말고, 우리 셋이 다 같이 수장해서 지파를 다스리자고. 그러면 세명의 생각이 모아 지니까 더 잘 이끌어 갈 수 있지 않겠냐고. 그때 내가 그랬어. 나는 딸인데 아버지께서 허락하시겠냐고 하니까. 오빠 둘이서 내가 꼭 같이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남자 생각 여자 생각 같이 나눌 수 있고, 앞으로 지도자상도 다양하게 변화되지 않겠냐고 했어. 큰 오빠는 그림이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어. 그 뒤로 둘째 오빠와 내가 이 그림을 다시 채워갔는데, 큰 오빠가 그렸던 부분은 그대로 놔두어서 그림 중간중간에 여백이 생긴 거야. 그렇게 우리 둘이 큰 오빠랑 꿈꾸었던 것을 이루자고 했는데, 둘째 오빠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 큰 오빠를 잃은 슬픔도 너무 큰데, 둘째 오빠까지 잃으니까 내 세상도 오빠들과 같이 죽은 거 같더라. 그런데, 부모님이 수장, 새 부인, 아들 이런 이야기를 하시니까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어. 오빠들이랑 나누었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먼저 간 오빠들에 대한 보답 같았어.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설득했고, 그렇게 2년 동안 군사도 준비하고,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웠고, 그 후에 지파 어른들에게 무력도 쓰고, 협박도 하고, 설득도 했어. 그리고 28살에 수장이 되었어. 하지만 수장이 된 후 로도 지파 어른들은 하는 일마다 반대하셨어. 그때 나를 많이 도와주었던 1지파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과 결혼을 했고, 밧세도 낳았고. 그런데 밧세가 4살때 밧세 아빠까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이 그런 말들을 하더라. 저주다. 벌이다. 오빠 둘 먼저 보내더니남편도 보내고, 저 아들까지 잃겠다면서. 그렇게 아무 말이나 하더라고. 같은 여자 들한테도 들었어. 그러게 그냥 곱게 있지 왜 수장까지 하면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밤마다 여기 앉아 저 그림을 보면서 오빠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도 흘리고, 먼저 간 남편도 그리워하고, 그러다 왜 내가 이걸 다 짊어져야 하나 원망도 했어. 정말 외롭고 힘들었어. 사람들 말대로 밧세 마저 잃을까 두려웠어. 밤에는 울고,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면서 수장이 해야 하는 일들을 하고, 밧세와 신나게 놀아줬어. 내가 오빠들이랑 놀았던 것처럼.”
하갈이 추억들이 떠올랐는지 눈에 눈물이 맺힌다.
사엘은 하갈을 안아주며 말한다. “정말 많이 힘드셨을 거 같아요. 그때는 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제가 같이 있어드릴게요. 외롭지 않게.”
하갈이 사엘을 쳐다보며 말한다. “넌 정말 엄마랑 모습만 닮은 것이 아니구나. 마음까지 많이 닮았어.”
“제 엄마를 아세요?”
“그럼 알지. 그때 우리가 다 같은 시절에 있었는데. 너의 엄마가 가끔 날 찾아와 이렇게 안아주며 말했어. 자기가 나랑 같이 있어 줄 테니 외로워하지 말라고. 그때는 너의 엄마가 나랑 있었고, 지금은 사엘이 네가 나랑 있어 주는구나.”
하갈의 말에 사엘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하갈이 사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사엘아. 무엇이든지 해봐. 네가 들은 대로, 네가 생각 나는 대로. 네가 꿈꾸는 대로. 그리고, 네가 가는 그 길에서 외롭지 않게 나도 함께 있어 줄게. 그리고 너의 곁엔 든든한 친구들도 있잖아.”
둘이 맞잡은 손에서,
엄마, 친구딸, 여자, 든든한 지원자, 동지 같은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한참을, 둘은
그림을 보다가, 간식을 먹다가, 이야기를 하다가, 웃다가 울다가, 하는 동안,
산에 갔던 이들이 돌아왔고, 저녁 식사 준비도 다 되었다고 할머니 집사가 전한다.
하갈과 사엘이 부얶으로 가니, 여람, 밧세, 수아가 식탁에 와 이미 앉아 있다.
여람이 사엘을 보며 반가워하며 말한다.
“사엘아. 여긴 어떻게 왔어? 산에는 못 온다고 하더니.”
밧세가 다정하게 하갈을 안으며 말한다. “엄마가 따로 부르셨어요? ”
“아니야. 하갈 수장님께 여쭈어 볼 말이 있어서 왔어.”
밧세는 사엘의 말에, “너 혹시?”
“혹시? 뭐?”
잠잠 코 있던 수아가 말한다. “뭐긴? 너 얼마 전 우리가새로 시작한 그 공기놀이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 여쭈어 보고, 혼자 연습하러 왔지? 하여간 승부욕은”
수아의 말에 사엘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수아 너도 참 한결 같이 생각이 그래.”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야? 너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여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밧세도 말한다. “나도.”
수아가 그들의 반대말에 입을 비죽거리며, “그럼 밧세 너도 혹시 하면서 말하려고 했던 게 뭐야?”
“나는 사엘이가 엄마한테 우리 험담하러 왔나 한 거지. 그렇잖아. 우리는 산에 갔는데, 혼자만 안 간다 하고 여기 와서는 뭐 하겠어? 딱 봐도 험담이지.”
사엘이 웃으며 말한다. “험담하러 온건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좀 할 게 있긴 했네. 수장님 그럼 다음에 올 때는 애들 험담도 좀 할까요?”
“그래. 나도 험담할게 좀 있긴 해. 우리 같이 하자.”
밧세는 수아의 귀에 대고 말한다. “둘이 부쩍 친해진 거 같지 않아? 원래도 그랬지만, 뭘까?”
수아도 밧세의 귀에 대고 말한다. “뭐긴. 그냥 우리들 보다 사엘이랑 말이 더 잘 통하시는 거지. 말이. 말.”
수아의 말에 밧세도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여람은 둘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말한다.
“그런데 너네들은 다 들리는데. 꼭 그렇게 소근 거리더라. 뭘 그렇게 소근소근 거려?”
수아가 여람의 얼굴을 밀며 말한다. “얼굴 좀 치워."
밧세도 말한다. “아오 정신없어.”
사엘이 말한다. “맞아, 너네랑 있으면 정신이 없긴 해.”
하갈이 말한다. “진지 하기도 하고, 엉뚱도 하고, 정신도 없지. 오늘은 사엘이가 할 말이 있대. 우리 한번 들어 볼까?”
하갈의 말에 모두들 사엘을 쳐다본다.
사엘이 잠시 생각을 가다듬기 위해 침묵한 후,
천천히 입을 연다.
그동안 그녀에게 일어났던 신비하고 놀라운 일들,
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일,
하갈의 말을 듣고 생긴 용기에 대해 털어놓는다.
사엘의 말을 들은 수아가 말한다. “하갈 수장님도 수장이 꼭 남자여야만 하나라고 생각 하셨 듯, 제사장 집안에서 여자가 제사장이 되지 말란 것도 없는 거 같아. 난 사엘이 네가 무엇을 하려고 하든 찬성이야.”
사엘이 수아의 말에, “웬일이야. 내가 하는 건 다 딴지 걸더니.”
수아가 말한다. “그건 딴지 걸만 해서 건 거고, 이건 딴지 걸 필요가 없으니까 지지하는 거지.”
밧세도 말한다. “나도 수아 말에 동의해. 그리고. 무엇이든 필요하면 우리에게 말해. 혼자 하지 말고. 무조건 도와줄 테니까.”
잠잠 코 듣고 있던 여람은 “그런데. 그때 바닷가에서 라단이도 있었어?”
수아랑 밧세는 여람을 보며 동시에 말한다. “에이.”
수아가 말한다. “으. 지금 이야기는 그게 아니잖아.“
여람은 마음이 들킨 듯 귀가 빨개진다.
"아니. 나도 무슨 이야기 인지 알아. 그러니까. 우리가 꼭 같이 없어도, 같이 있을 거니까, 그게, 무조건 같이 있어줄 거다. 나는 그런 말이 하고 싶었던 거야. 왜? 그게 중요한 이야기 아니야?"
밧세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
수아와 사엘은 밧세와 여람을 보며,
도대체 이 이야기의 전개는 뭐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 본다.
하갈이 말한다. “사엘아. 나는 지금은 가만히 있을게. 다른 어른들이 아시면, 더 복잡해 질 것 같아. 나중에 돌아가는 상황 보면서, 너가 말해 주면, 그때 라함과 마하셀 수장님들께 말씀 드릴게. 그런데 내가 한 말 다 알지? 혼자가 아닌거. 나도 있고 여기 정신 없는 친구들도 있고."
하갈의 말에 모두들 진지 하면서도, 웃음이 난다.
친구들인데,
정신 없는 친구들,
너무 적절한 표현 같아서다.
수아가 사엘에게 말한다. “필요 한 거 있으면, 우리들한테 꼭 말해.”
밧세가 말한다. “그래 혼자 하지 말고. 같이 해. 꼭.”
여람은 양손으로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말한다. "넌 혼자가 아니야."
밧세와 수아가 여람의 손을 잡고 탁자 아래로 내리자,
다들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는다.
할머니 집사가 와서, “그래서 다들 힘이 많이 필요 하시다는 거죠? 그래서 힘 많이 나는 음식으로 준비했는데, 지금 내 올까요?”
할머니 집사가 준비한 음식은 낙지와 소고기 그리고 갖은 야채를 넣어 맑은 국물을 내어 만든 국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맛 좋은 냄새가 난다.
하갈이 옆에 앉은 사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사엘아 기도 해줄래?”
사엘이 놀라서 하갈을 쳐다보며 말한다. “제가요?”
수아가 사엘에게 묻는다. “한 번도 안 해 봤어?”
사엘이 대답한다. “카야랑, 유모랑, 하디랑 같이 저녁 식사 할 때는 하는데.”
밧세가 하갈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한다. “그럼 여기서도 기도 해줘.”
사엘이 눈을 감는다.
밧세와 수아 여람도 손을 잡는다.
“경전의 신이여. 우리의 하루를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교제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과, 함께 나누는 음식과 음식을 준비한 모든 손길들을 축복하여 주세요.”
사엘의 기도에 모두들 서로 맞잡은 손을 꼭 잡는다.
친구고,
가족이고,
동역자인 이들에게,
앞으로 어떠한 미래가 펼쳐 질지 알 수 없지만,
서로 맞잡은 손이,
서로에게,
힘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