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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을 내면 계약 파기가 불가능?(2024년 판례)

by 이동민 Mar 21. 2024

쟁점: 중도금을 내면 계약의 파기가 불가능한가?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계약금만 낸 상태에서는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반대로 매도인은 계약금의 2배를 돌려주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파기(법적으로는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도금을 내면(법적으로 이것을 이행의 착수라고 합니다) 계약의 파기가 안 되고, 어쩔 수 없이 부동산을 팔아야(반대의 입장에서는 사야)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이용해서 중도금 납입일 전에 중도금을 기습적으로 내버리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이 사건은 이에 대한 판례입니다.




사실관계


원고(매수인)는 2020. 11. 3. 피고(매도인)로부터 아파트의 분양권을 4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을 체결한 날 계약금 20,000,000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중도금 지급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한 사실이 없고, 잔금을 2021. 1. 4. 지급하도록 약정한 사실이 있습니다. 특약사항으로 '잔금일은 2021. 1. 4.로 정하고 건설사의 일정 및 상호협의 하에 앞당겨질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2020. 11. 9. 피고 명의 계좌로 4회에 걸쳐 5,000,000원 합계 20,000,000원을 추가로 송금하였는데, 이 사실을 피고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2020. 11. 13. 경 송금받은 사실을 알고 그 직후부터 수차례 원고에게 20,000,000원을 반환하겠다고 고지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피고는 2020. 11. 23. 원고에게 계약금 20,000,000원, 약정해제금 20,000,000원, 그리고 송금받은 20,000,000원 합계 60,000,000원을 공탁한 후에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원고는 중도금이 지급된 이상 분양권은 자신의 명의로 변경해 달라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본법리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고,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


: 기본적으로 중도금은 매도인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11월까지 지급하기로 한 중도금을 10월에 지급하는 것은 매수인이 자신의 이익(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고 이행에 나선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유효합니다. 일반적으로 11월에 줄 중도금을 10월에 주면 매수인만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되고 매도인은 이자 상당의 이익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256624 판결)


위와 같은 이 사건 계약의 내용, 계약에서 잔금 지급기일을 정하는 외에 사전 지급에 관한 특약까지 명시한 점, 원고가 잔금 지급기일에 앞서 송금한 액수 및 명목, 이에 대한 피고의 반응과 조치, 그러한 상황 하에서 피고의 계약해제권 행사가 계약의 구속력의 본질을 침해하는 등 신의칙에 반하거나 원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에서는 잔금 지급기일과 관련하여 매도인인 피고에게도 기한의 이익이 인정되므로 원고가 잔금 지급기일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매도인 입장에서도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매수인이 계약일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기습적으로 중도금을 입금한 점, 그 중도금의 액수가 크지 않은 점, 특약사항에 잔금지급일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협의가 필요한 점 등을 들어서 중도금을 이행의 착수로 인정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따라서 중도금을 입금한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이 해제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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