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투어로 달려온 사엘의 마음이 불처럼 뜨겁다.
그녀의 숨소리는 바닷가의 모래를 날릴 만큼 거칠게 들리고,
그녀의 양볼은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토해낼 듯
부풀어 올라 터져 버릴 것처럼 보인다.
또 그날인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여자 사이에서 아기가 생긴 것도,
아기를 잃은 것도,
여섯 번의 유산 끝에 다시 임신을 하고,
7개월에 접어들고 있는 이 모든 상황들 속에서
사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는 사엘에게 와서는,
제사장 집안이 망하면 어떡하냐,
제단의 불도 사라졌는데,
저주라고 사람들이 말한다면서,
그래서 네 엄마도 그 저주 때문에 죽은 거라고,
제사장 집안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딸이 태어나,
이 모든 것이 더 나빠졌다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퍼붓고는,
후난이라도 아들을 잘 낳아야 한다면서,
쓸데없이 돌아다니며,
일 만들지 말고,
친구들인지 뭔지 하는 애들도 만나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고는 문이 부서져라 닫고는 갔다.
한 두 번 들은 이야기들도 아닌데,
들을 때마다 마음을 찌른다.
억울하다.
속상하다.
답답하다.
그런데 아니라고 반박할 수가 없다.
왠지 요의 말이 어떤 것들은 맞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아프다.
그녀의 마음을 바다도 아는 것처럼,
파도가 눈물을 흘리듯 일렁이는 것이 슬프게 보인다.
바다 수평선 너머로 땅거미가 길게 늘어진다.
반쪽 하늘은 해가 지면서 붉은 하늘을 만들고,
다른 반쪽 하늘은 이미 해가 져 어둡다.
사엘은 바다 보다 해가 지면서 붉게 만드는 하늘과
이미 어두 어진 반쪽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해가 천천히 더디게 지는 것처럼 보인다.
손바닥 만한 작은 새들이 날아와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종종 거리며 걷는 모습들이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새들이 꼭 미끄러지는 것처럼 걷네’
사엘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파도가 치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파도는 크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가오다가,
천천히 그녀의 발 앞에 맞닿는다.
사엘도 방금 전 본 새들처럼 미끄러지듯 걸어 본다.
새 들도 그녀의 모습이 재미있고 신기한지 그녀의
주변을 종종 거리며 따라온다.
걷는 것인지, 춤을 추는 것이지 바닷가를 거닐다 보니,
어느새 아프던 심장도, 날뛰던 가슴도 가라앉는다.
걷던 그녀는 잠시 멈추고 바다를 바라본다.
멀리서부터 파도들이 밀려와 그녀의 바로 앞에서 부숴지듯 퍼지면서, 물방울들이 하나하나 치솟아 마치 물방울들도 춤을 추듯 튕겨 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오던 새들이 푸두덕 소리를 내며 날아오르자,
물방울들이 그녀에게 튀어,
“아, 차가워.”
라고 말한다.
바다 위로 날아가는 새들을 따라 조금 더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차갑지만, 기분은 시원해 지는것 같다.
허리가 잠길 만큼 들어갔다.
오랜만에 들어온 바다 다.
멀리서부터 여러 겹으로 내 달려 오 던 파도가 하나로 크게 합쳐지며,
사엘을 덮쳐 그녀는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이내 파도가 솟구치며
그녀도 물 밖으로 나와, 파도 위에 선다.
사엘은 오랜만에 느끼는 바다의 시원함과,
파도 위에 서서 움직이는 것이 즐겁다.
그녀는 파도 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솟구쳐 나오며,
파도와 논다.
한참을 그렇게 놀던 사엘은 바다 위에 누워, 둥실둥실 몸을 맡긴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다인데, 포근하게 느껴진다.
엄마가 안아주는 느낌을 느껴본 적 없고 기억도 없지만, 엄마품은 이럴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리고 그녀를 쓰다듬으며,
괜찮아
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내가 너를 지명 하고 불렀으니.”
사엘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켜 파도에 선다.
“어?”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여기 리만투어 바다에 들어올 수 있는 이는 그녀밖에 없다.
그녀는 잘못 들은 소리라 생각한다..
파도 위를 걸어 해변가로 돌아가려고 발을 내딛자,
다시 큰 파도가 그녀를 덮쳐 물에 빠트린다.
그리고 조금 전 보다 더 큰 소리가 귀가에 울린다.
“내가 너를 지명 하고 불렀으니.”
수면 위로 목을 내민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크게 소리를 지른다.
“누구야? 거기 누구 있어?”
그런데 사엘은, 그녀가 파도의 물방울들 사이에 서있고,물방울들이 마치 바람에 나부 뀌는 불꽃처럼 그녀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 보인다.
주변은 깜깜한데, 물방울이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늘 들어오던 리만투어지만,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다른 풍경이다.
뭐야, 물속인데
불속 같은 이 기분은 뭐지
다시 같은 음성이 울린다.
“내가 너를 지명 하고 불렀으니.”
사엘은 이번에는
어?
라는 말 대신,
“네?”
하며 대답한다.
들리는 음성이 혹시 경전에 나오는 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녀는 혹시 하는 마음으로 말한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그러자 음성이 다시 들려온다.
“네가 서 있는 곳은 신성한 곳이다.”
사엘이 묻는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나를 위한 신성한 춤을 추어라. 나의 음성이 너의
영혼에 머무를지니.”
그녀는 목을 숙이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신을 위한 신성한 춤.
그동안 신을 위한 제단을 쌓았다는 것을 경전에서
읽어는 봤지만,
신을 위한 신성한 춤을 춰야 한다니,
어렵다.
사엘은 숨을 크게 들이시고, 내 쉬며 생각들을 내려놓는다.
지금 이 순간 몸이 이끄는 대로 자신을 놓아두려고 한다.
그녀는 한쪽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내리면서,
발을 뒤로 두어 걸음 물러 섰다가 두 팔을 하늘을 향해 올리면서 크게 원을 만들며 몸을 돈다.
몇 번 돌려진 몸을 잠시 멈추었다, 허리를 굽히고는 손들을 바닷물에 담그고 휘젓듯 움직인다.
굽혔던 허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며 두 팔을 위로 뻗자,
물방울들이 빛을 받으며, 사방으로 튄다.
양쪽으로 벌린 두 팔을 새가 날개 짓을 하듯 움직이며,
파도 위에서 한발, 그리고 다른 한 발을 살짝살짝 튕기듯 뛰어오른다.
사엘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고, 파도 위를 빙글빙글 돌며 움직이다가, 넓게 발을 벌려 다시 뛰고, 두 팔로 파도를 감싸 안듯 팔을 흐느적 거린다.
그녀는 마치 파도와 함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고,
물방울들은 빛을 내며, 사엘의 주변을 감싸며 그녀를 비춘다.
사엘은 한 번도 배워 본 적 없는 동작인데,
그녀의 의도 인지 아니면 감정인지,
그녀의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파도 속에서 소리가 울리며 들린다.
“내가 너를 지명 하고 불렀으니.”
“내가 너를 지명 하고 불렀으니.”
“내가 너를 지명 하고 불렀으니.”
음성이 그녀의 영혼에 깃들인다.
파도의 물방울들이 그녀의 주변을 정신없이 휘감는다.
사엘은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진다.
멀리서 카야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어렴풋이 들린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파도 위에 서있던 사엘에게 파도가 덮쳐져,
그녀는 다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육지로 밀려와 정신을 잃은 사엘을 카야가 발견해
달려온다.
카야가 사엘의 상반신을 안아 일으키며 소리친다.
“사엘 님. 사엘 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
사엘이 없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정신없이 그녀를
찾아다닌 카야다.
카야는 요가 다녀가고, 사엘 옆애 있으려 했지만,
요가 그를 불렀고,
그는 카야에게도 분풀이를 하며,
사엘이도 잘 단속하라고
협박과 위협을 하며,
카야를 꽤 오래 붙들고 있었다.
알겠다고 하고 당장 사엘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그의 주인은 요가 아닌가.
숨겨둔, 정예무사들에게 사엘을 지켜보라 당부했지만,
서둘러 돌아오니, 사엘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찾아다닐 수는 없다.
정예무사들을 조용히 그녀의 친구들 집에 보내 알아보게 하고, 한참을 리만투 어를 헤매던 카야는 쓰러져
있는 사엘을 발견한 것이다.
핏기 없이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감고 있는 눈과 대답 없이 다문 입이 마치 숨이 끊어진 것처럼 보인다.
정예무사의 전갈을 들은 라단도,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어,
리만투어로 달려온다.
사엘이 눈을 가늘게 뜬다.
”사엘 님? 사엘 님? 정신이 드세요?”
라단이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사엘의 몸에 덮어 주자, 카야는 라단을 보며 말한다.
“사엘 님 좀 안고, 따듯하게 해 주시겠어요. 제가 근처의 나무들을 모아 불을 지필게요”
사엘의 몸이 얼음처럼 차갑다.
카야가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피운다.
그러는 동안 라단은 사엘을 품에 안은채, 차갑고,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말한다.
“도대체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라단은 차가웠던 사엘의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눈을 뜬 사엘이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카약가 훅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나 언제 나왔어? 바닷속에 있었는데.”
“해변가에 기절해서 계신 걸 제가 발견했어요. 바다가 이렇게 깜깜하고 어두운데 들어 가셨어요?”
“들어가려고 하건 아니었고. 어쩌다 보니. 들어갔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어두웠어?”
사엘의 말에 카야와 라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바다에서 물방울들이 빛을 받으며 환했던 것,
들렸던 음성, 그리고 파도 위에서 춤을 춘 것은
사엘에게만 보이고 들렸던 것 같다.
사엘이 몸을 일으켜 앉으며 그 둘을 바라본다.
창백한 얼굴에도 핏기가 돌아 있다.
“이제, 괜찮으니까 걱정 마.”
목소리에도 다시 힘이 들어간 듯 들린다.
카야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한다.
“진짜 괜찮으세요? 집에 모셔다 드릴게요."
“괜찮아. 여긴 내 바다잖아. 캬야?”
“네 사엘 님.”
“배고파. 먹을 거 좀 이리로 가져다 주면 안돼? 아버지께서 그렇게 다녀 가시고 아무것도 못 먹었어. 여기 불도 지펴져 있고, 오랜만에 모닥불 앞에서 뭐 좀
먹을까?”
캬아도 그제야 더 안심이 된 얼굴로 말한다.
“하디에게 말해서 금방 준비해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카야가 떠나자, 사엘이 모래 위에 다시 눕는다.
라단이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왜? 어디 안 좋아? 집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아?”
“싫어. 집은 안 갈 거야. 여기가 더 나아. 그냥 좀 어지러워서 그래. 배고파서 그런가 봐.”
라단은 그녀의 팔과 다리를 만지며,
그녀의 몸이 다시 차가 워졌는지
아니면 너무 뜨거운지 확인해 본다.
사엘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라단의 얼굴을 손으로밀며 말한다.
“괜찮다니까. 몸도 따뜻하고, 숨도 잘 쉬고. 그렇게
걱정하는 얼굴로 그만 쳐다봐. 지금 네 얼굴이 더 하얗고 창백해 보여. 그런데 라단아. 넌 얼굴 관리를 어떻게해? 몇 년을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늘 하얗고 투명하지?”
라단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 놀리는 거 보니, 괜찮은 거 같네. ”
라단도 사엘 옆에 나란히 누우며, 사엘을 향해 한쪽 팔을 펴며 말한다.
“여기 내 팔도 베고 누워도 되는데.”
“팔도 빌려 주고, 고마워”
사엘은 라단의 팔을 베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깜깜해진 하늘에 별들이 반짝인다.
라단이 몸을 돌려 사엘을 쳐다보자 사엘이 말한다.
“또 나 보는 거야? 괜찮다니까.”
“알아. 너 괜찮은 거. 그래도 아까 나는 너.”
“여긴 내 바다 라니까. 안 빠져 죽어요. 어쨌건, 지금은 기절했다는데, 정신도 금방 돌아왔잖아. 그러니
내 얼굴 그만 보고, 하늘 좀 봐봐. 별이 많아.”
사엘의 말에 라단은 몸을 다시 돌려 하늘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알았어. 그래도 나는 너에게 있는 이런 일들이 처음도 아닌데 늘 놀라고 걱정돼.”
라단은 사엘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 억울함, 두려움, 절망감이 가득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있으려는 그녀의 모습이
더 안쓰럽다.
그녀가 바다에 빠져 죽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그녀 말대로,
리만투어는 그녀의 바다 아닌가.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녀의 마음이라도
위로해 주고 싶어 달려온 것이다.
그의 팔을 베고 있는 그녀의 몸을 당겨,
감싸 안아주고 싶고,
괜찮아
라고 말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는다.
사랑하지만,
친구이니까.
그녀 곁에 이 만큼의 거리에서, 나란히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만도 지금은 충분하다.
그녀와 오래도록 함께 할 거니까.
앞으로도 그녀와 더 가까이, 더 오래, 더 깊게 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래도, 그는 방금 전 기절해 있던 사엘을 안고 있었을때를 생각하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차라리 아까처럼 쓰러져 있을 때가 낫네.”
“응?”
“아니야. 별이 아름답다고.”
라단은 자신의 그런 생각과 말에 피식 웃음을 짓는다.
수아랑 밧세 여람도 소식을 듣고 달려온다.
그들을 보자, 라단과 사엘이 몸을 일으킨다.
라단은 이래서 우리가 늘 우정만 되는 거야
라고 생각한다
걱정돼서 온건 알겠지만,
둘이 있는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그새 모닥불에 둘러앉은 셋이 걱정스럽게 사엘을 보며한 마디씩 하고 있을 때, 카야도 음식을 가지고 온다.
그는 사엘의 몸에 새로운 담요를 덮어 주고는, 가져온 음식들을 챙겨, 사엘에게 건네며 말한다.
“배고프시죠? 얼른 드세요.”
사엘이 받아 든 음식을 한입 먹자, 카야가 묻는다
“음식은 입에 맞으세요? 여기 따슨 물도 같이 드시면서 드세요.”
“응. 맛있어. 따슨물도 고마워.”
여람이 묻는다. “따슨 물? 따뜻한 물 말하는 거지?”
사엘이 대답한다. “응. 따뜻한 물 맞아. 그런데 우리 카야는 꼭 따슨물이라고 해. 따슨물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대.”
카야가 사엘의 말에 잠시 그녀를 떠올린다.
병사들과 훈련 중에 허겁지겁 밥을 먹던 그에게,
따슨 물 마시면서 먹어. 그래야 안 체하지
하며 따뜻한 물을 건네던 수양버들 같은 그녀.
늘 우아하고 고상한 말만 할 것 같은 그녀 입에서,
따슨 물 이라며 건네던 물 잔 속에
물보다 떠 따뜻하고, 포근하고 정감 있던 그녀가 생각난다.
카야가 사엘에게 따뜻한 물을 더 따라 주며 말한다.
“따슨 물 드시면서 천천히 드세요. 그래야 안 체해요.”
사엘이 음식을 다 먹자,
모인 친구들이 사엘에게
무슨 일이 또 있었다며,
걱정 스레 묻고,
사엘은 대답대신 모닥불을 잠시 응시한다.
수아는 손가락으로 모래를 긁적 거리고,
여람과 밧세는 모닥불을 뒤적뒤적 거린다.
라단은 사엘과 누워서 바라보던 하늘을 고개를 들어, 다시 바라본다.
깜깜한 바다에 파도 소리가 철썩하고 들리자,
사엘은 바다속에서 들렸던 그 음성과 문장들과 장면들을 떠올린다.
너를 지명
부르심
신성한 곳
신을 위한 춤
불꽃같은 물속
지금까지 그녀에게 늘 일어났던 수수께끼 같고,
놀랍고, 신비로운 일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알아야 하고,
알아내야 한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나의 소리가 파도 속에 머물 것이다
라는 음성을 생각하며,
사엘은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다시 생각에 잠긴다.
사엘이 걱정되어 달려와 만나게 된 것 이지만,
캄캄한 밤하늘 아래,
모래 위에 앉아,
모닥불을 피어 놓고,
오랜만에 둘러앉으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면서
감성에 빠지는 기분들이 든다.
그리고,
함께 있어서,
서로에게,
모닥불처럼
온기가 되어 주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서로의 얼굴들을 조용히 바라보며,
친구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 본다.
사엘
수아
라단
밧세
여람
카야는
따슨물이 담긴 잔을 손에 쥐고,
따슨물이 차가워질 때까지
그녀를 떠올려 본다.
그리고 나지막이 소리 내어 기도 한다.
"오늘도 이 아이를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당신을 향한 사랑을 지켜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